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매너
홍순구 시민기자의 '동그라미 생각'
이재명 대통령 취임 20일 만에 열린 여야 대표회담에서 국민의힘은 협치의 기본조차 외면한 채, 정략적 계산에만 몰두하는 태도를 보였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A4 3장 분량의 7개 요구사항을 조목조목 낭독했다. 지난 정부 때 이재명 당시 야당 대표를 따라 한 모양새지만, 그 내용과 형식 모두 협력의 문을 여는 대신 대립의 벽을 쌓는 데 집중됐다. 특히 "대통령 재판과 관련된 입법은 없을 것이고, 임기 후 재판을 받겠다고 약속해 달라"는 요구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모인 자리는 민생과 국정 전반을 논의하는 협치의 공간이다. 그런 자리에서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거론하며 ‘재판 약속’을 받겠다는 것은 대화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며, 사법권을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발상이다.
송언석 원내대표 역시 “49.4%의 국민이 대통령을 선택했지만 50.6%는 선택하지 않았다”며 여론의 분열을 조장했다. 이는 마치 대통령의 정통성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심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공세가 국민의힘의 진정성 없는 정치 태도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이다.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섰지만, 국민 앞에 책임 있는 모습으로 거듭나겠다는 반성이나 변화의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기선 제압’에 몰두하며 대결의 정치를 되풀이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드러난 국민의힘의 태도는 협치의 문턱에조차 들어서지 못한 수준이다. 자신들의 과오는 망각한 채 상대에게 일방적 조건을 강요하는 식의 오만이 반복된다면, 그 끝은 정치적 퇴장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