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이들 몇 명을 죽였나요? 네타냐후, 바이든 씨

세계 최대 '열린 감옥'서 '열린 학살장' 된 가자지구

하마스 제거는커녕 제2, 제3의 하마스 낳을 게 분명

네타냐후 무차별 폭격 및 학살 방조하는 바이든 정부

안보리서 인도주의 휴전과 전투 중단 결의조차 방해

이스라엘 폭격 중단 및 즉각 휴전 위한 국제 연대 필요

2023-11-02     전지윤 편집위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는 현재 지상군의 전면적 침공보다 장기적 포위 작전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가자지구의 급박하고 열악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더욱 잔인하고 피비린내 나는 작전을 예고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런 작전을 시작하면서 "이제 가서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완전히 멸하고 남자와 여자와 젖 먹는 아이와 소와 양과 낙타와 나귀를 모두 죽여라"(사무엘 상 15장 3절)는 성경 구절을 인용했다.

그러면서도 “이스라엘군은 세계에서 가장 도덕적인 군대”라고 했다. 단 3주 만에 84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낳으며 우크라이나 침공 2년 동안 러시아가 한 것을 능가하는 폭격과 민간인 학살을 해놓고도 이렇게 말하다니 그 철면피함에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그래서 세계 최대의 ‘열린 감옥’이었던 가자지구는 이제 ‘세계 최대의 열린 공개 대량학살장’이 되고 있다.

유엔 통계에 따르더라도 지난 15년 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망자 비율은 1 대 20이었는데, 이런 비율에 비추어 보면 이스라엘군은 앞으로 1만 명 이상은 더 죽이고 나서야 어느 정도 만족하면서 이 폭격과 학살을 멈추려 할 거라는 산술적 추측이 가능하다.

3주 동안의 폭격과 학살 속에서 가자지구는 생지옥이 됐다. 학교, 병원, 종교 시설만이 아니라 기지국과 통신망조차 파괴했다. 가자 주민들은 도와달라고 연락할 수도, 구급차나 소방차를 부를 수도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세상에 알리기도 어렵다. 이스라엘군은 세상의 눈을 피해서 더욱더 마음 놓고 폭격하고 파괴할 수 있다.

게다가 이스라엘 정부는 230여 명이 넘는 인질들의 생명과 안전에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인질의 가족들은 불안함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무엇보다 이스라엘군의 이런 야만적 대응은 결코 ‘하마스 제거’라는 목표를 이룰 수 없다. 지난 10월 7일의 기습공격이 있기 얼마 전에 하마스 간부는 외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우리는 화해의 문을 두드렸지만 들어갈 수 없었다. 이 늪에서 우리를 구출할 모든 방법을 시도했지만 길을 찾지 못했다.”

이런 절망과 좌절이 비극을 낳았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이스라엘의 폭격과 학살은 얼마 안 가서 다시 ‘제2의 하마스’와 ‘제2의 10월 7일’을 낳을 수 있는 막다른 길이다. 그동안 시온주의 극우파는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국가 건설이 유대인의 희망이라고 했지만, 지금 이 지역은 세계에서 유대인에게 가장 위험한 땅이 됐다. 이것처럼 시온주의의 역설과 끔찍한 역사적 실패를 보여주는 것도 없다.

 

KBS '세계는 지금'에서 한 이스라엘 소녀는 ‘친구를 죽인 이들에게 복수하고 싶나요’라는 기자의 물음에 눈물을 머금고 이렇게 답한다. “복수하고 싶지 않아요. 그저 평화를 원해요.”

이 상황에 누구보다 큰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폭격과 학살을 막을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지만 방관하거나 사실상 돕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은 민주주의와 독재 국가 간의 전쟁에서 역사적 변곡점”이라며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의 승리가 미국의 국가 안보에 필수적”이라고 연설했다.

이처럼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가 마치 똑같이 ‘독재자가 지배하는 강대국에 의해 침략당하고 있는 약소국’인 것처럼 묶는 것은 정말 어처구니없다. 이스라엘은 중동은 물론 세계 최강 수준의 군사력과 핵무기까지 가진 나라이고 침략당하고 있는 게 아니라 가자지구를 침공하고 있는 당사자이다.

