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노선 경제성 분석 않고 "경제성 있다"는 국토부
용역업체 월간 진도 보고서·공정표 입수
노선 변경 공개한 5월에는 교통량·편익 산정 단계
"경제성 있다"던 7월10일은 경제성 분석 착수전
B/C 내놓으라니, 원희룡 "경제성 평가 한참 남아"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둘러싸고 김건희 씨 일가 특혜 의혹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 분석을 방침으로 정했지만, 정작 타당성 조사를 수행한 용역업체는 노선 변경안이 공개된 올해 5월까지 경제성 분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는 김건희 씨 일가 땅 인근으로 고속도로 노선을 변경하는 방안이 '경제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경제성 분석조차 실시하지 않은 사실이 문서로 확인된 것이다.
26일 <시민언론 민들레>가 입수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타당성 조사 사업 월간 진도 보고서'에 따르면 용역업체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타당성 조사와 관련한 주요 내용을 국토부에 보고했다. 월간 진도 보고서는 용역업체가 매달 사업 추진과 관련해 주요 내용을 국토부에 보고하는 문서로, 총 3쪽으로 구성돼 있다.
용역업체는 지난해 4월부터 매달 제출한 월간 진도 보고서를 통해 △착수보고 자료 준비 △노선대 검토 △교통량 검토 △예타안 노선 분석 △관계기관 협의 등을 추진했다고 국토부에 보고했지만, 경제적 타당성 분석과 관련한 내용은 한 건도 보고하지 않았다.
이는 용역업체가 월간 진도 보고서에 첨부하는 '상세 공정표'에서도 확인된다. 업체는 착수보고, 대안 선정 및 기술적 검토, 관계기관 협의, 최적대안 선정, 교통수요 예측 등 공정을 완료했지만, 경제적 타당성 분석은 7월 하순에나 수행하는 것으로 계획했다.
상세 공정표 상으로는 노선 변경안이 공개된 올해 5월에 와서야 편익 산정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이지만,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돌연 고속도로 '백지화'를 선언하면서 비용 분석, 총 사업비 산정 등 경제성 분석 관련 일정은 상당히 순연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근거 제시 없이 경제성만 주장하는 국토부
고속도로 노선 변경에서 경제성 분석은 최적대안 도출과 교통량 분석 등과 함께 필수적인 사안이다.
국토부도 지난해 1월 비공개로 작성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타당성 조사 추진 방침 문서'에서 경제성 분석을 주요 과업 내용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최소한의 경제성 분석이 이뤄지지도 않은 채 노선 변경을 발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용역업체가 노선 변경을 제시했으며 김 씨 일가의 땅이 있는 강상면 병산리로 노선을 바꾸는 것이 경제성 있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구체적인 근거도 없다.
국토부는 지난 10일 국토부 출입기자단에게 배포한 설명 자료에서 노선 변경이 가장 높은 경제성(B/C)이 예상된다고 했지만,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지난해 5월 용역업체가 작성한 착수보고 문건에서도 마찬가지로 B/C 분석은 없었다.
특히 서울-양평 고속도로 원안은 경제성 평가에서 비용 대비 편익비율(B/C)이 0.82로 기준치(1.00)에 미달했고, 정책성 분석 평가(AHP)도 기준치(0.5)를 간신히 넘는 0.508로 국가교통망 등과 연계해 겨우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안이다.
원안조차 어렵게 예타를 통과한 상황에서 일개 용역업체가 경제성 분석도 없이 1조 8000억 원에 달하는 고속도로 사업의 노선 변경을 제시하고, 국토부가 이를 그대로 추진했다는 것은 정책적 설득력이 떨어진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출석해 경제성 관련 질의에 "B/C는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끝난 상태에서 계산하도록 해서 아직 그 절차까지 한참 못 갔다"며, 절차적으로 경제적 타당성 분석을 실시하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원 장관은 다만 "우리가 B/C가 잘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얘기하는 이유는 비용이 얼마가 추가 됐는지 나왔고, 거기에 따라서 교통량 분석을 했기 때문"이라면서도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