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포자기' 검찰…김용 공판, 의미없는 '답정너' 일관
재판장 "유동규 진술 신빙성이 핵심" 다시 강조
검 "공사 설립 조례 앞장"…김 "당 차원에서 한 일"
검 "유 술값 5~6천 모두 부담"…김 "말도 안돼"
검, '입증' 포기한 일방적 질문…기존 '주장' 반복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재판의 막바지 단계인 '피고인 직접 신문'에서 검찰은 새로운 사실을 제시하거나 입증하지 못하고, 기존의 주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의 '막무가내 답정너 질문'으로 일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 17일 공판에서는 김용 전 부원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열렸다. 그동안 검찰로서는 '유일한 증거'라고 할 수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증언이 재판 진행 과정에서 심각한 수준으로 흔들려, 김 전 부원장에 대한 직접 신문을 통해 최종적으로 혐의를 입증해야 할 공판이었지만, 기존의 주장을 신문의 형식을 빌려 단정적인 표현으로 반복하는 데 그쳤다.
검 "공사 설립 조례 앞장"…김 "당 차원에서 한 일"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이 당시 성남시의원이었던 김 전 부원장에게 뇌물을 줬던 배경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과 대장동 사업 추진에 대한 편의 제공을 들었다. 따라서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이 시의원으로 성남도시개발 공사 설립조례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최윤길 전 새누리당 의원을 의장으로 추대하고, 표결에서 무기명 투표를 제안해 성사시키는 '주도적이고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검사(이하 '검')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최윤길 의원은 2012년 7월 6일 성남시의회 의장 새누리당 경선에서 패배하는데, 이에 피고인과 유동규, 정진상은 민주당 의원들을 설득해 같은 달 12일, 시의회에서 새누리당 최윤길을 지지하기로 계획한 일 있나요?
김용(이하 '김') 전제가 틀립니다. 유동규, 정진상을 말하는데, 민주당 15명 의원의 협의체인 의원협의회에서 의장에 누가 좋을지 의견 모으고 내부적 절차를 거쳐서 의장투표에 임한 겁니다. 정진상, 유동규 셋이 의장을 뽑는 걸 계획한다는 것은 전혀 잘못된 전제입니다.
검 최종 결정은 당연히 민주당 소속 15명 의원들이 의견을 모아서 한 것으로 압니다. 그 전에, 같은 당 소속이 아닌 다른 상대당, 다수당 의원을 의장으로 뽑자고 제안하는 것은 쉬운 게 아니잖아요. 피고인과 정진상, 유동규는 최윤길을 성남시의회 의장에 선출되게 하고 그를 통해 공사설립 조례 통과 계획을 셋이서 했지요?
김 검사님들이 계속 마치 셋이 준비해서 제안을 누가 했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그건 분명히 아닙니다.
검찰은 이어 김 전 부원장이 공사설립 조례안에 대해 무기명 투표를 제안해 조례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한 사실에 대해 물었다. 당시 성남시의회는 여소야대로 이재명 시장의 정책은 무조건 부결시키는 분위기였고, 특히 최윤길 의원이 의장 당선을 위해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이후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강경해져 조례안 통과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검 피고인은 2013년 3월 28일 성남시의회에서 공사설립 및 운영조례안 표결 방법에 소신투표가 가능하도록 무기명 투표를 제안했습니다. 당시 피고인이 어떤 경위로 무기명 투표를 제안했나요?
김 저기에 나온 것처럼 민주당이나 새누리당이나 당론에 묶여서 의사 표현에 한계가 있어, 당시에는 대장동 지역구 의원들은 대장동 개발 위해 공사 설립이 필요하다고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유 의사 표현으로 무기명으로 하자는 취지입니다. 저런 내용은 저희가 본회의 전에 의원협의회에서 논의해서 의회 전략 구사하자고 해서 진행하는 겁니다.
검 최윤길이 무기명 투표로 결정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항의해 집단 퇴장했습니다. 당시 피고인이 무기명 표결 제안하고 이를 최윤길이 받아들인 건 사전에 피고인과 최윤길, 유동규, 정진상이 미리 협의했지요?
김 그렇지 않습니다. 의장은 법적 권한으로 그렇게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걸 미리 약속한다? 무리한 얘깁니다.
검 "유 술값 5~6천 모두 부담"…김 "말도 안돼"
검찰은 유동규 전 본부장과의 술자리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검찰과 언론이 반복적으로 제기했던 '정치적 동지', '의형제', 그리고 중요한 의사결정이 모두 술자리에서 있었던 얘기로 주장되어 왔다. 또한 그 술자리 비용을 모두 유 전 본부장이나 남욱 변호사가 부담했고, 심지어 김 전 부원장이 다른 사람과 술자리를 가지고도 술값을 유 전 본부장에게 부담시켜왔다는 주장도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검 모 주점에서 일했던 직원의 진술에 따르면 대부분 피고인이 유동규, 정진상과 함께 셋이서 왔고 유동규가 술값 지불한 게 5~6천 이라고 하는데.