또한 사법 개악으로 자신의 비리를 덮고 초법적 권력을 강화하려는 네타냐후 총리야말로 ‘독재자’라고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비판받아 왔다. 어느 모로 봐도 독재자가 통치하는 강대국에 의해 침략과 학살을 당하는 것은 팔레스타인이지, 이스라엘이 아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이런 거짓 논리에 따라서 유엔에서 제출된 휴전이나 일시적 전투 중단 결의안들을 전부 거부하고 가로막았다. 그 결의안들에 “이스라엘의 자위권 언급이 없다”는 이유였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의 전기, 가스, 수도, 식량을 차단하고 병원, 학교까지 폭격하는 게 ‘자위권’이라는 기막힌 억지이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군비 지출이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실제로 미국 무기업체들은 지금의 전쟁을 ‘수요와 추가 주문 증가의 사업 기회’로 보고 있고, 관련 업체들의 주식 가치도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미국 시민들 다수가 바이든 정부의 이런 대응을 적극 지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친이스라엘이 압도적이었던 그동안의 여론 지형과 정치권의 구도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 반대가 과반을 넘었고 휴전과 긴장 완화를 지지하는 여론이 어떤 정당을 지지하는지를 떠나서 66%에 달했다(CBS, 유고브 조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반대하며 했던 주장들을 이스라엘 앞에서 전부 거꾸로 뒤집고 있는 바이든 정부의 위선과 이중잣대에 수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있다.

얼마 전 프랑스 좌파 정당의 초청을 받아 연설하러 간 가자지구의 저명한 페미니스트인 마리암 아부다카(Mariam Abudaqa)는 ‘반이스라엘 테러조직의 편’이라는 이유로 프랑스 정부에 의해 입이 가로막히고 가택연금 후 추방될 뻔했다. 시민사회의 항의와 연대로 겨우 위기에서 벗어난 아부다카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헤아릴 수 없는 범죄입니다. 이러한 범죄 앞에서 침묵할 수도, 중립을 지킬 수도, 압제자의 편에 설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75년 동안 학살당하고, 추방당하고, 억압받고 있습니다. 조국이 잿더미로 변하고 있는데 의견을 말하지 않을 수 있나요? 가족이 죽어가는 동안 말을 하지 않을 수 있나요? 서방은 여성과 아동의 권리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지만, 그것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의 폭격 중단과 즉각 휴전을 촉구하며 전 세계 시민들이 SNS에 공유하는 이미지

지금, 거대한 피의 소용돌이 속에 파묻혀 가는 가자지구 사람들에게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당신은 하마스를 지지하는가?’가 아니다. 이스라엘의 폭격과 학살에 반대하며 당신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 연대하겠다는 약속이어야 한다. 아직까지도 한국의 주요 정당이나 정치인들 속에서 폭격 중단과 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세월호가 가라앉는 것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심정, 이태원에서 생명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심정, 가자지구에서 15분마다 한 명의 아이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심정은 모두 똑같다. 그동안 ‘불꽃놀이’라며 아이들을 안심시켰던 가자지구의 부모들은 이제 그런 슬픈 거짓말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의 난민캠프까지 폭격해서 또 수백 명을 죽고 다치게 했다. 유엔 인권사무소 뉴욕 국장은 현재 상황을 '대량 학살의 교과서'라고 항의하며 사임했다. 그런데도 네타냐후는 “휴전은 하마스, 테러, 야만성에 항복하라는 요구”라며 유엔 휴전 결의도 거부했다. 진실은 지금 이스라엘군이 하고 있는 게 바로 테러이고 야만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스라엘 정보부가 ‘지금이 가자지구 주민을 시나이 반도로 강제적 영구적으로 쫓아낼 기회’라고 보고한 문건이 발각돼서 네타냐후가 지금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더 분명해졌다. 그런데도 백악관은 “우리는 휴전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하마스를 이롭게 할 뿐”이라며 네타냐후를 편들었다.

똑같은 짓을 러시아군이 장기적으로 하면 전쟁범죄이고 이스라엘군이 단기간에 대규모로 하면 ‘자위권’이라는 이 역겨운 이중잣대를 도대체 누가 이해할 수 있는가? 결국 이것은 똑같은 죽음과 학살도 그 주체와 대상이 백인이나 미국 편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다르다는 말밖에 안 된다. 그 점에서 이것은 공개적인 인종차별적 대학살이다.

베트남 전쟁 때 미국은 무차별 폭격을 가했고, 반전 시위대는 당시 미국 대통령 닉슨을 향해서 이렇게 외쳤다. ‘닉슨, 오늘은 몇 명의 아이들을 죽였냐!’ 지금, 우리도 처참한 심정과 분노의 마음으로 물을 수밖에 없다. ‘네타냐후와 바이든, 오늘은 몇 명의 아이를 죽였냐’고. 폭격 중단과 즉각적 휴전만이 더 큰 재앙을 막을 수 있다.

아이들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일시적으로

하늘로 올라갔으면 좋겠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그러면 아이들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부모가 물으면

"어디 있었니?"

아이들은 대답한다

"구름을 가지고 놀고 있었어요"

- 가산 카나파니(팔레스타인의 작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시민사회 2차 긴급행동

일시 : 2023. 11. 04. (토) 13시

장소 : 청계천 무교동사거리 (서울 중구 무교로 32)

주최 |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도 함께 행동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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