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출석 이재명 "사법 쿠데타"…정적 죽이기 정면돌파
"정치검찰이 파 놓은 함정이지만 당당히 맞서"
제3자 뇌물 혐의 강력 반박…"조작 상상 초월"
검찰, '공익 대변자' 책무 망각하고 온갖 무리수
윤석열 정권 정적 제거 및 내년 총선 노림수 반영
촛불행동 "공작정치 본질은 정치검찰 장기집권"
성남FC 후원금(광고비) 의혹 사건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했다. '정적 죽이기'라는 윤석열 정권의 적나라한 의도가 그대로 투영된 정치 검찰의 '함정'임을 뻔히 알면서도 이 대표는 정면돌파 방침에 따라 검찰이 원하던 그림대로 포토라인에 섰다.
청사로 들어가기에 앞서 포토라인에 선 이 대표는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 헌정사 초유의 현장 그 자리에 서 있다"며 "무리한 정권의 역주행을 이겨내고, 역사는 전진한다는 명백한 진리를 증명한 역사의 변곡점으로 기록되기를 바란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소환 조사는 정치검찰이 파 놓은 함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특권을 바란 바도 없고, 잘못한 것도 없고, 피할 이유도 없으니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불가침의 성벽을 쌓고 달콤한 기득권을 누리는 이들에게 아마도 이재명은 언제나 반란이자 불손 그 자체였을 것"이라며 "그들이 저를 욕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저와 성남시 공직자들의 주권자를 위한 성실한 노력을 범죄로 조작하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분노를 표시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제기한 제3자 뇌물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이 성남시장으로서 성남시에 기업들을 유치해 세수를 확보하고 일자리를 만든 일이, 성남 시민구단 직원들이 광고를 유치해 성남시민의 세금을 아낀 일이 과연 비난받을 일이냐"며 "성남시 소유이고 성남시 세금으로 운영되는 성남FC를 어떻게 미르재단처럼 사유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따졌다.
또 "성남FC 직원들이 광고를 유치하면 세금을 절감해 성남시민들의 이익이 될 뿐이지, 개인 주머니로 착복할 수 있는 구조가 전혀 아니라는 것을 모를 리 없음에도 검찰의 왜곡과 조작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며 "적법한 광고계약을 하고 받은 광고비를 굳이 무상의 후원금이라고 우긴다. 적법한 행정과 정당한 광고계약을 서로 엮어 부정한 행위처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성남FC 운영비가 부족하면 시 예산을 추가 편성해 지원하면 그만인데 시장과 공무원들이 성남시 예산을 아끼려고 중범죄를 저지르려 했다는 것이 상상이 되느냐"며 "아무런 개인적 이익도 없는데 왜 그런 불법을 감행했다고 생각하느냐. 검찰의 이런 이상한 논리는 정적 제거를 위한 조작 수사, 표적 수사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오늘의 검찰 소환이 유례없는 탄압인 이유는 헌정사상 최초의 야당 책임자 소환이어서가 아니다"라며 "이미 수년간 수사해서 무혐의로 처분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 없는 사건을 만드는, 없는 죄를 조작하는 사법 쿠데타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내란 세력들로부터 내란 음모죄라는 없는 죄를 뒤집어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논두렁 시계 등의 모략으로 고통을 당했다"며 "이분들이 당한 일이 사법 리스크였느냐. 그것은 사법 리스크가 아니라 검찰 리스크였고 검찰 쿠데타였다"고 호소했다.
이어 "조봉암 사법살인사건, 유우성 간첩조작사건,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등 셀 수 없이 많은 검찰에 의한 사건 조작이 있었다"며 "검찰은 그동안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다가 이제 권력, 정권 그 자체가 됐다. 정적 제거를 위한 조작 수사로 영장을 남발하고 수사·기소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리 준비한 장문의 입장문을 약 10분간 읽던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검찰 공화국의 이 횡포를 이겨내고 얼어붙은 정치의 겨울을 뚫어내겠다. 당당하게 정치검찰에 맞서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검찰이 무혐의로 종결한 사건의 보완수사를 요청한 것에 의도가 있다고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이 있자 이 대표는 "검찰은 이미 답을 다 정해놓고 있다. '답정(답이 정해진) 기소'"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기소를 목표로 수사를 맞춰가고 있는 것이므로 결국 진실은 법정에서 가릴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며 "검찰에게 진실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충실하게 방어하고 진실이 왜곡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1야당 현직 대표가 검찰 소환 요구를 받고 출석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2003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불법 대선자금 차떼기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당시 현직 총재는 아니었다. 그만큼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는 집요하고 노골적이며 무리한 대목 투성이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미 2021년 9월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결론이 났던 사건이다. 정권이 바뀌자 수사 결과가 180도 뒤집어진 모양새다.
