윤석열 명예훼손 때문에 기자 압수수색…이재명은요?

국회 언론탄압 대응 방안 토론회 열려

검, 비공개 예규로 깜깜이 선택적 수사

명예훼손 기자 압색 금지 법안 촉구도

2023-12-05     김성진 기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지난 대선 무렵, 윤석열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 검사 시절인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하며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의 범죄를 알고도 눈 감아줬다는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와 기자들이 무더기로 압수수색을 받고 있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검찰은 <뉴스타파> <JTBC> 본사 사무실에 이어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의 자택과 <경향신문> <뉴스버스> 전·현직 기자들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대선에서 후보 검증 차원에서 의혹 보도를 한 것이 정보통신망법상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명예훼손 이유로 언론사, 기자에 대해 이 정도의 압수수색을 한 전례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윤석열 사단' 핵심인 서울중앙지검 강백신 반부패수사1부장이 이끄는 '대선개입 여론조작사건 특별수사팀'은 이름에서부터 이미 결론을 짜맞추고 하는 '정치 하명 수사'임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겨우 명예훼손 단일 사건 수사를 위해 지방검찰청 지청 규모 정도 되는 10여 명의 검사가 투입됐다. 하명 수사가 백주에 횡행하는 작금의 사태는 언론의 위기이자, 민주주의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스타파 직원들이 14일 오전 압수수색을 위해 서울 중구 뉴스타파를 찾은 검찰 관계자들과 대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9.14. 연합뉴스

이러한 유례 없는 정권의 언론탄압에 대응하기 위해 현직 기자와 시민단체 활동가, 언론 전문가, 법학 교수, 국회의원들이 모여 머리를 맞댔다.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실이 주관하고, 의원연구단체인 국회 공정사회 포럼이 주최한 '윤석열 정부의 수사기관을 통한 언론탄압 대응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발제자들은 최근 '대선개입 여론조작사건 특별수사팀'의 수사를 중심으로 검찰정권의 언론탄압 행태를 분석했다. 유승익 한동대 교수는 "뉴스타파 수사는 혐의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인데, 검찰의 직접수사 개시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특히나 문제가 많이 되는 것은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 비공개예규를 근거해서 수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령으로 수사준칙이 내려왔던 것에 대해 시민단체가 문제제기 했더니 법무부에서 관련된 조항을 삭제했고, 나중에 확인했더니 비공개 예규에 넣어버렸다"며 "시민들 입장에서는 알 수도 없는 비공개 지침으로 수사를 하는 것이 법치주의와 관련해 굉장히 큰 문제다. 수사절차와 관련해 비공개된 게 많다"고 했다.

유 교수는 "2년 전 조사했을 때, 기밀을 다루는 국가정보원이나 국방부보다 검찰의 비공개 예규, 지침이 더 많았다. (비공개 예규에 대한) 국회 통제가 필요한 부분이고, 입법 과제로 수사 절차법을 제정해서 검찰이 숨겨두고 수사를 진행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시행령을 넘어 비공개 예규로 통치하는 실정이 됐다"고 했다.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실 주관, 의원연구단체 국회 공정사회 포럼 주최로 '윤석열 정부의 수사기관을 통한 언론탄압 대응 방안'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023.12.5. 사진 민형배 의원실 제공

유 교수는 "특수부 검찰 출신 대통령이 사법부나 검찰권을 남용하는 수준이 아닌 거 같다. 오히려 그것을 넘어서 검열, 더 넘어서는 민주주의 퇴행이라고 하는 현상을 자아내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뿐 아니라 시민들의 기본적 인권에 치명상을 가하는 수사권 남용이 계속되지 않을까(우려된다)"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검경개혁 소위원회 위원장인 이창민 변호사는 "검찰은 대선 무렵 윤석열 후보에 대해 의혹 제기를 한 게 명예훼손 소지가 있다는 것인데, 반면에 이재명 전 대선 후보 명예훼손에 대한 특별수사팀은 안 만들어졌다"며 "동일한 논리라면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 수많은 의혹이 제기돼 왔기 때문에 수사팀이 만들어져야 하지만 그런 것은 없다. 절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얼마나 검찰권을 남용하고 선택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검찰이 '대선개입 여론조작'이라는 프레임을 가지고 일방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변호사는 특히 검찰의 선택적 수사 및 기소와 관련, "대검예규에는 범인, 범죄사실, 증거 중 어느 하나 이상을 공통으로 하는 등 합리적 관련성이 있는 경우를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 보고 수사개시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검사에게) '모든 걸 다 수사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면 '그렇다, 수사 개시를 다 할 수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검사 마음대로 선택적으로 수사를 하는 구조인 셈이다.

