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마저 '못내준다' 분위기…한덕수 출마해도 험로"
국힘 2차 경선 29일 발표…한덕수 5월 1일 사퇴 유력
"김·한· 홍 누가 최종 경선 올라가도 자리 쉽게 안내줘"
한덕수 여론 지지부진한데 굳이 자리내어줄 이유 있나
차라리 대권보다 당권 잡아서 내년 지선까지 노리는 게
당내서도 "또 외부인사에게 갖다 바칠거냐" 볼멘소리
단일화 일정도 험난…"후보등록일까지 룰 합의 어려워"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재명 전 대표로 확정돼 본격적인 대권가도를 달리는 가운데, 6·3 대선 대진표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은 4명의 경선 후보가 2차 경선을 치르는 가운데 김문수·한동훈·홍준표 '3강', 안철수 '1약' 구도로 흐르는 모습이다. 다만 국민의힘 경선 후보 전원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단일화 '러브콜'을 보내면서 공당으로서 존재가치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한 대행이 다음 달 1일 사퇴하고 2일 출마 선언할 예정으로 알려졌지만, 한 대행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다지 선전하지 못하면서 자신의 주도로 '빅텐트'를 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단일화에 적극적이었던 김문수 캠프마저도 완주 분위기로 돌아섰다는 전언이 들려온다. 오히려 대선을 한달 여 앞두고 정치공학적으로 이뤄지는 합종연횡과 암투에 국민들의 눈살만 찌푸려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국민의힘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지난 27일(모바일 투표)부터 28일(ARS 투표)까지 양일간 제21대 대선 후보 2차 경선 당원 선거인단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ARS 투표 2회차까지 진행된 이날 오후 4시 현재 당원 선거인단 투표율은 47.91%(76만 5773명 중 36만 6909명 투표)로 집계됐다. ARS 투표는 4회차까지 진행된다. 27~28일 실시한 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를 50%씩 합산해 1·2위를 차지한 후보가 최종 경선에 진출하며, 1위 주자가 과반 득표하면 대선 후보로 확정된다. 과반 득표가 없으면 다음 달 3일 일 대 일로 치르는 최종 경선을 통해 후보를 확정하게 된다. 2차 경선 결과는 오는 29일에 발표한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로는 2차 경선에서 김문수·한동훈·홍준표 '3강' 구도가 뚜렷하다.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 22~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공개한 전화면접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4명의 후보 중 누가 적합하냐는 질문에 한동훈 16%, 홍준표 15%로 오차범위 내 박빙이었으며, 이어 김문수 12%, 안철수 8%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경선룰을 적용해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 보면 한동훈·홍준표·김문수가 22%로 동률이고, 안철수 6%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8%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현재 추세대로면 2차 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누구로 확정되든 경선 후보 전원이 한덕수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경선 직후 '반이재명 빅텐트'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경선 후보 중 김문수 후보는 누구보다 먼저 '한덕수 단일화' 카드를 꺼내면서 당원들의 표를 대거 끌어안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문수 캠프 쪽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등을 포함해 교황을 선출하듯 '콘클라베' 방식으로 단일화한다는 방침까지 밝힌 상태다. 이에 홍준표 후보도 두 차례 토론과 '원샷 경선'을 제안한 상태이며, 한동훈 후보쪽은 "할 수 있는 분과 화합·통합한다"며 단일화를 열어 놓은 상태다. 안철수 후보는 "이재명 대 한덕수, 이재명 대 우리 당 후보 일 대 일로 대결한 결과를 비교하는 게 제일 공평하다"며 구체적인 단일화 방법까지 제시했다.
당초 김문수 후보를 제외하고 단일화에 소극적이었던 다른 후보들이 손바닥 뒤집듯 단일화 쪽으로 돌아선 것은 당원 표심과 중도층을 의식한 탓이다. 김문수 쪽으로 당원 표심이 흐르자 이를 차단하고 자신 쪽으로 대세론을 가져오기 위해 너도 나도 단일화로 선회하며 각자 방식대로 방법을 제안해놓은 것이다. 단일화에 대한 철학이나 문제의식보다는 당장의 표에만 의존한 결과다. 다만 사정이 이렇다보니 당 내부에서도 공당으로서 존재 가치를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관계자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지난 대선에서 저쪽(외부 인사)에 갖다 바치고 정권이 몰락했는데, 또 저쪽에서 갖다 바치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단일화 작업 역시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민들레> 취재에 따르면 한 대행은 오는 29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명할 수 없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뒤, 다음 달 1일 대행직에서 사퇴하고, 2일 대선 출마를 선언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이날 손영택 국무총리실 비서실장이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조만간 한 대행의 출마를 돕기 위해 김수혜 공보실장, 신정인 시민사회국장 등 총리실 참모들도 줄줄이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한 대행의 출마를 지원하기 위한 '소(小)캠프' 형태의 조직도 이미 운영되고 있다.
