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검 조은석, 감사원 '타이거 사단'과 맞짱 뜬 강골

'윤석열 친위대' 감사원 내에서 고군분투 결기

검찰 특수통 출신이지만 좌천도 여러 번 당해

정치검사와는 거리 먼 강직한 원칙주의자 면모

'한동훈 장인' 진형구 구속수사에 대검 압색도

세월호 수사 땐 박근혜 정권과 충돌, 한직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언론에 결정적 제보한 비화

감사위원 되자 전현희 표적 감사 발표에 급제동

"헌법기관에서 있을 수 없는 일"…보복에도 꼿꼿

윤석열·김용현 '관저 공사' 뇌물 혐의 수사 의뢰

전현희 "정의감 투철해…내란 특검 적임자 확신"

2025-06-13     김호경 에디터
조은석 감사위원이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2023.10.26.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밤 전격적으로 임명한 '3대 특검' 가운데서도 내란 특검은 그 수사 대상 사건의 중대성과 특검팀의 규모 면에서 각별히 눈길을 끈다. 조은석 내란 특검은 윤석열 정부 들어 정권 친위대로 전락한 감사원에서 감사위원으로 활동하며 실세 유병호 사무총장의 소위 '타이거 사단'과 홀로 치열하게 싸우는 결기를 통해 많은 국민에게 인상적으로 각인된 바 있다. 27년간 검찰에 몸담았던 특수통 출신이지만 정권과 여야, 재벌, 언론, 심지어 검찰 내부 인사도 가리지 않고 철저히 수사하다 좌천성 인사도 여러 번 당하는 등 정치검사와는 거리가 먼 강직한 원칙주의자의 면모를 보여왔다.

조 특검은 전남 장성 출신으로 광주 광덕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29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19기로 수료한 뒤 1993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김대중 정부 때인 1997년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검사로 경성 비리 사건을 재수사하며 당시 집권여당이던 민주당 정대철 대표, 이기택 전 대표 등을 구속기소했고 1999년에는 소위 옷 로비 사건 수사 과정에서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을 재산 국외 도피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김대중 정부 시기 한동안 떠들썩했던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 때는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소속돼 파업 유도 발언의 당사자인 진형구 전 대검 공안부장(검사장)을 구속수사하며 대검 공안부를 검찰 사상 최초로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진형구 전 검사장 기소 뒤에도 2005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 조 특검이 직접 공판 담당 검사를 맡았다. 진 전 검사장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장인이자, 후배 검사 성추행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던 진동균 전 검사의 부친이다.

조 특검은 2003년 노무현 정부 시절엔 대검찰청 공적자금비리합동단속반에 배치돼 나라종금 로비 의혹 사건을 수사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일 전 의원, 한광옥 전 대통령비서실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을 구속기소했다. 2004년엔 불법 대선 자금 수사를 통해 썬앤문그룹으로부터 1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이광재 전 강원지사를 불구속기소했다. 동교동계와 친노 인사 중에서도 거물급 상당수가 조 특검에 의해 사법처리됐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엔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로 재직하며 청목회(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 입법 로비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당시 청목회로부터 '후원금 쪼개기' 방식으로 돈을 받은 혐의로 여야 의원 11명의 지역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한나라당 권경석·조진형·유정현 의원, 민주당 최규식·강기정 의원,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 등 현직 의원 6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이 사건으로 여야 모두에서 성토를 들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엔 대검 형사부장으로 세월호 참사 당시 해양경찰의 구조 부실에 대한 검·경 합동수사를 지휘하다 청와대 및 법무부와 갈등을 빚었다. 조 특검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구조하지 않은 해경 123정장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하게 밀어붙여 결국 관철시켰지만 이에 반대하던 박근혜 청와대, 황교안 법무장관, 김주현 법무부 검찰국장 등에게 미운털이 박혀 청주지검장으로 좌천됐고 그 뒤엔 아예 수사 업무에서 배제돼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밀려났다.

조 특검이 현직 검사장 신분으로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국정농단 사건에 관해 언론에 결정적 제보를 했었다는 비화도 공개됐다. 김의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한마디로 조은석이 없었다면 박근혜 탄핵도 없었을 것"이라며 지난 2016년 8월19일 자신이 한겨레 기자였을 때 조 특검과 통화했던 일화를 이렇게 회상했다.

"조은석은 이때 결정적인 내용들을 김의겸에게 귀띔 해줬다. '재벌들 팔을 비틀어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을 만든 것은 청와대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최순실이 있다.' 그의 '천기누설'에 화들짝 놀라 한겨레는 바로 특별취재팀을 꾸려 취재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도 조은석은 말없이 뒤에서 조언을 해줬다. 취재가 막히면 길을 뚫어주었고, 중요한 걸 놓치면 챙겨주었다.

조은석은 당시 현직 검사였다. 그것도 검사장이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는 해줬다. 그가 없었더라면 최순실 사건은 어떻게 흘러갔을지 알 수가 없다. 미궁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그런 검사 하나쯤 나오지 않을까 기대를 해봤는데 어림도 없었다. 조은석의 가치가 남달라 보이는 이유다.

