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회동 열사 1주기…"윤석열 사과하게 해주십시오"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서 거행

유족 "네가 바라던 세상 우리가 이룰 게"

동료 "같이 작업한 건물 볼 때마다 생각나"

"영원한 3지대장…죽을 때까지 못 잊는다"

눈물의 1주기 추모제…"열사의 뜻 잇겠다"

"못된 놈 윤석열 퇴진, 끌어내리자" 구호도

2024-05-02     김성진 기자
2일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서 거행된 '영원한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 1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건설노조원들이 윤석열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5.2. 건설노조 제공

"여기 (추모제에) 오신 모든 분들께도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동생의 묘소에 와서 노동탄압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릉지청에서 촬영된 영상 유출은 국가기관의 책임이라며 진정 어린 사과를 하도록 만들어 주십시오. 그것이 동생 회동이가 가장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고 양회동 열사 형 양회선 씨가 2일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서 열린 '영원한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 1주기 추모제'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과 시민사회, 야당에 남긴 말이다. 양 씨는 이른바 '건폭몰이'로 건설노조를 탄압한 윤 대통령의 사과와 폐쇄회로(CC)TV 영상을 유출해 유가족을 2차 가해한 조선일보·월간조선과 검찰·경찰 수사기관 관계자의 처벌을 요구했다.☞관련 기사

양 씨는 동생 양 열사에겐 "네가 지고 있던 무거운 십자가를 이젠 내려놓으라"며 "네가 뿌려놓은 희망의 씨앗을 우리가 잘 가꿔서 열매를 맺게 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어도 괜찮다고. 네가 바라던 노동 탄압이 없는 세상, 노동자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싸우지 않고 웃으며 일할 수 있는 세상 만들어 갈 테니 우리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2일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서 거행된 '영원한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 1주기 추모제'에서 고인의 배우자인 김선희 씨가 추도사를 읽고 있다. 2024.5.2. 건설노조 제공

이날 추모제엔 양 열사의 배우자, 형, 누나, 조카 등 유가족과 200여 명의 건설노조 조합원을 비롯해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 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 공동행동 박석운 상임대표, 전국민중행동 김재하 공동대표, 촛불행동 김민웅 상임대표, 촛불행동 권오혁 공동대표,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당선자, 진보당 전종덕 당선자 등 노동계, 시민사회, 정당인들이 참석했다.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김시몬, 김비오 신부는 추모제에 앞서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경기중서부건설지부 음악동아리와 가수 박준은 노래로 추모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시작한 추모제는 고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찼다. 유가족과 고인의 동료들이 추도사를 읽자 곳곳에서 눈물을 훔쳤다. 일부는 오열하기도 했다. 양 열사의 배우자 김선희 씨는 딸의 편지를 대신 읽었다. 양 열사의 딸은 편지에서 "가장 많이 후회되는 일이 그때 아빠의 그 아픔은 알지 못했던 거야. 내가 그때 알아보고 아빠한테 좀 더 힘이 되는 말을 했다면, 문자가 아닌 전화로 했다면 좀 더 달랐을까"라며 "아빠는 나한테 정말 소중한 사람이고 그건 앞으로도 절대 변하지 않을 거야"라고 했다.

김 씨는 딸의 편지를 읽은 뒤, 양 열사의 묘를 바라보며 "1년 동안 당신을 그리워하고 잘못한 일들만 생각나서 후회하고, 커가면서 이 마음을 안고 갈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미어진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아이들에게) 내가 당신 빈자리를 대신해 줄 수는 없겠지만 노력할게"라며 "가장으로서 어깨가 항상 무거웠을 당신, 애 많이 썼고 고생했어. 고맙고 사랑합니다"라고 전했다. 건설노조 조합원 등 참석자들은 "힘내세요" "힘내세요"라고 크게 외쳤다.

 

2일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서 거행된 '영원한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 1주기 추모제'에서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김현웅 사무국장이 추모편지를 낭독하다가 울고 있다. 2024.5.2. 건설노조 제공

