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30조 펑크 날 거라면서 세입추경 없다는 정부
부자감세로 나라곳간 비어 할 일 못할 판인데
뾰족한 재원 대책도 없이 “세입추경은 안 해”
국회 심의과정에서 논란 피하고 보자는 '꼼수'
예산 강제불용 등 재정 운용 차질 불가피할 듯
'부자 감세'를 고집하며 버티던 정부도 결국 올해 '세수 펑크'가 30조 원에 이를 것임을 시인했다. 정부는 작년 경기둔화의 여파가 예상보다 컸기 때문이라고 변명하지만, 이는 이미 올해 예산 편성에 반영된 변수다. 지난해 세수 부족이 56조 원이 넘게 발생할 정도로 경제 여건이 나빴기 때문이다.
정부는 2년 연속 발생한 역대급 세수 부족이 부자 감세 때문은 아니라고 강변한다. 세제개편의 효과는 이미 세입예산안에 반영됐기 때문에 세수 부족의 원인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대외 환경 등 경제여건 악화는 이미 예상된 것임에도 주요 세목들에 대한 세율 인하 등 감세를 고집한 것은 바로 윤석열 정부 자신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윤 정부의 대책없는 '부자 감세' 고집으로 나라 곳간이 비어 나라가 해야 할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수 부진 장기화 하는 상황에서 반드시 예산 지원이 돼야 할 사업조차 재원 부족으로 접어야 하는 사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대책없는 '경기 낙관론'이 불러온 비극이다. 정부는 여전히 세입추경은 하지 않고 여유 가용재원으로 대응한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재원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6일 올해 세수 재추계 결과, 올해 국세수입은 337조 7000억 원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이미 편성된 세입예산(367조 3000억 원)보다 29조 6000억 원(8.1%) 부족한 규모다. 역대 가장 많은 세수결손이 발생했던 작년의 국세수입(344조 1000억 원)보다도 6조 4000억 원(1.9%) 줄었다.
주요 세목의 재추계 결과를 보면 예산 대비 법인세 부족이 14조 5000억 원으로, 전체 결손액의 절반을 넘는다. 부동산 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양도소득세도 5조 8000억 원 줄었다. 그밖에 ▲교통에너지환경세 4조 1000억 원 ▲종합소득세 4조 원 ▲관세 1조 9000억 원 ▲ 별소비세 1조 2000억 원 ▲상속·증여세 5000억 원 등의 부족이 예상됐다.
주요 세목 가운데 예산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 것은 부가가치세 뿐이다. 부가세는 예산 편성시 81조 4000억 원을 반영했지만, 이보다 2조 3000억 원이 늘어난 83조 7000억 원으로 재추계했다. 결국 '부자 감세'로 생긴 구멍을 재산이나 소득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부과하는 부가세로 채워 넣은 셈이다.
정부는 이같은 역대급 세수 결손에도 이를 메울 세입추경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겉으로는 현재 상황이 국가재정법이 정한 추경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운다. 또 세입추경을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면 미래세대의 부담이 가중되고 대외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정작 정부의 속내는 국회의 추경 예산 심의를 피하고 보자는 심산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소야대 국회의 예산 심의과정에서 정부의 세입 전망이 연이어 큰 폭의 오차를 낸 데 대한 공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서 “경제가 확실히 나아지고 있다”는 '경기 낙관론'도 큰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부족한 세수를 보충하기 위해 기금의 여유 재원을 동원하고, 연내 집행 불가 사업에는 예산을 쓰지 않을 방침이다. 하지만 세수 부족 상태가 2년간 계속되면서 동원 가능한 재원을 현실적으로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해에는 달러화 강세 지속으로 쌓인 외국환평형기금의 여유 재원을 동원했다. 하지만 올해는 대외신인도에 악역향을 줄 수 있다며 야당들이 벌써부터 벼르고 있는데다, 37조 원 규모의 공자기금 상환이 예정돼 있어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대규모 세수 결손을 메울 뾰족한 대체 재원이 없다면, 재정이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리라는 것은 불 보듯 한 일이다. 세수가 부족하니 정부가 지출의 허리때 조여매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와 내년의 총지출 증가율을 3% 수준으로 제한했다. 미룰 수 없는 저출생 대책이나 연구개발(R&D) 투자 등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도 비상이다. 국세의 40%에 이르는 지방교부금이 줄어들면 지방 사업들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