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수산시장 간 국힘의원들 뜬금없는 '바닷물' 시음
점심 횟집 먹방 나가 '핵오염수 안전' 시연
"후쿠시마에서 흘러온 물이니 훨씬 진한 것"
민주 "발상 자체가 기괴…분위기 파악 못하나"
국회, 야당 단독으로 후쿠시마 결의안 통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일본 후쿠시마 핵 폐수 해양 투기로부터 국민 불안감을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횟집 회식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수조물을 떠 마셨다. 그러면서 "(수조물이) 2011년에 (후쿠시마에서) 방류해서 우리 근해까지 온 것이기 때문에 지금 방류하는 것보다 이게 훨씬 진한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기획재정위원회 의원들은 30일 오찬을 위해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했다. 5선 의원인 국민의힘 김영선 의원은 시장을 둘러보던 중 갑자기 "이 물 먹어도 되는 거 아니냐"고 묻더니, 대게가 가득 담겨 있는 투명 수조 속 바닷물을 손으로 떠 마셨다. 상인은 "이 물도 정수됐다"며 "식품에 사용되는 건 정수한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다른 가게로 자리를 옮겨서도 "이건 바닷물이에요, 수돗물이에요"라고 물은 뒤, 상인이 "바닷물"이라고 답하자 또다시 광어가 담긴 수조물을 손으로 떠 마셨다. 그는 다른 의원들에게도 "물 좀 한번 드셔보셔"라며 권했고, 같은 당 류성걸 의원도 "좀 먹어볼까"라며 손으로 수조물을 떠 마시고는 "아, 이거 완전 바닷물이네, 짭조름한데 이거"라고 말했다.
이들을 안내한 상인은 "정수돼서 가져 온 거기 때문에 아무 상관없다"고 재차 말했고, 김 의원은 "이게 2011년도에 (후쿠시마에서) 방류해서 우리 근해까지 온 것이기 때문에 지금 방류할 물보다 이게 훨씬 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핵 폐수 안전성을 홍보하기 위해 우리 근해 바닷물이 후쿠시마에서 지금 처리되는 핵 폐수보다 더 오염됐다고 말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내고 "수산시장 수조의 물을 마시는 걸 보여주면 국민들이 핵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느낄 것으로 생각한 것 같은데 발상 자체가 너무 기괴하다"며 "아직 핵 오염수는 방류도 되지 않았는데 지금 바닷물, 그것도 노량진 수조의 물을 맨손으로 떠 마시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정부·여당이) 핵오염수 방류에 대해 일본 정부보다 더 적극적이고, 더 조급해 보인다. 왜들 이러시는 것이냐"며 "국민들의 대다수가 핵 오염수 방류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는데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계획 철회 및 수산물 안전성과 어업인 보호대책 마련 촉구 결의안'을 재석 177명 중 찬성 171명, 기권 1명으로 가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다.
결의안은 일본 정부에 핵 폐수 해양 투기 추진을 즉시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한국 정부에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및 잠정 조치(방류 중단) 청구를 촉구하고,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 확대 조치 등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표결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쿠시마 청문회와 관련된 양당 합의는 파기된 것"이라며 "(결의안 채택은) 조금 시간을 갖고 처리하기로 어느 정도 서로 양해가 된 상황인데, 약속한 사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