수사 역량을 단기간에 총동원해 내란 세력을 발본색원해 내고 당사자들로부터도 승복을 받아낼 수 있는 사람은 조은석밖에 없다. 현직 검사로서 그의 수사 역량은 당대 최고였다. 누구처럼 입만 가지고 '조선제일검'입네 하고 행세를 하는 게 아니라 조은석은 소리없이 베어버리는 진짜 '조선제일검'이었다."

 

2014년 10월 6일 조은석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 관련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4.10.6. 연합뉴스

조 특검은 문재인 정부 들어 고검장으로 승진해 2017년 8월 서울고검장에 보임됐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윤석열이었지만 특별한 친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법무연수원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개업했다가 2021년 1월 차관급인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임명돼 4년 재임했다.

2023년 감사원 사무처가 유병호 사무총장 주도로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현 민주당 최고위원)에 대한 마녀사냥식 표적 감사 결과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려 하자 조 특검이 해당 사건의 주심 감사위원으로서 급제동을 걸었다. 이에 조선일보를 비롯한 친윤 언론과 국민의힘 등에서 조 특검을 '친민주당 인사' '문재인 사람'이라고 낙인찍고 맹공했는데, 2021년 1월 조 특검을 감사위원으로 추천한 건 최재형 감사원장이었다. 당시 최재형 원장은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감사위원에 임명 제청해달라는 청와대 측의 강력한 요청을 '정치적 중립성' 등을 이유로 거부하며 9개월간 갈등을 빚다 조 특검을 영입했다.

즉, 조 특검을 감사위원에 임명한 건 형식적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이었지만 내용상으로 조 특검은 '문재인 사람'이 아니라 '최재형 사람'이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조 특검은 전현희 권익위원장 감사에서 유병호 사무총장이 전횡을 일삼고 최재해 감사원장은 이를 방조하자 감사원 내부 게시판에 "헌법기관에서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발생했다"는 글을 올리며 정면으로 맞섰다. 감사원 사무처 측이 조 특검에 대해 보복성 감찰 및 검찰 수사 의뢰까지 했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다. ☞ 관련 기사 <유병호와 '타이거 사단'의 감사원 막장극> ☞ <감사원, 또 '전현희 스토킹'…현직 떠났는데도 "재심의">

 

조은석 감사위원이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감사원 최재해 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 2023.10.26. 연합뉴스

조 특검은 최재해 감사원장이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 정지됐던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임기 만료 때까지 감사원장 권한대행을 맡았다. 이 시기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한남동 관저 내 건물 공사비 대납'과 관련해 뇌물 혐의 수사 참고 자료를 대검찰청에 보냈고, 대통령실·관저 이전 감사에 대한 재심의 검토를 감사원 사무처에 지시하기도 했다. 임기 끝까지 감사원 내에서 '호루라기'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을 받는다.

이제 역대 특검 중 최대 규모인 267명(특검 1명, 특검보 6명, 검사 60명, 파견 공무원 100명, 특별수사관 100명)의 내란 특검팀을 이끌게 된 조 특검은 13일 입장문을 내고 "사초(史草)를 쓰는 자세로 세심하게 살펴 가며 오로지 수사 논리에 따라 특별검사의 직을 수행하겠다"면서 "수사에 진력해 온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찰의 노고가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 특검은 이날 오전 서울고검을 찾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박세현 본부장(서울고검장)과 면담하는 것으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검찰의 기존 수사 진행 상황을 전반적으로 청취하고 검사·수사관 파견 문제 등을 상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오후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을 방문해 1시간 이상 특검 관련 업무를 협의했다. 조 특검은 앞으로 최장 20일간의 준비 기간 동안 수사팀 인선 작업과 특검 사무실 마련에 주력한 뒤 다음 달 초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전망이다.

조 특검 임명에 대해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거악에 맞서 정의를 구현할 세 명의 특검이 정해졌다. 특히 내란 수사를 진두지휘할 조은석 특검은 현재 공수처의 수사 피의자인 최재해 감사원장, 최달영 사무총장, 유병호 감사위원의 '감사원 불법 삼각 카르텔'에 단호히 맞서 싸운 정의감이 투철하고 강직한 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제가 권익위원장 시절, 윤석열 정권의 공포스런 탄압에 혼자서 고립무원으로 정권과 싸울 때 일면식도 없었던 조은석 주심 위원은 제 모든 혐의가 억울하게 조작된 것이라며 용감하게 진실을 밝혀줬다"면서 "서슬 퍼런 윤석열 정권 초기 시절, 대통령과 감사원이 한 몸이 되어 벌인 불법적인 표적 감사에 제동을 걸어 엄혹한 시기에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조은석 특검이 외압에 굴하지 않고 내란의 진상을 철저히 밝힐 내란 특검의 적임자임을 확신하고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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