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시민 “내 월급 오르는 것보다 윤 퇴진이 더 절실”

서울시청 앞에서 홍대입구역까지 3시간 행진

시민들, 차 창밖으로 손 내밀어 응원

“이주호 장관이 사교육 증폭시킨 장본인”

“역대 보수-진보 정권 통틀어 가장 무능”

“8월 12일, 20대만 참석 퇴진 집회 개최”

2023-06-24     박승철 기자
제45차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서울 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2023.6.24. 사진작가 이호

촛불대행진의 열기가 서울시청을 넘어 젊은의 거리인 홍대 입구까지 전해졌다. 24일 오후 서울시청~숭례문 구간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45차 촛불대행진은 기존과 달리 ‘행진의 날’ 형식으로 진행됐다. 시민들은 행진하는 동안 “수능참사 교육폭탄 윤석열을 몰아내자”, “후쿠시마 핵폐수 방류 지지하는 윤석열을 몰아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오후 6시에 서울시청~숭례문 도로에 집결한 시민은 6시 20분부터 행진을 시작해 광화문 사거리-서대문역-아현역-이대역-신촌역-홍대입구역 구간을 행진했다. 오후 9시 20분까지 3시간 가까이 걸린 행진 일정이어서 주최 측은 비상약을 물론 행진 대열 후미에 구급차를 배치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촛불대행진이 서울시청, 명동, 광화문, 종로 등 도심을 벗어나 신촌, 홍대 등 서부권으로 행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시민들은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거나 버스 정류장에서 손을 흔들며 행진 대오를 응원했다.

행진 시작 전 발언대에 오른 강신만 전 서울시 교육감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킬러 문항’ 발언을 비판했다. 강 전 후보는 “수능 출제 기조와 방향은 4년 전부터 예고하는 것이 기본”이라면서 “수능 5개월을 남겨 놓고 ‘이래라, 저래라’, ‘넣고, 빼고 하라’는 것은 수험생, 학부모, 교사에게 엄청난 고통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주호 현 교육부 장관이 과거 교육부 장관이었던 2012~13년 킬러 문제가 본격화됐고 고교 다양화를 명분으로 자사고 100개 정책을 시행해 초등, 중학교에서 사교육을 증폭시킨 장본인”이라면서 “윤 대통령이 말한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 카르텔의 일등 공신은 현 이주호 장관”이라고 말했다.

행진이 시작되자 시민들은 저마다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발걸음을 옮겼다. 시민 김민정 씨(47·가명)는 “내 월급이 오르는 것보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하는 것이 더 절실하다”고 말했다. 경기 안양에 거주하며 한 공공기관에 근무하고 있다는 김 씨는 원래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김 씨는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우연히 신촌역에서 이재명 후보의 연설을 들었다”면서 “난생 처음 정치인의 연설을 들었는데 그 울림이 너무 커서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서는 공공기관 혁신안 때문에 윤 대통령이 인기가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국민의 삶에는 관심이 없고 상위 5%의 삶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아 화가 난다”면서 “민주당 국회의원들도 제대로 싸우지 않고 있는데 국민을 믿고 더 강하게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면서 시간이 날 때 한 달에 한 번 정도 촛불집회에 참석한다는 정미진 씨(29·가명)는 “나 같은 20대들이 집회에 많이 나오지 않는 것 같아서 나라도 나와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일을 하면 할수록 더 일을 악화시키는 것 같다”면서 “그만하고 내려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치에 관심이 없전 정 씨가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0·29 이태원 참사였다. 정 씨는 “이태원 참사 때 큰 충격을 받고 나서 정치에 대해 잘 알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됐고 촛불집회에 처음으로 나오게 됐다”면서 “평소에 운동을 잘 안 하는데 오늘 행진을 한다고 하니 운동도 되고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제45차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서울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2023.6.24. 사진작가 이호

서울 동작구에서 왔다는 대학생 박찬호 씨(21)는 지금까지 촛불집회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나왔다고 했다. 박 씨는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지 1년밖에 안 됐는데 우리나라 경제, 문화, 복지 등 모든 분야에 있어 이명박근혜 10년보다 더 후퇴하면서 국가적 위기를 맞았다고 생각해서 촛불집회에 나왔다”면서 “청년인 저에게도 고통스러운 나날이었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빨리 자리에서 내려와 무너진 나라를 정상화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친구들하고 정치 이야기를 하면 역대 진보, 보수 정권을 통틀어 윤 대통령이 가장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된다”면서 “그런데도 촛불집회에 같이 나오지는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씨는 또 “윤석열 대통령 퇴진뿐 아니라 새로운 대통령이 들어서서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것을 볼 때까지 집회에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철민 씨(50·가명) 가족은 촛불집회 참석을 위해 가족 전체가 매주 대전에서 서울까지 왕복하고 있다고 했다. 4살 아들이 행진하다 지칠 것 같아 유모차까지 들고 왔다. 박 씨는 “청와대 이전 문제 때문에 화가 났는데 바이든, 날리면 사태가 발생하면서 분노가 폭발해 매주 촛불집회에 참석하게 됐다”면서 “다른 무엇보다 검찰권으로 정치를 하는 검찰 독재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오후 8시께 행진 대오는 신촌역 오거리에서 잠시 멈추고 중간 집회를 열었다. 첫 발언자로 나선 백현빈 마을의 인문학 대표는 “아이가 아무리 학교에서 친구를 때리고 괴롭혀도 그 아빠는 장관급 하마평에 오르는 세상”이라면서 “아이가 집에서 사람이 귀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배우기라도 했겠느냐”고 말했다. 고경일 상명대 교수는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싸우고 있다”면서 “이 싸움에서 지면 역사에 길이길이 패배자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촛불 자원봉사자 김재웅 씨는 “지금 한국 정부가 일본 대변인 같은 일만 하고 있다”면서 “2년 전 후쿠시마 핵폐수에 반대하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어디갔는가”라고 말했다.

행진 대오는 신촌역에서 홍대입구역으로 다시 출발하기 시작했다. 서울 청량리에 거주하며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는 임대한 씨(32)는 “전기세, 가스비 올리고 부자는 감세해 주는 정부에 실망했고, 오발령 사태까지 나면서 너무 화가 나서 촛불집회에 나오게 됐다”면서 “수능 발언으로 고3들 대상으로 무슨 장난을 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대학의 조형예술학과에 다니고 있다는 박근하 씨(22)는 윤석열 퇴진 대학생 운동본부 회원이다. 박 씨는 “10·29 이태원 참사 때 마음이 맞는 대학생들끼리 대학생 운동본부를 만들었다”면서 “건설노동자를 건폭이라고 하고 고공 농성 노동자를 곤봉으로 내리치는 것을 보면서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것 같아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어 “행진을 하니까 다들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다”면서 “요즘 대학가에 정치적 목소리를 내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있는데 이런 분위기를 깨고 더 많은 대학생들이 집회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씨는 또 “8월 12일에 20대 들만 모이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학교에 대자보를 붙이는 등 홍보 노력을 더 많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대입구역에 도착한 뒤 서울 서남부촛불행동의 ‘독도는 우리 땅’ 플래시몹 공연이 진행됐다. 30대 여성 유은주 씨는 시민 발언을 통해 “이곳에 있는 20~30대 여러분 광장으로 나와 달라”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 우리 손으로 바꾸자”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1만 명(주최 측 추산) 행진에 참여했으며 다음 주 촛불은 7월 1일 오후 6시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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