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감소 12개월째…"덜 줄었다"며 반색하는 정부

9월 수출 547억 달러 전년 동월 대비 4.4% 줄어

무역 흑자 37억 달러라지만 수입 감소 결과일 뿐

정부, 수출 감소율 줄자 "곧 증가세 전환" 큰 소리

재고 증가 · 중국 경기 불확실성 확대 등 악재 여전

2023-10-01     유상규 에디터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9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4%가 줄어, 월간 기준으로 12개월째 감소를 기록했다. 사진은 컨테이너선이 출항하고 있는 부산항의 모습. 2023.9.21. 연합뉴스

9월에도 수출이 지난해보다 줄어 수출 감소 추세가 우려했던 대로 1년째 계속됐다. 무역수지가 4개월 연속 흑자를 냈다지만, 이 역시 수입이 수출에 비해 훨씬 큰 폭으로 줄어들어 생긴 '불황형 흑자'일 뿐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내놓은 '9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9월 수출액은 546억 6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4.4% 줄어들었다. 수출액은 작년 10월 –5.8%로 감소하기 시작한 이래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9월 무역수지는 37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정부는 무역수지가 지난 6월 11억 6000만 달러 이후 4개월 연속 흑자이며, 지난 2021년 10월 18억 달러 흑자 이후 최근 2년 내 가장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부터 15개월 연속 적자를 보였던 무역수지가 올해 들어 지난 6월부터 흑자로 돌아선 것은, 수입 감소가 수출 감소보다 더 커서 생긴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이다.

수출입 감소율 추이 (2023년 9월)

9월 수출액은 작년 10월부터 12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지난 2018년 12월 이후 2020년 1월까지 14개월 이후 가장 장기간 연속 기록이다. 산업부는 9월 수출 감소가 반도체 가격 하락과 작년 9월 수출이 크게 늘었던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체 수출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의 9월 수출액은 99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3.6% 감소했다. 올해 최저 수준의 감소율이긴 하지만 14개월 연속 감소세다. 특히 전체 반도체 수출의 54.6%나 되는 비중을 차지하는 메모리 반도체가 제품가격 하락으로 작년보다 18%나 감소했다.

다만 분기별 반도체 수출은 1분기 저점을 찍은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수출은 1분기 월평균 68억 6000만 달러, 2분기 75억 5000만 달러에 이어 3분기 86억 달러 등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자동차(10%), 일반기계(10%), 선박(15%), 철강(7%), 디스플레이(4%), 가전(8%) 등 6개 품목의 수출도 작년보다 증가했다. 특히 자동차 수출은 9월 기준 역대 1위로, 1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면서 전체 수출 흑자 행진을 이끌어갔다.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친환경차와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등 고부가가치 차량 수출이 호조세를 이어가면서 15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를 달성했다. 전체 자동차 수출의 22%를 차지하는 전기차 수출은 작년보다 46.5% 증가했다. 석유제품(-7%), 석유화학(-6%)의 수출은 감소했지만, 감소율이 한 자릿수로 집계돼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던 8월보다 크게 개선됐다.

 

수출입 추이 (2023년 9월)

지역별로는 대중국 수출이 올해 최고 실적인 110억 달러로 집계돼 2개월 연속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9월 대중국 무역수지는 1억 달러 적자였지만, 지난해 10월(-12억 6000만 달러) 이후 가장 양호했다. 대중 무역수지는 지난해 10월부터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지만 올해 3월 이후 6개월 연속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9%), 유럽연합(EU·7%) 등에서 수출이 자동차와 일반기계의 양호한 수출실적을 바탕으로 역대 9월 실적 중 1위를 기록했다. 대미국·EU 수출은 2개월 연속 증가세였다. 대미국 수출액은 100억 3900만 달러로 대중국 수출 규모를 추격하는 수준을 기록했다. 대미 무역수지는 49억 2000만 달러 흑자를 보였다.

올해 들어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던 대아세안 수출은 일반기계, 석유화학, 철강 등 주요 품목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감소율이 한 자릿수(-8%)를 나타냈다. 아세안 수출의 52%를 차지하는 베트남도 2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3%)를 보였다.

9월 수출 감소율이 4.4%로 전달(-8.3%)에 이어 두 달 연속 한 자릿수를 보이고,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아진 데 고무된 정부는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되는 변곡점에 도달했다고 전망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미 지난 4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4분기 중에는 수출이 플러스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출 여건을 둘러싼 경제 지표와 대외 여건은 그리 녹록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의 재고가 크게 늘어나는 등 경기 회복이 기대에 못미치고, 가격도 지난 4월 이후 5개월 연속 하락세다. 무엇보다 수출 실적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중국의 경제 상황이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가장 큰 악재다.

9월 수입액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에너지 수입액이 감소하면서 509억 6000만 달러를 기록, 작년 같은 달보다 16.5% 감소했다.

가스·석탄·원유 등 3대 에너지의 국제가격이 하락하면서 에너지 수입액은 작년보다 36.3% 감소한 113억 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에너지를 제외한 수입은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등을 중심으로 396억 5000만 달러(-8.3%)를 기록했다. 산업 생산에 필수적인 철강(1.2%), 석유제품(21.5%) 수입과 함께 이차전지 원료인 수산화리튬(15.2%) 수입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우리 수출이 세계적 고금리 기조, 중국의 경기둔화, 공급망 재편 등 여전히 녹록지 않은 대외여건 속에서도 개선 흐름을 이어 나가고 있다"며 "4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출 감소율과 반도체 수출 최대실적, 올해 최고 수준의 대중국 수출 등 우리 수출이 '플러스 전환'의 변곡점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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