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영향에 미 개인소비지출 반등…연준 또 금리 동결

6월 들어 PCE물가 4개월 만에 최대 상승

연준, 기준금리 4.25~4.50% 5연속 동결

파월 매파적 발언에 9월 인하 가능성 낮아

향후 금리는 트럼프 압박보다 물가가 관건

2025-08-01     이태경 편집위원(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 여파로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6월 들어 반등했다. 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플레이션 지표다.

물가상승세가 본격화하면서 연준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낮아졌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인격모독에 가까운 공격을 받으면서도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고율의 관세부과가 물가를 어디까지 밀어올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관세여파로 4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한 6월 미 PCE 

미 상무부는 6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다고 3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지난 2월(2.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지난 4월 2.2%로 낮아졌다가, 5∼6월 들어 2개월 연속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월 대비 상승률도 0.3%로 지난 2월(0.4%) 이후 가장 높았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8%로, 5월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3%로 한 달 전(0.2%)보다 뛰었다.

전년 대비 상승률은 대표지수와 근원지수 모두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를 0.1%포인트 웃돌았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모두 전망치에 부합했다.

PCE 가격지수는 미국 거주자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때 지불하는 가격을 측정하는 물가 지표다. 미 연준은 '2% 물가상승률'이라는 통화정책 목표 달성 여부를 판단할 때 상대적으로 더 널리 알려진 소비자물가지수(CPI) 대신 PCE 가격지수를 준거로 삼는다. 앞서 지난 15일 발표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동기 대비 2.7% 올라 2월(2.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벌이는 관세전쟁의 여파가 자국 물가에 확실히 반영되고 있는 것이 여러 데이터로 확인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국 정부 협상단과 무역 합의를 타결한 이후 단체사진을 함께 찍고 있다. 2025.7.31 [백악관 엑스 계정] 연합뉴스

파월 의장이 이끄는 연준은 5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여파로 미국의 물가가 상승하자 연준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금리 인하 압박에도 기준금리를 또다시 동결했다. 연준은 3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현행 4.25∼4.50%로 유지했다. 연준은 이날까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개최된 다섯 번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5회 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했다. 이에 따라 한미 금리차는 상단 기준으로 2.0%p를 유지하게 됐다.

연준은 이번 FOMC에서 위원 12명 중 제롬 파월 의장을 포함해 9명이 금리 동결에 찬성했고, 미셸 보먼·크리스토퍼 월러 위원은 0.25% 포인트 인하를 주장하며 동결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연준 이사회 이사 7명과 지역 연방은행 총재 5명(지역 연방은행 총재 12명이 돌아가면서 표결)이 참여하는 FOMC에서 보먼, 월러 등 상시 의결권을 행사하는 연준 이사 2명 이상이 동시에 소수 의견을 낸 것은 1993년 이후 무려 32년만이다. 지난 6월 FOMC의 경우 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연준은 이틀간 열린 FOMC결과를 공개한 자료에서 "(미국의) 실업률은 여전히 낮고 노동시장은 견조하나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다소 높다"면서 "경제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고 금리 동결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그동안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국채 이자 부담 경감과 경제 활성화를 기대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잇따른 금리 동결에 강한 불만을 표해왔으며 이번 회의를 앞두고는 파월 의장의 거취문제까지 거론하며 금리 인하를 압박해 왔다.

한때 파월 의장 해임 검토설까지 거론된 상황에서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워싱턴 DC의 연준 본부를 이례적으로 방문했다. 과도한 예산 투입 문제가 제기된 연준 청사 개보수 현장을 둘러보는 등 파월 의장을 다각도로 압박하기 위한 행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 기준금리 인하요구에도 불구하고, 파월 의장은 5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로 답했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라는 연준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마저 낮춘 파월의 매파적 인식

한편 FOMC의 기준금리 동결 발표가 나온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이 한 발언이 시장을 놀라게 했다.

파월 의장은 FOMC가 미 기준금리를 현 4.25∼4.50%로 동결한 뒤 연 기자회견에서 "9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현시점에서 비현실적이냐"는 질의에 대해 "오늘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 그대로 두기로 결정했는데, 이를 완만하고 제한적인 수준이라고 특징지을 수 있겠다”면서 “저와 대부분 위원은 제한적인 통화정책이 부적절하게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보지 않으며, 완만하고 제한적인 정책이 적절하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우리는 9월 회의에 대해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으며 9월 회의를 앞두고 우리가 얻는 모든 정보를 고려할 것"이라며 금리 인하에 대한 신호를 자제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에 대해 "우리는 분명히 점점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있다"면서도 "동시에 해결해야 할 많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그 과정의 끝이 매우 가깝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최근 인플레이션 상황에 대해 "서비스 부문 물가 상승률은 계속 둔화하고 있는 반면, 관세 인상으로 일부 상품의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준이 오늘이 아니라 9월에 낮출 것이라고 들었다"고 말했지만, 시장은 파월 의장 이날 발언을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해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시장은 이날 파월 의장 회견 후 연준이 9월 회의까지 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할 확률을 54%로 높여 반영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이 확률은 35% 수준에 머물렀다.

 

7월 30일,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의장 제롬 파월(Jerome Powell)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세 여파가 물가를 어디까지 밀어올릴지가 관전 포인트

'관세와 물가가 상관이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는 달리 관세는 당연히 물가를 밀어올린다. 관건은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미국의 물가를 어느 수준까지 밀어올리느냐다.

파월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협박과 갖은 인격모독에도 불구하고 인기 없는 기준금리 동결을 거듭하는 것도 이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특히 무서운 건 꺾였던 물가가 다시 고개를 바짝 드는 사태의 전개다. 그런 사태가 벌어지면 기대인플레이션이 치솟고 물가는 통제가 어려운 지경으로 치닫게 된다.

연준으로 하여금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하게 만드는 건 트럼프의 압박이 아닌 물가일 수 밖에 없다. 물가의 향방을 지켜보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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