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1년] '망나니 칼춤'에 스스로 무너진 '검찰 신화'

윤석열 정부 1년을 말한다 : 법조

'유능하고 정의로운 검찰'이라는 위선적 환상

전 정권과 이재명, 무조건 압색 · 닥치고 기소

'검찰 무능' 여실히 드러난 이재명 표적 수사

김건희 수사 노골적 뭉개기, 공정 신화 파탄

검찰 신화 허물고 근본적인 개혁 토대 확보

2023-05-11     고일석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장과 의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 관계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2022.10.19, 연합뉴스 자료사진

'검찰정권 1년'의 성과가 있다면 그것은 검찰이라는 집단이 얼마나 무능하고 부도덕하며 불공정한 집단인가를 생생하게 일깨워줬다는 것이다. 

검찰개혁은 민주세력의 오랜 숙원이자 과제였다. 김대중 정권에서 필요성을 제기하고, 노무현 정권에서 기초적인 시도가 이루어진 뒤, 문재인 정권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던 검찰개혁은 결국 좌초됐고, 그 반동의 결과가 바로 검찰세력의 집권이다.
 
'유능하고 정의로운 검찰'이라는 위선적 신화
 

검찰개혁이 좌초되고 반동에 이르른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대다수의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유능하고 정의로운 검찰"이라는 환상과 신화였다. 검찰개혁과 관련된 여론조사의 흐름을 보면 '검찰개혁'이라는 포괄적 이슈에 대해서는 90%에 가까운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다가, 시기적으로 이슈가 구체화되면서 점차 찬성 비율이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검찰개혁 찬성 여론의 변화. 이슈가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 수사권 조정, 수사기소 분리, 검수완박으로 이행하면서 찬성 여론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픽 민들레

요컨대 국민들은 검찰개혁을 강력하게 원하면서도 그 내용은 "강력한 권한을 가진 검찰로 하여금 나쁜 짓을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지 "검사들로부터 수사권을 완전히 분리해내라"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핵심은 '수사'라는 중요한 준사법행위를 '유능하고 정의로운 검찰'로부터 '무능하고 부패한 경찰'로 완전히 옮기는 것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다. 

이처럼 검찰이 그 실체와는 전혀 무관하게 이러한 신뢰를 얻어온 이유는 검찰 특유의 '대형 수사로 광내기' 전략 때문이다. 그들은 정권 말기에 이르거나 어떤 사건으로 검찰이 위기에 닥칠 때 언제나 정치인의 부패와 재벌의 부정에 대한 대형 수사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쌓아왔다. 

정권마다 초기에는 정권의 사냥개 노릇을 하다가 말기에는 정권의 뒷목을 덮쳐 독자적인 지지를 위선적으로 축적해왔던 검찰세력은, 그들 스스로 정치권력을 장악한 상황에 이르러서도 역시 같은 방법으로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틈만 나면 내뱉었던 "나쁜 놈 때려잡는 검찰"이라는 상투적인 레토릭은 '대형 사건 수사'를 통해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대한 확신을 드러낸 것이었다.

또한 그들 특유의 '대형 수사로 광내기' 전략은 누구나 예상하고 있던 터였다. 많은 사람들은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사람 때려잡는 것 밖에 없는 검찰"이 이명박 정권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털었듯이 문재인 정권 당시의 일을 털고, 미래 권력인 이재명 주변을 탈탈 털어서 윤석열 정권을 지탱하려고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문재인 정권 관련 검찰 기소 사건. 그래픽 민들레

전 정권과 이재명, 무조건 압색 · 닥치고 기소

이러한 예견과 전망에 한 치도 어긋남 없이 검찰 정권은 윤석열 취임 직후부터 문재인 정권 및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것이라면 무조건 압수수색에 들어가 닥치는 대로 줄줄이 기소했다.

문재인 정권과 관련해서는 △공공기관장에게 사표를 내도록 요구한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 김봉준 전 인사비서관 등 5명 △월성원전 폐쇄 결정과 관련해 백운규 전 장관, 채희봉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및 관련 공무원 △서해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등을 기소했다.