이 변호사는 "(뉴스타파 건은) 절차상 수사개시 할 수 없음에도 직접 수사를 했기 때문에 공소 기각 판결이나 무죄 선고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다만) 검사가 기소하기 전에는 결과적으로 대응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씨 관련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사회적 책임이 있는 인물에 대한 수사가 공명정대해야 수사기관을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경기 수원 팔달구 서호 잔디광장에서 열린 제28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3.11.10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검찰 정권의 언론 탄압을 두고 보이는 언론의 이중성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토론자로 참석한 <시민언론 민들레> 이명재 대표는 "언론사에 대해서 가장 많은 압수수색을 펼쳤던 것이 현 정부의 1년이었다"고 평가하며 "(반면) 전례없는 탄압 양상에서 우리 언론이 보인 태도도 전례가 없었다. 매우 3자적이었고 방관적으로 봤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언론 탄압이자 포섭"이라며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각자 펼쳐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사회 언론이 처해 있는 역행성, 공공성 상실이 언론탄압 국면에서 매우 집약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언론탄압은 누구에 대한 탄압인가, 언론이 스스로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고 했다.

정미정 언론학 박사(전 EBS 이사)도 '다음' 포털이 뉴스 검색 결과를 '전체 언론사'에서 '콘텐츠제휴(CP) 언론사' 우선 노출 방식으로 변경한 것을 예로 들며 "시장을 통한 또다른 탄압이 시작되고 있다"며 "(그러나) 언론사들은 뭉쳐서 대응하지 않는다. 힘이 센 100여 개 CP 언론사들은 관심없다. 남이야 죽든말든 나만 살면 그만이고 돈도 잘 버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나"라고 했다.

정 박사는 "(과거처럼) KBS, MBC에 '돌아오라'는 말을 이제는 못할 것이다. 주파수 기반 지상파 시대는 갔다. 윤석열 정권의 무도함으로 인한 언론탄압으로 부숴지는 부분도 있겠지만, 동시에 이 시대가 바뀌어가는 게 맞물리고 있다"며 "급속도로 변한 미디어 지형에서 권력이 어떤 의지를 갖는다고 해도 망가뜨릴수 없는 미디어 공공영역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장기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수사기관을 통한 언론탄압 대응 방안' 토론회 참석자들이 단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3.12.5. 사진 민형배 의원실 제공

입법 제안도 있었다. <리포액트> 허재현 대표기자는 "1971년 미국 스탠퍼드 대학신문사를 경찰이 압수수색해 언론사에서 난리가 난 적이 있다.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는) 수정헌법 보호 속에 사는데 언론사를 압수수색하느냐고 소를 제기했지만 스탠퍼드가 졌다. 그래서 미국 국회의원들이 각성하고 표현의 자유와 수사기관 수사가 충돌하지 않도록 하위법을 정비했다"며, 1980년 미국이 프라이버시 보호법(Privacy Protection Act, PPA)을 개정한 사례를 언급한 뒤, 한국 국회에서도 이같은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당 법은 언론사의 보도로 인해 발생한 명예훼손 혐의 수사를 이유로, 강제 압수수색은 법으로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국가적 범죄나 국가기밀 문서를 소지하고 있거나, 아동 포르노, 아동 성착취 등의 내용을 담은 자료를 유통하는 것과 관련된 소지물 △압수를 함으로써 사람의 죽음이나 심각한 상해 등을 방지한다고 인정될 때, 압수수색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언론의 자유와 수사권 보장'이 충돌하지 않도록 타협점을 마련했다.

민형배 의원은 허 기자의 입법 제안에 "명예훼손으로 언론사 압수수색을 금지하는 법안이 어떻게 가능한지 입법조사처에서 살펴보겠다"고 답했고, 민주당 정필모 의원은 "공직자, 공인의 경우에는 사실상 명예훼손 소송을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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