김 4천이라고 들었는데 그것도 저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짧은 기간에 무려 4천이라는 돈의 외상을 주는 것도 이상하고, 그 정도 외상 달고 술 먹는 것도 이상합니다. 그 부분은 동의할 수 없습니다.
검 다른 주점을 운영했던 최 모씨 진술에 따르면 유동규 없이 술마신 경우에도 피고인이 술값은 유동규에게 받으라고, 유동규가 줄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데.
김 전혀 그런 사실 없습니다.
검 정진상이 유동규와 술 마시고 수천만원 술값을 지속적으로 유동규에게 부담토록 한 것은 공단 또는 공사의 기획본부장인 유동규가 성남시 의원인 피고인, 성남시 정책비서관인 정진상과의 관계에서 소위 '을'이라는 입장이었고, 아쉬운 소리, 부탁하는 말을 하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부탁한 것 아닌가요?
김 그렇지 않습니다. 당시 사회에서 만나기 시작했고, 공단이 성남에서 가장 큰 조직입니다. 700명 있는 조직인데 무슨 유동규가 이쉬워서 부탁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검, '입증' 포기한 일방적 질문…기존 '주장' 반복
보통 증인과 피고인에 대한 신문은 관련된 증거나 증언을 논리대로 제시한 다음, 이에 동의하는지를 물어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또한 증인 혹은 피고인의 답변에 따라 그것을 실마리로 새로운 질문의 논리를 전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날 검찰은 가장 핵심적인 '금품 수수'의 사실과 경위에 이르러서는 그런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단도직입적이고 단정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방식을 택했다.
질문과 답변을 통해 사실을 확인해가거나, 피고인으로 하여금 혐의에 대해 수긍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부정할 것이 분명한데도, 그러거나 말거나 그동안 해온 주장을 '피고인 신문'의 형식에 맞춰 일방적으로 반복하는 형태였다. 뭔가를 '입증'하려고 하는 의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보였다.
검 피고인은 2013년 설 무렵 유동규로부터 1000만원 교부받은 적 있지요?
김 그런 사실 없습니다.
검 유동규가 그림을 그려가면서 설명했던 피고인 사무실 구조가 13년 당시 피고인 사무실 구조와 같은 게 맞나요?
김 검사님. 그 사무실은 유동규가 자주 왔었고, 제 지역구민들이 수시로 왔다갔다 하는 공적인 장소입니다. 유동규가 그림 그렸다고 대단한 것처럼 의미부여하지 마십시오.
검 유동규가 이와같이 성남시의회 사무실의 구조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돈을 전달할 때 밖에서 보이지 않게 블라인드를 내렸다는 등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유동규 진술의 신빙성이 상당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떤가요?
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김 2013년 9월 추석명절 유동규에게 1000만원 교부받은 사실 있지요?
김 없습니다.
검 남욱은 2013년 9월경 유동규가 피고인과 정진상에게 주겠다고 2천만원 마련했다고 진술했고, 피고인은 그 무렵 유동규로부터 1000만원을 교부받은 것이 사실로 보이는데요.
김 검사님. 그 사람들 금전거래 내용을 왜 저와 결부시킵니까? 전혀 그런 적 없습니다.
검 유동규는 남욱에게 3억원을 요구했고 남욱은 그렇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피고인은 이런 사실 들은 적 있죠?
검 전혀 없습니다.
검 2013년 4월 초순경 유동규로부터 7000만원 교부받은 사실 있죠?
김 아니오. 없습니다.
재판장 "유동규 진술 신빙성이 핵심" 다시 강조
이 사건은 유동규가 남욱 등으로부터 조성한 돈을 김용 전 부원장과 정진상 전 실장에게 뇌물 또는 정치자금으로 제공했다는 것이 기본적인 구조다. 그러나 유동규가 남욱 등으로부터 돈을 조성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매우 상세하게 입증이 되고 관련자들의 진술도 대체적으로 일치하지만, 유동규로부터 김 전 부원장과 정 전 실장에게 돈이 전달됐다고 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주장만 있을 뿐 단 하나의 입증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 재판에서는 '유동규 진술의 진술의 신빙성'이 핵심이며 사실상 재판부가 판단해야 할 유일한 대상이기도 하다. 재판장은 그동안 이 점을 반복해서 강조해왔고, 이날 공판을 마무리하면서도 이 점을 다시 한 번 짚었다.
재판장 "직무 관련성·대가성은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긴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개별 행위, 시점 등이 인정되는지 등을 주요 쟁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공여자인 유동규의 당시 지위, 진술의 신빙성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있습니다. 핵심 증거는 법정 증언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빙성 보강 혹은 탄핵 쪽으로 검토하는 게 앞으로의 재판 진행 방향으로 알면 될 것 같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직무관련성도 불투명하고, 검찰과 언론이 그동안 마치 '결정적인 증거'인 것처럼 요란하게 제시했던 '남욱→유동규'로 이어지는 돈 조성 및 전달과정은 큰 의미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재판은 앞으로 두 차례 정도 추가적인 증거를 심리하는 공판이 열린 뒤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