이재명 대표와 관련해서는 △"시장 시절 김문기 몰랐다" 발언 관련한 선거법 위반 △대장동과 위례 개발사업과 관련한 배임 및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성남FC 후원금 관련 제3자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하고, 핵심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실장을 정치자금법 및 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검찰 무능' 여실히 드러난 이재명 대표 수사

검찰세력은 민주당 세력의 전 정권 책임자들과 미래 권력을 이 정도로 털어 기소하면 민주당 세력은 완전히 절멸되어 국민들이 등을 돌리고 검찰세력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달랐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는 30%대에서 요지부동이고,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국민의힘에 비해 10% 포인트 전후의 차이(리얼미터)를 보이거나 보합 상태(한국갤럽)를 보이고 있다.

'없는 죄를 만들어내는 것'도 검찰세력이 가지고 있던 '유능함'의 하나라고 본다면 최소한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사건에 있어서는 무능 그 자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검찰이 기소한 사건들에 대한 재판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공판에서 드러나고 있는 검찰의 수사 수준은 "대장동 일당의 혐의에 이재명, 김용, 정진상의 이름만 얹어놓은 것"이라는 변호인단의 지적에 한 치도 틀림이 없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기소는 "시장 시절 고 김문기 씨를 몰랐다"는 발언에 대한 것이었으나 '기억'에 대해서는 선거법 상 관련된 조항이 없어 '당선 목적의 허위사실 공표'의 한 항목인 '행위'를 적용해 "고 김문기 씨가 보좌한 사실, 골프 등을 함께 친 사실이 없었다고 발언했다"는 억지 혐의를 만들어 기소했고, 김용 전 부원장과 정진상 전 실장에 대해서는 공판 과정에서 물증이나 신뢰할 수 있는 근거는 단 하나도 없이 오로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증언만을 근거로 기소했다는 사실이 더더욱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검찰 수사 공정성 관련 여론조사. 그래픽 민들레

김건희 수사 노골적 뭉개기, 공정 신화 파탄

검찰은 지난 대선에서 간발의 차이로 윤석열을 선택했던 국민들이 가지고 있던 '공정'에 대한 기대도 여지없이 부숴버리고 있다.

2022년 10월 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의 주가조작 연루 수사에 대해 "재판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는 궁색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에서 주요 관련자들이 모두 유죄 판결을 받고, 김건희 씨가 이미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깊이 개입돼있다는 것이 판결을 통해 드러났는데도 아직도 검찰은 김건희 수사에 손을 놓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시장 시절 고 김문기 씨를 몰랐다"는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주가조작 이 모 씨와 절연했다"는 발언이 허위로 밝혀진 것과 같은 내용이었는데도 이재명 대표는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데 반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는 8개월 간 수사하다 결론을 내지 않고 수사를 중단했고, 성남FC 사건은 김건희 씨의 코바나컨텐츠 대기업협찬 의혹 사건과 내용이 유사한데도 김건희 씨를 무혐의 처분한 데 반해 이재명 대표는 악착같이 기소했다.

 

김건희 특검 관련 여론조사. 그래픽 민들레

검찰 신화 허물고 근본적인 개혁 토대 확보

이러한 검찰의 극단적인 '불공정 수사'는 국민 여론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검찰의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비롯한 정부와 여당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수사방식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방식에 대한 신뢰도를 물은 2022년 9월 스트레이트 뉴스 여론조사에서는 '불공정하다'는 응답이 63.7%, '공정하다'는 응답이 31.9%로 나타났고, 검찰 수사에 대한 일반적인 신뢰 여부를 물은 2022년 11월의 쿠키뉴스 여론조사에서는 '신뢰하지 않는다'가 59.5%, '신뢰한다'가 39.5%로 나타났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수사와 관련해 검찰을 불신해 '김건희 특검'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여론은 지난 4월 27일 국회에서 신속처리안이 통과될 때까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MBC가 대선 6개월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김건희 특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64.7%였고, KBS가 대선 1년이 된 지난 3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특검 찬성 의견이 60.0%를 기록했다. 김건희 특검에 대한 신속처리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이에 대한 의견을 물은 <여론조사 꽃>의 조사에서는 ARS에서 63.3%, 전화면접에서 59.1%가 "긍정적이다"라고 답변했다. 

이처럼 '윤석열 1년'은 검찰세력의 집권을 가능하게 했던 국민들의 검찰에 대한 환상이, 검찰세력 스스로가 망나니 칼춤 추듯 마음껏 휘두른 칼부림에 의해 산산이 부서지고 무너진 한 해였다. 검찰정권의 망동은 국가의 존재 가치와 정체성마저 뒤흔들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검찰개혁을 비롯한 보다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개혁의 토대를 더 단단하게 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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