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조선일보 따라 양평군 1안 노선 ‘L자’로 왜곡
기자단 취재 계획 자료에 슬쩍…‘받아쓰기’ 노린 듯
나흘 전 국토부 보도참고자료에서는 멀쩡했는데…
조선일보 마냥 갑자기 L자로…“담당자에게 물어라”
백지화한다고 하고 왜 현장취재?…“보여주는 것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출입 기자단 현장취재 계획안을 배포하면서 경기 양평군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양평군 제1안을 ‘노골적’으로 ‘L자’로 꺾은 노선도를 첨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건희 씨 일가 땅이 있는 강상면 변경안이 다른 안보다 합리적 대안처럼 보이도록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원희룡 장관이 고속도로를 ‘전면 백지화’ 선언했음에도 국토부가 기자단의 현장취재 일정을 잡은 것 역시 기자단을 이용해 변경안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1일 <시민언론 민들레>가 입수한 국토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출입기자단 현장취재 계획 문건과 관련 공지 내용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오는 1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원안’과 양평군이 지난해 7월 국토부에 회신한 ‘양평군 제1안’의 종점인 양서면 증동리 △김 씨 일가 땅 특혜 의혹이 불거진 강상면 병산리 △양평군 제1안 강하IC 신설지 인근인 강하면 운심리 등의 현장 취재를 지원하는 계획을 세웠다. 문건에는 취재 목적에 ‘예타안(원안)과 대안 노선의 장·단점 및 현장 확인’이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기자단에 취재계획 문건을 사전 배포하면서 하단에 강하IC를 통과해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양평군 제1안을 ‘L자’로 꺾은 새로운 현장 노선도(위 그림 참고)를 첨부했다. 양평군 제1안은 지난해 7월 양평군이 국토부에 공문을 회신하면서 처음 등장하는 노선으로, 당시 다른 안에 비교해 유일하게 경제성, 타당성, 편의성을 확보했다고 평가 받았다. 양평군이 국토부에 회신한 노선도를 보면 원안과 거의 유사하지만 강하 IC로 일부 휘어졌다가 양서면 종점으로 합류한다(아래 그림 참고). L자로 꺾이지 않는다. 이는 국토부가 지난 7일 배포한 보도참고자료에도 첨부돼 있다. 그런데 단 나흘 만에 돌연 L자로 꺾인 것이다.
양평군 제1안이 ‘L자로 꺾인다’는 표현은 지난 9일 <조선일보> 기사에 처음 등장한다. 이 신문은 양평군 제1안에 대해 “민주당 주장처럼 ‘종점을 원안대로 두고 강하IC를 설치하는 노선’을 만들면, 직선이던 노선이 ‘L자’에 가깝게 휘어진다. 목적지까지 최대한 가깝게 직선으로 연결되지 않고 우회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형태는 아니다”라고 보도하며 ‘L자’로 휘어진 듯한 그래픽을 첨부했다. 양평군 제1안이 합리적이지 않은 것처럼 왜곡한 것이다. 국토부도 이에 편승해 강상면 변경안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L자’로 꺾은 노선도를 사용한 것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일부 취재기자와 그래픽 담당 기자의 무분별한 받아쓰기를 노렸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취재계획을 배포한 국토부 대변인실 관계자에게 ‘L자’로 꺾인 노선도를 문의했지만, 도로정책과에 문의하라는 답변만 받았다. 담당자인 국토부 도로정책과장에게 수차례 전화하고 노선도를 첨부한 문자를 보내 ‘왜 갑자기 L자로 꺾였는지’ 이유를 물었지만, 답변은 없었다.
국토부의 여론 조성 시도는 이뿐만이 아니다. 고속도로 백지화를 선언한 국토부가 현장 취재를 지원하는 것도 의아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더욱 의구심이 간다. 국토부 현장취재 지원계획에는 국토부 도로국장과 타당성조사 용역사(설계사) 관계자, 지역 주민 등이 참석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들과 질의응답이 예정돼 있지만, 국토부가 동원하는 인원인만큼 정해진 답을 들려줄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는 전날(10일) 출입 기자단과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열고 김 씨 일가 땅 특혜 의혹이 제기된 강상면 변경안이 다른 안들과 비교해 교통량 분산효과가 크고 환경 훼손구간이 적으며 비용 대비 편익이 가장 높다고 했다. 사실상 변경안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계획된 현장 취재는 여론 조성용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김영한 국토부 대변인은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기자단 취재 계획과 관련, “현장에 가서 기자들이 보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저희는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속도로 백지화를 하고서 현장취재를 추진한 배경에 대해 묻자, “그런 질문은 저한테 묻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답변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