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강진구 기자 구속영장 재신청을 '언플'한 까닭은?

정권비판 보도에 '재갈 물리기' '가짜뉴스 낙인찍기'

경찰, 언론 이용한 여론전으로 검찰 영장청구 압박

법원이 차량 취재 스토킹 아니라는데도 '막무가내'

"외압으로밖에 볼 수 없어…국가권력의 보도 간섭"

2023-02-17     김성진 기자
더탐사 대표 강진구(왼쪽) 기자와 최영민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탐사보도 전문 매체 <시민언론 더탐사>의 강진구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재신청 사실을 경찰이 공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 차례 영장 신청을 반려 당한 경찰이 언론에 피의사실을 흘림으로써 검찰의 영장 청구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더탐사>와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수사 1과)는 지난 16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강 기자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27일 강 기자와 <더탐사> 최영민 감독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주거지 방문 취재 건으로 공동주거침입 혐의가 적용돼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기각된 바 있다.

경찰은 영장 기각을 의식한 듯 이번 구속영장 신청에서 법원이 기각한 공동주거침입 부분은 제외하고, 청담동 술자리 의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차량 추적 취재 등을 겨냥한 새로운 혐의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번 영장 청구의 사유로 지목되는 청담동 술자리 의혹 사건은 목격자의 최초 진술이 경찰 조사 이후 돌연 바뀐 상황이고,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이 술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객관적인 입증 자료는 제시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의 알리바이를 입증하기 위해 한 장관의 관용차 차량 운행일지와 블랙박스 정보, 술자리 당일 청담동 일대 경찰 경호라인 발동 여부 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지만 수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핵심 목격자인 첼리스트는 지난해 11월 경찰 조사에서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을 목격한 부분에 대해 '노 코멘트' 했다고 진술했으며, <더탐사>엔 "한 장관이 두려워 진실을 말할 수 없으며, 정권이 끝난 뒤에 알리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차량 취재 역시 통상적인 관행에 해당된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2월 검찰이 강 기자를 상대로 청구한 잠정조치 사건에서 한 장관의 공무차량을 따라다닌 행위에 대해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혹 당사자인 공직자에 대한 언론 감시 기능의 중요성 등을 고려하면 스토킹 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었다.

경찰은 이번에 강 기자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례적으로 언론을 통해 이를 알렸다. <연합뉴스>가 전날 오후 3시 50분쯤 첫 기사를 송고한 뒤 경찰은 강남·서초서 등을 담당하는 이른바 '강남 라인' 기자들에게 강 기자의 피의 사실을 공표했다.

경찰의 이같은 피의사실 공표는 <더탐사>에 대한 낙인 찍기뿐만 아니라 법원의 기각과 검찰의 영장 반려 등을 의식해 사전에 정지 작업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장 청구 전에 구속 여론을 조성해 검찰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 수밖에 없도록 압박하고, 나아가 검찰의 영장 청구 뒤 법원의 영장 심사에까지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다.
 

윤석열 정권의 시민언론 더탐사 압수수색 일지. 2023.2.17. 더탐사 제공

<더탐사> 측은 "경찰이 청담동 술자리 의혹 사건 취재를 해온 담당 기자를 구속하려는 것은 현재 진행 중인 취재를 막으려는 외압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관련된 언론 보도에 대해 국가권력이 과도하게 간섭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진실은 옥중에 가둘 수 없다. 인터넷신문의 취재 및 보도의 독립성과 언론자유, 권력 감시의 책무를 탄압하는 검경의 영장 재청구를 강력 규탄한다"며 "더탐사와 강 기자에 대한 언론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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