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토박이말] 해작거리다/해작대다/해작해작하다

활개를 활짝 펴고 해작해작 걸어 보아요

2025-08-27     이창수 시민기자

햇살 좋은 날, 마음 가는 대로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던 걱정은 내려놓고, 두 팔을 가볍게 흔들며 걷는 걸음걸음이 그렇게 가뿐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활개를 벌려 가볍게 저으며 걷는 모습'을 그리는 아주 예쁜 토박이말이 있습니다. 바로 '해작거리다'와 '해작대다'입니다.

 

앞서 알려드렸 듯이 '해작이다'는 '무엇을 조금씩 자꾸 들추거나 파서 헤치는 짓'을 뜻합니다. 이런 몸짓을 이름씨(명사)로 '해작질'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참 재미있게도 이 '해작이다'에서 나온 말인 '해작거리다'와 '해작대다', 모양을 나타내는 '해작해작하다'는 조금 다른 뜻을 하나 더 품고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다른 낱말로 따로 '활개를 벌려 가볍게 저으며 걷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흙을 파헤치는 '해작이는' 손짓이나 발짓이 팔을 흔들며 걷는 모습으로 이어진 까닭일까요? 말의 쓰임새가 커지고 넓어지는 모습이 참으로 새롭고 아름답습니다.

아쉽게도 이 말을 쓴 말꽃 지음몬(문학 작품)을 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오늘부터 이 말을 알고 쓰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동무가 저만치서 팔을 해작대며 다가오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가을바람이 좋아서 괜히 마을을 한 바퀴 해작거리며 걸었다.
아이들은 뭐가 그리 신나는지 해작해작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어갔다.

어떤가요? '팔을 흔들며' '활기차게'라고 쓰는 것보다 훨씬 더 생생하고 살갑지 않나요? '해작해작' 걷는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신나고 들뜬 마음까지 담아내는 듯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뜻풀이를 보면 '활개를 벌려 가볍게 저으며 걷다'는 뜻이 '해작거리다' '해작대다' '해작해작' '해작해작하다'에는 또 다른 말로 실려 있는데,  그 뿌리가 되는 '해작이다'와 그 이름씨인 '해작질'에는 빠져 있습니다. 같은 뿌리에서 나온 말인만큼 '해작이다'에도 '활개를 저으며 걷다'라는 뜻을 더하고, '해작질'에도 '해작이며 걷는 짓'이라는 뜻풀이를 따로 떼어 보태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말의 쓰임새를 더 넓고 가지런하게 가꾸는 길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덤으로 '해작거리다' '해작대다' '해작해작' '해작해작하다'의 큰 말은 '헤적거리다' '헤적대다' '헤적헤적' '헤적헤적하다'랍니다.

말은 우리가 아는 만큼 쓸 수 있고, 쓰는 만큼 살아납니다. 오늘 아무 생각 없이 걷던 길에서 '해작이다'라는 말을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일부러라도 두 팔을 가볍게 흔들며 '해작해작' 걸어 보세요. 발걸음마다 새로운 힘이 솟고, 우리 토박이말이 마음속에 예쁜 꽃 한 송이를 피워낼 것입니다. 이 예쁜 우리말을 나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으신가요? 둘레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 함께 쓰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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