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안성 사망사고, 데크플레이트 공법이 원인”
신속성·자재비 경감으로 건설사들 선호
붕괴사고 잦아 노동자에겐 '공포의 공법'
“불안하다” 호소하면 “싫으면 집에 가라”
데크플레이트 시공 중단하거나 보완 필요
사망해도 기소 않는 중대재해처벌법도 문제
공사장 붕괴로 베트남 노동자 2명이 사망한 경기도 안성 신축 공사장 사고 관련 공기 단축 속도전을 위한 데크플레이트 공법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데크플레이트 공법 중단, 보완과 중대재해처벌법 엄격 적용을 주장했다.
9일 오전 11시 47분경 ‘안성 아양지구 폴리프라자 신축공사’ (시공사 기성건설(주)) 현장에서는 콘크리트 타설 중 붕괴 재해로 베트남 노동자 2명이 사망했다. 지하 2층, 지상 9층 규모로 사고는 9층 바닥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던 중 바닥면이 8층으로 무너지면서 일어났다. 이에 8층에서 작업 중이던 베트남 노동자 2명이 콘크리트와 철근 더미에 매몰돼 목숨을 잃었다.
건설노조는 “무리한 속도전이 맞물린 데크플레이트 시공이 재해의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데크플레이트 공법을 중단하거나 전면 보강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온전한 시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데크플레이트 시공은 바닥재나 거푸집 대용으로 철강 패널을 사용하는 시공법을 말한다. 타설된 콘크리트가 소정의 강도를 얻기까지 고정하중 및 시공하중 등을 지지하기 위해 설치하는 동바리를 이용하지 않고 시공하기 때문에 자재비 경감과 신속성을 기할 수 있어 건설사들이 선호하는 공법이다. 거푸집 틀을 만들어 벽과 바닥을 만들고 동바리로 밑을 받친 후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것과 달리 공장에서 찍어낸 구조물을 이어 붙여 사용하는 방식이다.
건설노조는 “아무리 데크플레이트이어도 층고나 면적 등 현장 여건에 따라 무게를 분산하기 위해 지지대를 받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 “사고 현장에선 이 지지대를 충분히 받쳐놓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데크플레이트는 용접 등을 통해 이어 붙이는데 이 부분이 불량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데크플레이트 이음 부분이 떨어져 나가면서 무게중심이 쏠려 무너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건설노조가 데크플레이트 시공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이와 유사한 사고가 빈발했기 때문이다. 2022년 10월 21일에는 경기도 안성 KY로지스 저온물류창고 신축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 8명이 4층 바닥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하부 지지대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붕괴돼 5명이 추락하고 3명이 사망한 참사가 발생했다.
2022년 7월 27일에는 대전 중구 주상복합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중이던 노동자 3명이 5m 아래로 추락했다. 2022년 4월 9일에는 대전 중구 주상복합 신축 공사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중 슬라브가 4m가량 내려앉아 노동자 4명이 추락해 부상을 입었다.
건설노조는 “현재 문제가 되고있는 무량판구조처럼 데크플레이트 공법도 한국 건설 현장에 뿌리 깊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과 ‘빨리빨리 속도전’이 맞물려 노동자들에게 ‘공포의 공법’이 되고 있다”면서 “7월 폭우 중에도 콘크리트 타설을 했다는 주변 시민들의 증언을 보면 해당 현장에서 속도전이 벌어졌음을 보여주는 징후다”라고 밝혔다. 이어 “건설노동자는 속도전의 제물인가”라면서 “데크플레이트 공법에 얼마나 많은 건설노동자가 콘크리트 철근 무덤에 산 제물이 돼야 하는가”라고 밝혔다.
건설노조는 또 “데크플레이트 시공 시 현장 노동자들은 웬만하면 데크플레이트 가운데 부분은 가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무게중심이 쏠려 무너지면 대개 가운데 부분이 붕괴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타설 노동자들은 데크플레이트가 제대로 시공됐는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투입된다는 것이 건설노조의 주장이다. 건설노조는 “시공사에서 작업 배치를 일단 하면 타설 노동자들은 이 공법이 제대로 시공됐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작업을 한다”면서 “타설 중 붕괴 사고는 대부분 중대 재해로 이어져 여러 명이 동시에 재해를 당하게 된다”고 밝혔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봉괴 사고 시 타설하던 노동자들은 어찌할 도리 없이 순식간에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건설노조는 “운 좋게 가장자리 부분에 있거나 잘 뛰어내리거나, 철근 등을 부여잡아 살기도 한다”면서 “많은 경우엔 타설하던 콘크리트와 각종 자재와 뒤엉켜 추락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뛰어내려도 추락방지망이 없거나 철근 같은 구조물 때문에 죽기도 한다”면서 “2022년 안성 사고 현장은 공사 마감 시점을 3개월 남겨둔 상황에서 공정률이 56%였다고 하니 어떻게 공사했을지 안 봐도 눈에 선하다”고 밝혔다.
건설 현장에서 데크플레이트 공법의 위험성을 지적하면 일터에서 쫓겨날 위험에 빠진다는 것이 현장 노동자의 증언이다. 타설 노동자로 일하는 김용기 씨는 “데크플레이트 공법으로 사고가 일어나서 사망 사고가 나면 다시는 이런 일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이야기한다”면서 “그런데 현장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 경력자로서 불안하고 위험하다고 이야기하면 ‘일하기 싫으면 집으로 가라’고 한다”면서 “현장에서 쫓겨나면 민생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그 위험에 노출됨을 알면서도 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됐는데 이후 500건이 넘는 사망재해가 있었고 이 중 200건이 넘는 사업장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업장이었으나 실제 기소건수는 21건에 그쳤다. 그나마도 법의 취지에 맞게 처벌받은 사업주도 없다. 건설노조는 “중대 재해를 예방하는 관리 감독도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건설 현장에는 현장 노동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구조도 없다”면서 “건설사의 안전 점검은 형식적이거나 서류 위주이기 일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