건설노조 강원건설 지부 김현웅 사무국장은 동료들의 그리움을 편지로 대신 전했다. 김 국장이 읽은 편지에서 동료들은 "같이 작업했던 현장, 완성된 건물 볼 때마다 늘 생각납니다. 잊지 않고 있습니다. 양회동은 내 마음속에 영원한 3지대장입니다" "회동아 너무나 보고 싶고 그립다. 나는 죽을 때까지 너를 잊지 않겠다. 사랑한다" "형 좋아해 이 한마디 못했던 게 정말 후회로 남아 있어요. 형 정말 많이 좋아하고 사랑하고 보고 싶습니다" 등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 국장은 "동지(양 열사)는 밥도 돈도 못 챙기면서 건설노동자의 처지를 안타까워 했고 형님들의 일자리를 위해 헌신했던, 사람을 뜨겁게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노동조합과 본인이 정당하다는 생각이 뚜렷했고 올바르게 노조활동을 하기 위해 누구보다 자신에게 엄격했던 사람이었다. 남탓하는 법이 없고 다들 꺼려하는 일도 필요하다면 본인이 맡이 묵묵히 책임지는 사람이었다"며 "노동자 주인세상, 당신이 이 땅에서 이루지 못했던 동지의 소망들, 동지의 뜻대로 이루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추모제에선 고인에 대한 그리움, 슬픔과 함께 고인의 뜻을 이어가겠다는 다짐도 이어갔다. 고인은 동료들에게 남긴 유서에서 "못된 놈(윤석열 대통령 지칭) 꼭 퇴진 시키고,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꼭 만들어주세요"라고 전했다. 참석자들은 고인의 뜻을 이어 "못된 놈 윤석열 반드시 몰아내자" "열사의 유언이다 윤석열을 끌어내리자" "양회동은 정당하다 노조탄압 박살내자" 등의 구호를 힘차게 외쳤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이 2일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서 거행된 '영원한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 1주기 추모제'에서 추도사를 읽고 있다. 2024.5.2. 건설노조 제공

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은 추도사에서 "건폭몰이를 주도했던 윤석열 정부는 아직까지 어느 누구도 사과하지 않고 있다. 열사의 명예를 짓밟았던 조선일보와 CCTV 유출 사건에 대한 수사는 아무것도 진행된 것이 없다"며 "열사는 우리에게 노동조합을 지켜내고 무자비한 윤석열 정권을 무너뜨려 달라는 유지를 남겼다. 열사의 염원에 따라 우리는 힘들고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끝까지 노동조합으로서 단결과 투쟁의 정신을 이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양회동 열사의 뜻을 잇는 것은 '못된 놈'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리고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은 누구나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양회동의 뜻"이라며 "아빠를 잃은 양회동의 가족이 살아갈 사회, 지대장을 잃은 양회동의 동지가 살아갈 현장은 노동의 가치가 존중되고, 인간의 존엄이 보장되는 세상이 되도록 만들어내자"고 했다.

공동행동 박석운 상임대표는 "양회동 동지의 억울한 죽음을 만든 기득권 카르텔, 윤석열 정부와 국토부 장관, 수구적폐 언론, 경찰 언론 등이 합작한 죽음의 카르텔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작동하는 현실이다. 이런 참담한 현실을 타개하는 것은 건설노조를 통한 현장투쟁으로 실현해야 한다"며 "영원한 건설노동자 양회동 동지여, 건설노조 조직강화를 위한 힘과 용기, 윤석열 정권 퇴진을 위한 용기를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진보당 전종덕 당선인이 2일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서 거행된 '영원한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 1주기 추모제'에서 추도사를 읽고 있다. 2024.5.2. 건설노조 제공

진보당 전종덕 당선자는 "1년이 지났지만 열사의 유지를 받드는데 모든 것이 부족한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앞선다"며 "오늘 진보당 당선자들은 경찰청에 가 CCTV 유출사건 신속 수사를 촉구하고 왔다. 진보정당에 보냈던 당부를 잊지 않고 야당들과 힘을 합쳐 열사의 명예회복과 노조탄압의 진실을 밝히는 데 노력하겠다. '못된 놈' 끌어내리고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건설노조와 민주노총 동지들과 싸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양회동 열사 정신계승 사업회'(열사회) 회장을 맡은 건설노조 강한수 수석부위원장은 열사회 출범 보고를 했다. 열사회는 추모사업, 열사 자녀 학자금 지원 사업 등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열사회는 1주기에 맞춰 '영원한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 투쟁백서'를 발간해 고인에게 바쳤다. 백서는 양 열사 분신부터 장례까지 50일간의 기록을 담았다. 다만 CCTV 유출과 수사기관의 강압을 담아내지 못했다. 건설노조는 추후 진상규명과 함께 백서를 추가로 발간한다는 계획이다.

참가자들은 <동지가>를 제창하고, 제례와 헌화를 하며 추모제를 마쳤다. 건설노조는 다음 달 8일 예정된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범국민 추모제에는 양 열사의 영정과 위패가 처음 봉안된다.

 

2일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서 거행된 '영원한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 1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건설노조원들이 윤석열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5.2. 건설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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