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을 걷다 시궁창에 코를 박다
홍순구 시민기자의 '동그라미 생각'
2025-05-28 홍순구 시민기자
지난 10일 그는 21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불출마는 나의 불출마지만, 다른 사람의 선거를 돕지도 않겠다"고 내세웠다. 그리고 불과 17일 만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를 전격 선언했다.
그는 광주 출신 정치인이지만 5·18 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등 한국 민주주의의 주요 전환점마다 존재감이 없었다. 그의 정치 여정은 한마디로 '반사체 정치인'으로 요약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후광 아래 국회의원 4선과 전남도지사를 역임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 덕분에 최장수 국무총리라는 경력을 쌓았다. 그러나 정작 본인의 정치적 철학이나 민주주의 실천의 이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대 법대, 동아일보 기자 출신이라는 ‘엘리트 의식’은 그를 ‘엄중낙연’이라는 상징으로 만들었다. 그의 ‘엄중함’은 국민의 고통 앞에선 침묵으로, 정의의 순간 앞에선 회피함으로써 끝내 '수박'으로 명명되는 계기가 되었다. 국기문란과 뇌물 등으로 수감 중인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하자고 주장해 그는 정치적 내리막에 들어섰다. 그는 대선 경선에서 과도한 시기심과 승부욕으로 '대장동 이슈'를 정면으로 꺼내 들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대선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 "그래도 민주주의, 그리고 공정한 나라"라는 슬로건을 외치던 그의 정치적 행보는 김문수 후보 지지 선언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가장 허망하고 매캐한 소음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