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률 역대 최고? 청년 취업자는 10개월째 감소
8월 취업자 26만8천명 늘었지만
60대 이상 빼면 3만6천명 줄어
청년 고용률만 0.3%P 떨어져
대기업 채용 줄며 취업난 가중
정부는 “나쁘지 않다” 낙관만
“취업자 수는 늘었지만 청년 취업난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매월 고용동향 자료가 나올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이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8월 고용동향’도 다르지 않았다. 취업자 수는 2867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만8000명 늘었다. 7월에 비해 증가 폭이 컸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이 확대된 것은 3월 이후 5개월 만이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3.1%로 통계 작성 이래 8월 기준 역대 최고였다. 실업자도 4만1000명 감소한 57만3000명으로 역대 최소치를 기록했다. 실업률은 전월을 통틀어 역대 최저다.
여성 취업자만 늘었을 뿐 남성 취업자는 1만3000명 줄었다. 두 달 연속 감소세다. 제조업과 건설업 경기가 부진한 것이 남성 취업자 수가 줄어든 요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제조업 취업자는 6만9000명 줄면서 8개월째 감소했고 건설 경기 침체로 건설업 취업자도 9개월째 줄었다.
가장 큰 문제는 60대 이상 취업자만 늘고 청년 일자리는 계속 줄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는 30만4000명 늘었다. 60세 이상을 제외한 나머지 연령대에서는 취업자 수가 3만6000명 감소한 셈이다. 특히 청년층(15~29세)에서 10만3000명이 줄었고 경제의 허리인 40대에서도 6만9000명이 감소했다. 청년층은 10개월째, 40대는 14개월째 취업자가 감소하고 있다.
청년 인구가 감소하는 요인을 고려해도 청년 일자리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달 청년층의 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인 고용률은 47.0%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포인트 떨어지며 7개월째 하락했다. 지난달 고용률이 떨어진 연령은 청년층이 유일하다. 풀타임으로 분류되는 36시간 이상 취업자도 100만 명 감소했다.
청년층 취업난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데도 정부 진단과 인식은 안이하다. 8월 기준 청년층 고용률이 역대 두 번째로 높고 실업률도 역대 최저로 양호하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운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청년층 취업자 수가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20대 후반 고용률은 나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청년 일자리 전망은 암울하기만 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3년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 10곳 중 6곳 이상(64.6%)은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대졸 신입사원을 뽑겠다고 답한 기업들도 대부분 채용 규모를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거나 줄이겠다고 했고 채용을 늘리겠다고 답한 곳은 17.8%에 불과했다.
이처럼 기업의 신규 채용 규모가 줄다 보니 앞으로 청년들의 취업 문턱은 높아질 게 뻔하다. 올해 대졸 신규 채용 경쟁률은 평균 81대 1로 지난해 77대 1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말 그대로 바늘구멍인 셈이다. 그렇다고 중소기업 취업하라고 권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임금과 복지 수준이 대기업의 절반 이하이기 때문이다.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 백수’는 126만 명이 넘는다. 그중 절반 이상은 대학 졸업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15~29세 청년층 인구 841만6000명 중에 재학생과 휴학생을 뺀 졸업자는 452만1000명이다. 이중 미취업 상태인 청년은 126만100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53.8%는 대졸자이고 나머지는 고졸 이하였다.
아예 취업을 포기하는 청년도 늘고 있다. 졸업한 미취업자 4명 중 1명(25.4%)은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 후 첫 일자리를 잡을 때까지 평균 10.4개월이나 걸렸고 3년 이상 걸린 청년도 8.4%나 됐다.
취업난과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해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도 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한국통계진흥원의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 비율은 57.5%에 달했다. 이들 중 67.7%는 “아직 독립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경제적 여건을 갖추지 못해서’라는 응답이 절반 이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