한 대행의 입장에서는 오는 29일 국민의힘 2차 경선 결과를 보고 대선 출마를 결정하는 만큼 후보 맞춤형으로 단일화를 위한 전략을 구사할 시간을 벌 수 있지만, 국민의힘 각 경선 후보 캠프도 단일화에 대한 입장이 변하고 있는 만큼 단일화 논의를 주도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관계자는 "당초 김문수 캠프가 한덕수 대행의 대선 출마를 위한 '지렛대' 역할 정도만 하고 물러날 줄 알았는데, 분위기가 바뀌었다"면서 "김문수 캠프마저 한덕수 쪽에 쉽게 자리를 내어주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 대행으로서는 김문수 후보가 경선 1위를 차지할 경우, 단일화에 용이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지만 김 후보도 '차기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한 대행 쪽에 내주지 않고 대선 레이스를 완주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분위기라면 완주 의지가 김문수 후보보다 강하다고 평가되는 한동훈 후보나 홍준표 후보가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할 경우, 한 대행의 입장에서는 단일화 논의가 더욱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한 대행과의 단일화와 관련해 국민의힘 경선 캠프 분위기가 바뀐 배경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 대행이 그다지 선전하지 못하는 점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뚜껑을 열고보니 별 거 아니라는 분위기다. 한 대행이 압도적인 지지 여론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국민의힘 대권 주자들로서도 굳이 자리를 내줄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오히려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다고 여겨지는 한 대행을 끌어안아서 '통합 이미지'를 통해 중도 표심을 포섭하는 도구로 활용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실제 여론조사꽃이 25~26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유권자 1001명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면접조사에 따르면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 누가 낫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조사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45.9%의 지지를 얻으며 독보적인 1위를 유지했으며, 새로운 대선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한덕수 대행은 10.4%를 얻으며 2위에 올랐으나, 3위 한동훈 후보(8.4%)나 4위 홍준표 후보(8.2%), 5위 김문수 후보(5.6%)와 오차범위 내에서 경합을 벌였다(표본오차 ±3.1%p, 95% 신뢰수준, 기타 자세한 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통계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는 만큼 후보들 입장에서는 어느 쪽으로 단일화를 해도 상관없어진 셈이다.
한 대행의 출마에 대한 국민 여론이 부정적인 점도 이러한 여권 내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한몫 거드는 모양새다. 민영뉴스통신사 <뉴시스> 의뢰로 에이스리서치가 23~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ARS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대행의 출마에 대해 '찬성한다'는 30.5% '반대한다'는 61.3%로, 출마 반대는 여론이 찬성 여론의 2배를 넘었다(표본오차 ±3.1%p, 95% 신뢰수준, 자세한 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같은 여론 지형을 고려한다면, 국민의힘 주자들이나 다른 대선 주자들이 한 대행에게 자리를 내어줄 이유는 더더욱 없어 보인다.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는 <민들레>와 통화에서 "시간을 끌면 끌수록 당이 유리하다. 김문수든 한동훈이든 홍준표든 누가 올라와도 마찬가지"라며 "이틀만 가만히 버텨도 한덕수 쪽은 어려워진다"고 했다. 이어 "한덕수의 여론조사가 과거 반기문 정도 나왔다면 담력있게 나올 수 있지만, (여론조사 수치가) 애매하다"면서 "닳고 닳은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대선 후보 자리를 갖다 바치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캠프에 온 보좌진, 당직자 등 참모 가운데 내년 지방선거 출마 등을 노리는 인사들이 대거 포진돼 있는 만큼 후보들 입장에서도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분위기 속에서 낙선 뒤 차기 당권 장악을 노리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신 교수 설명이다. 신 교수는 "(후보들이) 대권보다는 당권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리적인 시간 역시 한 대행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한 대행이 예정대로 다음 달 2일 출마 선언을 하더라도, 3일부터 6일(대체 휴일)까지 긴 휴일이 이어진다. 다음 달 11일이 대선 후보등록 마감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일화 논의를 신속하게 해야 하지만, 대선 출마 뜻을 밝힌 새미래 민주당 이낙연 상임고문과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등과의 '빅텐트'까지 고려하면 제시간 안에 단일화에 이르기는 어려워 보인다. 캠프 조직과 전국 조직, 물량과 자금을 갖춘 국민의힘에서 '버티기 작전'으로 나가면 조직력과 자금력 등 모든 면에서 밀리는 한 대행이 단일화 논의에서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신 교수는 "여러 세력이 합쳐 단일화를 '한판'에서 논의해야 하는데, 다음 달 3일에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나오고 (휴일인) 4~6일 사이에 단일화 룰(규칙)을 완결하기 만만치 않다"면서 "한덕수가 경선이 끝나가는데 이제 와서 국민의힘에 입당을 할 수도 없고, 단일화 룰도 기껏해야 당원 투표도 없이 일반여론조사 100%에 역선택 방지 정도인데, (여론조사를 위한) 안심번호를 받는 데에만 하루이틀은 걸린다. 여기에 이낙연, 이준석까지 판에 낀다면 11일 후보등록일까지 단일화를 마무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단일화가 후보등록 마감 때까지 되지 않을 경우, 국민의힘 등은 다음 달 24일 투표용지 인쇄 시작 전까지 단일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