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저임금 취업 늘며 '임금 양극화' 심화
고용정보원, 2008~2022년 고용실태 조사
지니계수 2020년 0.325 → 2022년 0.332
통계청 발표, 10월 취업자 35만명 늘어나
60대 34만명 늘고, 청년층은 감소세 지속
취업자가 늘고 있지만 완화 추세를 보였던 임금 격차는 2020년 이후 다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가 늘면서 임시직 등 저임금 일자리가 양산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5일 한국고용정보원이 내놓은 '최근 임금 격차 특징과 원인' 보고서에 따르면 임금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2008년부터 완화되다가 2020년을 기점으로 심화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의 값을 가지며 0에 가까울수록 평등,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함을 의미한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자료를 활용해 2008~2022년 시간당 임금 격차를 분석한 결과, 지니계수는 2020년 0.325까지 낮아졌으나, 2021년 0.327, 2022년 0.332로 다시 커졌다. 2020년 이후 저임금과 고임금의 격차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전환된 결과다.
저임금을 1분위, 고임금을 10분위 등 10개 분위로 구분해 실질임금으로 환산한 시간당 임금을 비교해보니 임금상승률이 1분위에 가까울수록 낮고 10분위로 갈수록 높았다. 1분위 평균 시간당 임금이 2020년 8807원에서 2022년 9062원으로 2.9% 오르는 반면, 9분위 임금은 2만 9317원에서 3만 1933원으로 11.2%나 올랐다. 1분위와 9분위의 임금상승률이 4배에 가깝다.
2020년 이후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이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보다 훨씬 적게 오르면서 임금 격차가 더욱 벌어진 셈이다. 실제로 시간당 임금의 소득 분위별 격차를 보면 2008년부터 2020년까지는 완화 추세를 보이다 2020년부터 2022년에는 격차가 심화됐다. 이는 격차 완화 구간에서는 저임금층의 임금 상승률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저임금층에서 시간당 상승률이 다른 분위에 비해 낮게 나타난 것이 주요 원인이다.
보고서는 이같은 임금 격차 확대의 요인으로 인구 분포 변화와 고령층 및 여성 근로자들의 증가를 지목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근속, 퇴직, 재취업 근로자들이 섞여 있는 50대가 특히 임금 불평등이 심한 연령대인데, 최근 전체 근로자 분포에서 50대 이상 비중이 증가하면서 전체 불평등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저임금층에서 고령자와 여성 근로자의 비중이 증가한 것도 저임금층의 임금 상승 폭을 제한하며 격차를 넓힌 요인으로 꼽혔다.
저임금 근로자들을 연령별로 보면 49세 이하 모든 연령층은 2020년 대비 2022년에 인원이 줄었으나, 50세 이상에선 모두 늘었다. 특히 65세 이상 저임금 근로자 수는 이 기간 25.3%(남성 18.3%·여성 36.0%)나 늘었다.
보고서는 노동시장 수요 관점에서 전통산업의 디지털 전환으로 고숙련 고임금 취업자가 증가하고, 공급 관점에서 고령층의 참여가 활성화되면서 저임금 일자리가 양산된 것도 임금 양극화 현상이 강화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876만 4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34만 6000명 늘었다. 석 달 연속 증가세이지만 여전히 취업자 증가는 60세 이상 고령층이 주도하고 있다.
연령별 취업자는 60세 이상에서 33만 6000명 늘어 증가 인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30대도 11만 명 늘었지만, 청년층(15∼29세)은 8만 2000명 감소했다. 청년층은 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작년 11월부터 월간 기준 1년째 감소세다. 40대도 6만 9000명 줄었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임금근로자 가운데 상용근로자가 44만 명, 임시근로자가 6만 8000명 늘었다. 임시근로자는 작년 5월 7만 9000명 늘어난 이후 17개월 만에 증가로 전환했다. 저임금 취업자가 많이 종사하는 숙박음식점업과 도소매업의 취업자 증가가 두드러졌다.
장사랑 고용정보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임금 격차 확대는 노동 수요공급 구조 변화에 따른 '임금의 양극화' 현상이 강화한 데 기인한다"며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가 활성화되면서 저임금 일자리가 양산되는 것이 주원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