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민들 "노무현 죽인 검찰, 이재명도 죽이려 하나"
28차 촛불대행진, 이재명 체포동의안 부결 촉구
장경태·김남국·강득구 등 민주당 의원들도 참석
'8만주 3300'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송도 불러
"이재명 구속하려면 이상민, 김건희도 구속하라"
시민들 "국회 체포동의안 압도적으로 부결하라"
촛불 시민들이 25일 바람이 부는 쌀쌀한 날씨에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 시도를 강력히 규탄하면서, "윤석열 '검찰 공화국'이 헌정사상 유례없는 야당 탄압을 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시위에는 민주당 의원들도 참가해 목소리를 보탰다.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인근 ~ 숭례문 구간에서 '28차 촛불대행진' 본집회를 열었다. 오후 6시 30분 기준 3만 명의 인원이 참가했으며, 온라인으로도 2만 4000명의 시민들이 지켜 봤다.
시위대 앞에 설치된 무대에 오른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해 "야당 대표가 검찰에 3번 출석을 했고 성남시청, 경기도청, 중앙당사, 국회 본청, 자택, 계좌까지 탈탈 털렸다"며 "인멸할 증거가 있냐, 도주할 우려가 있냐"고 큰 소리로 외쳤다. 장 최고위원은 "영장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큰 야당 대표로서, 구속해야 한다고 한다"며 "법리에도 없는 그것이 구속 사유라면 정치적 영향력이 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구속하고 김건희 여사를 구속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장 최고위원은 국가수사본부장직 사의를 표명한 정순진 변호사와 관련해, "인사 검증을 누가 하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하는 것 아니냐"며 "사법고시 동기, 자기 친구를 추천했다가 이렇게 사임했으니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또 "김 여사의 주가조작 혐의가 분명한데, 통화 녹음, 문자, 계좌, 엑셀 파일도 이미 다 증명됐는데, 검사가 이게 범죄인지 모르면 바보 아니면 깡패"라면서 "주가조작, 수사조작을 은폐·왜곡한 검사들을 기필코 탄핵하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은 '윤핵관'을 앞세워서 '김기현 챙기기' '윤석열 사단에게 좋은 자리 챙겨주기' '검사들 밥그릇 챙겨주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이게 과연 나라냐"라고 외쳤다.
김 의원은 "이재명을 죽이기 위한 수사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 대표는 특권을 내려놔야 한다면서 모욕주기 수사, 소환에 응했다"며 "헌정사상 단 한 번도 없었던 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압수수색이 332번이나 있었다. 이게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이어 "비명계 검사 출신 의원도 내가 검사장이면 그 영장 못하게 하고, 판사 출신 의원도 이런 엉터리 영장 본 적이 없다고 한다"면서 "검찰의 수사는 자신의 무능과 무책임, 무능력, 위선, 몰상식을 가리기 위한 정적 죽이기 수사"라고 규탄했다.
같은 당 강득구 의원은 "'곽상도 50억 원'이 무죄가 나왔다. 사법부가 공정하냐. 어떻게 이 검찰과 사법부에게 이 대표를 맡길 수 있겠느냐"며 "먼저 사법부와 검찰에 공정하지 못함을 질타하고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나라 곳곳에 검사들이 요직을 다 장악했다. 심지어 교육부 장관 보좌관도 검사 출신이다. 이미 검찰 공화국이 됐다"며 "80년대 군사정권보다 더 무서운 세상이 돼 가고 있다. 힘을 합쳐서 검찰 공화국, 검찰 독재를 막자"고 했다.
시민들도 목소리를 이어갔다. 유튜브 채널 '시사급발진'을 진행하는 시민 김정훈 씨는 "노무현 대통령을 누가 죽였나"라며 "검찰의 조작과 언론의 선동에 놀아난 국민들의 외면이 노무현의 죽음을 있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3년 지금 또다시 윤 정권은 검찰의 조작과 언론의 선동으로 이재명을 죽이려 한다"며 "절망 속에 빠진 국민들의 희망인 이재명을 지키고, 우리를 지키고, 우리 아이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 윤석열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소리쳤다.
청년 구희민 씨는 "윤석열과 정치 검찰"이 "사람의 탈을 쓴 인간 백정"이라며 "저들은 무고한 사람을 집어넣는 것밖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했다. 구 씨는 "정치 검찰은 이 대표에 없는 죄를 만들어서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저들은 대표를 죽이고 영원한 기득권을 꿈꾸는 자들이다. 그들이 꿈꾼 세상이 온다면 정적 제거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인권 유린하고 괴롭히고 재산 도둑질하는 끔찍한 세상이 돼 국민은 검찰에 평생 머리 조아릴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타도' 단식 농성장에 난방 용품을 들이다가 경찰에 체포됐던 촛불행동 이무진 자원봉사단장은 "대통령실에서 경찰을 볶아대고 있고 제2, 제3 농성장 설치를 막기 위해 곳곳에 펜스를 설치하고 사소한 움직임에도 신경질적"이라고 했다. 그는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윤석열은 지금 조급하다. 김건희 특검 목소리가 삐져나오기 때문"이라며 "온 국민을 적으로 두겠다는 기세다. 이번 기회에 그 기세를 꺾고 체포동의안을 압도적으로 부결해 윤석열 몰락을 앞당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시민들과 국회의원들의 자유발언 외에도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 구본기 소장의 현장 인터뷰, 가수 송희태와 백자, 기타리스트 신희준의 공연, 오솔잎의 율동배우기 등이 진행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풍자한 '주가조작 송(song)'을 합창하는 시간도 가졌다. 시민들은 "12시에 때려요 8만 주, 둘이서 만나요 통정매매, 8만 주 3300 도이치 모터스"라며 노래했다.
정권으로부터 탄압을 받고 있는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에 대해서 다 함께 "힘내라"라고 외쳤다.
해외 촛불행동도 함께 했다. 토론토 윤석열 퇴진본부, 시애틀 진보연대는 집회 영상을 보내 왔으며, 미국 로스엔젤레스 총영사관 앞 퇴진 시위, 뉴저지 촛불집회, 도쿄 우에노 촛불집회, 시드니 집회, 싱가포르 1인 시위, 베를린 촛불집회 등도 소개됐다.
시민들은 본집회를 마친 뒤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즉각 철회하라" "국회는 체포동의안 부결시켜라" "주가조작 범죄자 김건희를 특검하라" "부패비리 검찰독재 윤석열을 타도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도심을 행진했다.
행진 대오는 본집회가 열린 시청역을 떠나 명동 입구, 을지로입구역 사거리, 보신각 사거리, 광화문 사거리, 조선일보 사옥을 지나 다시 시청으로 돌아왔다. 행진은 시종일관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촛불행동 상임대표인 김민웅 전 경희대 교수는 행진을 마친 뒤 열린 정리 집회에서 "정적 제거, 야당 말살 획책하는 사악한 정치 검찰"이라며 윤석열 정권을 규탄했다. 시민들은 "체포동의안을 철회하고 김건희를 특검하라"고 외치며 집회를 마쳤다.
다음 '29차 촛불대행진'은 다음 달 4일 오후 5시부터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인근 ~ 숭례문 구간에서 열린다. 촛불행동은 1인 시위, 기자회견, 현수막 행동, 인증 사진 찍기 등 전국 곳곳에서 '3월 4일 촛불 봉기'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