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끝없는 기만극…울분 쌓여만가는 유족들

변명과 은폐, 거짓과 파렴치, 책임 회피 계속

대통령실, 이태원 참사 최초 보고 시간 ‘거짓말’

한동훈, ‘마약 부검’ 질문에 “절차상 문제 없어”

윤석열 정부에 물어야 할 것들, 산처럼 쌓여가

2022-12-08     이승호 에디터

이태원 참사를 둘러싼 윤석열 정부의 거짓말이 끝이 없다. 납득하기 힘든 해명과 이해할 수 없는 변명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책임 회피를 위해 은폐도 서슴지 않는다. 파렴치가 도를 넘었다. 유가족들의 원망은 커지고 원성은 높아간다.

참사 ‘최초 보고 시간’ 거짓 발표

여지껏 드러난 정부의 거짓말 가운데 첫 번째는 대통령실의 ‘참사 최초 보고 시간’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11월 2일 "10월 30일 00시 05분에 경찰의 첫보고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사실이 아니다. 경찰이 대통령실에 첫 보고를 한 시간은 참사 당일인 29일 밤 11시 36분이었다. 30분 정도 차이가 난다. 최초 신고(10월 29일 밤 10시 15분) 기준 약 2시간, 참사 발생 시간 기준 1시간 이상, 소방의 상황 공유 시간 기준 약 40분 늦은 시간이기도 하다.

대통령실이 받았다는 첫보고는 사실상 네 번째였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아 입수한 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윤 의원은 “대통령실이 경찰로부터 최초 보고를 받은 시점을 사실과 다르게 발표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대통령실이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순수하지 않은 의도를 가지고 책임을 떠넘기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윤건영 의원실

국민의힘, 유가족 간담회 불참하고 ‘민주당 핑계’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국민 앞에서 대놓고 거짓말을 했다. 그는 “유가족 명단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지만 얼마 뒤 거짓말로 드러났다. 이 장관의 거짓말은 이후 ‘참사 거짓말’의 예고편이었다.

지난 1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와 유가족들의 간담회가 열렸다. 유족들의 요청으로 이뤄진 간담회다.

야당 위원들은 참석했지만 국민의힘 위원들은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국민의힘 이만희 간사는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통지해서 면담에 참여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에 유가족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간담회 며칠 뒤인 지난 5일 유가족들은 성명까지 발표, “여당 의원들은 정부와 여당이 유가족들을 외면했다는 사실을 왜곡하지 말라”고 성토했다. 또 “지난달 30일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도 면담을 요청했고, 같은 날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만희 의원실이 면담 요청서를 수신한 사실도 확인했는데 일방적으로 불참했다”며 이 의원 측 해명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성명 이후에도 유가족들의 쓴소리는 이어졌다.

고 이지한 씨의 아버지 이종철 씨는 지난 6일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에서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아서 나오지 않았다고 했는데, 우리는 이만희 간사와 민주당 똑같이 전달했다. 이 간사가 내용을 접수했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그런데 왜 그런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유가족 간담회가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2022.12.1. 연합뉴스

‘압사’라는 말 삭제하라

참사 발생 직후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압사’라는 단어를 쓰지 말고, ‘이태원 사고’라는 표현을 쓰라는 지시가 나왔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참사 다음 날인 10월 30일 오후 박향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모바일 메신저에 ‘오늘 대통령 주재 회의 결과 이태원 압사 사건을 ‘압사’ 제외하시고 이태원 사고로 요청드려요’라는 문자를 누군가에게 보냈다. 수신자인 관계 공무원은 ‘이태원 사고로 변경하겠습니다’라고 답했고, 박 정책관은 다시 ‘감사해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보건복지부, 소방청, 소방본부 등의 관계자들의 모바일 메신저 대화 내용 가운데 한 부분이다.

이 대화 내용은 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입수한 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이뿐 아니다. 정부가 참사와 관련된 말과 표현을 선택하고 가공하는데 세심한 공을 들였다는 사실은 여러 지점에서 발견할 수 있다.

행안부는 지난 10월 31일 발송한 ‘이태원 사고 관련 지역 단위 합동분향소 설치 협조’ 공문에도 여지없이 ‘사고’라는 말을 썼다. 공문 내용에는 (합동분향소) 제단 중앙에 ‘이태원 사고 사망자’로 쓰라는 지침이 들어가 있었다.

정부 각료들도 약속한 듯 너나없이 참사를 사고로, 희생자를 사망자로 말했다.

그나마 표현이 바뀐 것은 유가족의 원성과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은 뒤다. 정부는 지난 2일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해체하며 이태원 참사 행안부 지원단을 새로 만들었다. 슬그머니 사고를 참사로 바꾼 것이다.

한동훈 법무장관 “마약 부검 지시 내린 적 없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지난 4일 일부 검사들이 참사 희생자들의 장례식장을 찾아 ‘마약 관련 부검’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대검찰청은 “그런 지시를 내린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이에 대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이렇게 해명했다.

“대검찰청에서 마약과 관련한 부분을 (유가족들에게) 물어보라는 지침을 내리거나 한 것도 아니었고, 결과적으로는 준사법적 절차에 따라서 검사가 현장에서 판단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 절차에서 특별히 문제점이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 장관의 해명은 대검찰청의 “그런 지시를 내린 적은 없다”는 해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전국 검찰청의 담당 검사들이 ‘자체 판단’으로 그렇게 움직였다는 말인가. 그게 단순히 우연의 일치로 볼 문제일까.

이임재 전 경찰서장 행적 ‘허위 보고’

거짓말은 경찰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참사 현장 근처에 도착한 것은 인명 사고 발생 후 50분쯤 지난 밤 11시 5분쯤이었다. 그런데 그의 그날밤 행적이 대통령실에 허위로 보고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의 상황 보고서에는 ‘밤 10시 17분, 경찰서장 현장 도착, 현장 지휘’라고 기록돼 있다. 보고서의 내용은 9번이나 수정됐다. 하지만 이 전 경찰서장의 행적 부분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공문서 위·변조다.

지난 7일 KBS 보도로 밝혀진 내용이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의 개입이 있었는지 확인해보겠다는 입장이다. 개입했다면, 경찰 고위직이 나서 거짓을 꾸민 게 된다.

서울시 매뉴얼, ‘유가족 만남’ 방해

지난 2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서울시 시민건강국의 ‘이태원사고 부상자 현장지원 참고자료’를 공개했다. 문서를 보면 서울시가 유족간 연락처 공유를 막는 지침을 세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서의 가족 대응 주요 FAQ 부분에는 ‘다른 환자 및 보호자와 상의할 수 있도록 연락처 공유가 가능한지?’라는 질의에 ‘다른 환자 및 보호자의 연락처는 개인정보 사항이라 공유 불가능함을 안내 부탁드립니다’라는 답변이 기재돼 있다.

심지어 해당 자료는 지난달 1일 유족 일대일 담당 공무원 교육 때도 활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고 최민석 씨 어머니는 지난 3일 M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호소했다.

“왜 유가족들이 서로 만나면 안 됩니까. 왜 못 만나게 해요? 왜 유가족 명단 없다고 거짓말합니까?”

왜 대통령실은 거짓 발표를 했을까. 왜 압사라는 말을 지우라고 했을까. 왜 국민의힘은 곧 드러날 사실관계까지 왜곡할까. 그런 거짓말과 왜곡을 통해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윤석열 정부에 물어야 할 것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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