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뉴스에서 사라진 윤석열 대통령과 어민들
[8월 넷째주 키워드 분석] '핵 오염수' 키워드 쏟아져
언론·SNS 등 디지털 플랫폼 '오염수' 언급량 폭발
언론은 '담담'…들끓는 국민 분노·불안 볼 수 없어
이번에도 윤 대통령 책임 언급않고 뒤로 감추기만
주요 매체, 직접 피해볼 어민·상인 목소리도 줄어
지난주 일본이 끝내 핵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 300만 톤이 넘는 핵 오염수를, 무려 30여 년간 바다에 버리겠다는 것이다. 인류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 결과가, 아니 피해가 어느 정도일지 예측할 수 없다.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를 떠나 핵 폐기물 해양투기는 인류와 자연에 대한 범죄나 마찬가지다. 시민들은 ‘바다는 핵 쓰레기장이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22일 일본의 기습적인 핵 오염수 방류 개시 결정 소식에 이어 24일에는 오염수 방류가 실제로 시작됐다. KBS, MBC 등 국내 방송뿐 아니라 영국 BBC, 미국 CNN 등이 핵 오염수가 바다에 버려지는 ‘역사적인 범죄 장면’을 생중계했다. 국민들은 불안하고 걱정스런 마음으로 지켜봤다.
한 주 동안 언론 뉴스·SNS·커뮤니티·유튜브 등 모든 미디어 플랫폼의 최대 관심은 ‘일본 핵 오염수 방류’ 사건이었다. 언론 뉴스에서 언급량이 크게 늘어 ‘오염수’ 키워드는 63단계 상승한 3위, ‘방류’는 새로 10위권 진입, ‘후쿠시마’는 157단계나 상승한 10위를 기록했다.
SNS와 커뮤니티에서도 ‘오염수’ ‘일본’ 언급량이 급증하면서 최다 언급량 1, 2위를 차지했다. 유튜브에서도 언급량 순위가 ‘오염수’ 238단계, ‘방류’ 539단계나 급상승했다.
일본 핵 오염수 문제에 국민들의 관심은 이렇게 뜨거웠지만, 이번에도 언론은 국민들의 관심- 불안과 걱정, 분노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핵 오염수 해양 투기 범죄의 직접적이고 최대의 피해자가 될 어민·수산업자·상인들의 방류 반대 목소리와 한숨을 집중적으로 다룬 매체도 그리 많지 않았다.
주요 언론 대부분은 방류 개시 소식을 건조하게 다뤘다. 한국 정부가 ‘과학적으로 문제 없다’ ‘일본이 약속을 잘 지키는지 지켜보겠다’고 한 발표를 충실히 받아 적고 한국 어민들 피해대책을 더 잘 세워야 한다고 '담담하게' 전했다. 어떤 신문은 ‘한국에 끼칠 영향은 제로’ ‘오염수 괴담 좀 그만해라’는 일본 정부 입장을 열심히 전파했다. 일부 언론만이 ‘규탄’과 ‘반대’ 목소리를 냈을 뿐이다.
특히 언론의 뉴스에서는 중요한 두 가지가 사라졌다. 첫째, 이웃나라의 핵 오염수 방류라는 미증유의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최종 책임을 져야 할 대통령이다. 어떤 언론에도 이번 핵 오염수 방류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언론은 대통령이 왜 국민들에게 이를 설명하지 않는지도 묻지 않았다.
국민에 대한 피해, 국익 훼손, 국격 추락이 벌어졌을 때 최종 책임자는 누구인가? 묻지 않아도 당연하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이럴 때 번번이 사라지는 묘술을 부린다. 이태원 참사 때에도, 수해 참사 때에도, 잼버리 대회 파탄 때에도 그랬다. 일본 정부의 핵 오염수 방류라는 국제적·역사적 범죄 사건에서도 대통령은 말이 없다. 언론의 뉴스에서 사라진다.
대통령실은 ‘총리의 설명이 대통령의 설명’이라면서 대통령을 얼른 뒤로 숨겼다. 이번 핵 오염수 해양 투기라는 일본의 범죄행위를 한국 정부는 용인했다. 아니 적극 도왔다고 해야 할 것이다. 마치 일본 기시다 정부의 국제범죄, 해양범죄에 한국 윤석열 대통령이 연루되어 언급될까봐 감추는 듯한 모습이다. 그런데 언론은 이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둘째, 이 사건의 최대 직접적 피해자인 국내 어민·수산업자들의 목소리다. 이번 핵 오염수 해양 방류로 당장 생계의 위협을 받는 것은 어민·수산업자들이다. 그런데 이들의 목소리는 언론에서 거의 보이지 않는다.
방류가 시작된 24일 전후 일부 언론에서 어민·상인들의 ‘반대’ ‘규탄’ 현장 취재 보도가 있었으나 기사를 자세히 보면 이는 일본 후쿠시마 지역 어민·상인들 관련 보도였다. 우리나라 어민·상인의 반대와 규탄, 걱정은 몇몇 지역언론의 보도 몇 건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고 ‘핵오염수 괴담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는 주장만 보도되고 있다.
국내 어민·상인들의 분노와 한숨을 현장 취재를 통해 보도한 매체는 수산업계 전문지인 수산신문('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한 날 수산계는?'), 전남일보·무등일보·부산일보 등 일부 지역신문, 지역 KBS와 YTN 등 정도다.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언론, 범죄의 피해자에 대해 관심이 없는 언론은 이번 범죄의 공범자인가 아니면 방조자인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300만 톤의 핵 오염수 그리고 30년간의 해양투기라는 어마어마한 국제적 범죄, 인류와 자연에 대한 범죄의 가해자, 공범자, 방조자, 피해자가 누구인지 혼란스러운 것은 게으르고 무책임한 언론 탓도 상당하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빅데이터 여론분석 전문기업인 <스피치로그>의 ‘주간 키워드 분석’을 매주 게재합니다. ‘주간 키워드 분석’은 한 주 동안 보도된 뉴스, SNS, 커뮤니티, 유튜브 등 언론과 디지털 공간에서 나타나는 전체 여론의 동향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시민들이 개인 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이고 활발히 소통하며 새로운 공론의 장을 만들어 가는 시대에 SNS, 커뮤니티, 유튜브에서 나타나는 키워드 분석은 민심의 동향을 보다 정확히 읽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료가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