성남FC 의혹 사건은 무엇보다 법리상으로 죄가 되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가 받고 있는 제3자 뇌물공여 혐의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약속한 경우 성립하는 범죄다.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핵심 요건인 '부정한 청탁'이 존재해야 하고, 이 직무를 처리하는 권한이 있는 공무원이 청탁에 연루됐다는 점이 사실로 드러나야 한다.
이 대표는 경찰이 "100원짜리 흐름까지 모두 들여다봤다"고 했던 1차 수사 때는 물론 2차 수사에서도 두산건설 등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 대표 본인은 안 받았지만 제3자, 즉 성남FC가 돈을 받도록 했다는 게 검경의 판단인데 이 대표는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성남FC의 당연직 구단주였다. 개인 소유가 아닌, 임기 동안에 자동으로 구단주가 되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재정 상태가 넉넉지 못한 구단 후원을 위해 광고를 유치하려 노력하는 건 전국 지자체에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표가 금전적 이득은 취하지 않았더라도 '정치적 이득'을 얻었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그래서 이 대표가 과거 "이재명이 성남구단을 잘 운영하는 것을 보니 능력이 있는 사람이구나. 더 큰 역할을 맡겨도 되겠다. 이런 소리를 듣는 것이 궁극적으로 내가 노리는 정치적 이득이다"라고 했던 대목을 부각시킨다.
하지만 구단이 잘 운영돼서 단체장의 능력에 관한 평판도 좋아지는 걸 기대한다는 게 뭐가 문제라는 건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지점이다. 이는 수많은 스포츠팀 운영을 비롯해 각종 역점 사업을 추진해 자신의 성과로 삼으려는 전국 지자체장에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극히 자의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이미지 상승을 통한 정치적 이득'이 범죄로서의 '동기'로 성립이 안 된다는 얘기다.
'부정한 청탁' 역시 부정한 줄 알면서 뇌물을 주도록 했다는 공동의 인식이 있었는지, 아울러 용도변경 과정에서 어떤 불법이 있었는지에 관해 이렇다 할 증거나 내용이 없다. 이 대표 측은 두산건설로부터 그 어떤 청탁도 받은 사실이 없고, 두산건설로부터 받은 기부채납과 공공기관에 해당하는 성남FC가 수령한 후원금은 결국 성남시민의 이익으로 돌아갔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 대표도 이날 입장문에서 언급했지만, 검찰과 국민의힘 측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와 공모해 롯데 신동빈 회장 등 대기업들을 상대로 출연금을 강제 모금한 미르·K스포츠재단 사건과 제3자 뇌물의 구조가 유사하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미르·K스포츠재단은 최서원 씨가 관리한 민간 법인이고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는 '경제 공동체'라는 개념으로 엮여있었던 반면, 성남FC는 성남시 소속 기관이고 시장 임기가 다 되면 구단장직에서도 자동으로 물러나기 때문에 전혀 설득력이 없는 비교다. 이재명 대표와 성남FC가 '경제 공동체' 관계라는 건 터무니 없는 비약에 불과하다.
검찰이 이처럼 '공익의 대변자'라는 책무를 망각하고 사실 입증과 법리 구성에서 온갖 무리수를 범하면서도 이 대표를 기어코 포토라인에 세운 건 윤석열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자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인 이 대표를 조기에 제거하겠다는 의도를 빼고는 해석하기 어렵다.
설혹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더라도 불구속 기소 뒤 지루한 법정 공방전을 이어가며 끊임없이 혐의를 흘리고 언론플레이를 해서 망신주기와 유죄 낙인찍기를 감행하리라는 건 정해진 수순이다. 그렇게 해서 내년 총선 때 제1 야당에 타격을 주겠다는 정권의 노림수를 충실히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정권이 이 대표 개인을 넘어 야당 탄압을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이른바 사법 리스크를 이 대표 혼자 떠안도록 하지 않고 당 차원에서 저항에 나서기로 한 건 상식적인 판단이다. 비명(비이재명)계인 전해철 의원도 "이 대표에 대한 수사는 무리한 보복의 성격이 있다"며 "야당 대표 수사에는 당이 함께해 단일대오로 대응하는 게 부득이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검찰은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을 비롯한 이 대표 관련 10여 건의 수사에 서울중앙지검 3개부, 수원지검 4개부, 성남지청 1개부 등 8개 부서 60여 명의 검사를 투입해 '올인'하고 있는 중이다. 대검찰청과 국세청 등 내·외부 파견 인력을 포함하면 실질적인 수사 인력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동해 어부 북송 사건,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CJ 계열사 취업 청탁 의혹, 여성가족부의 민주당 대선 공약 개발 관여 의혹,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블랙리스트' 의혹,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사업 관련 의혹,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 전임 문재인 정부 수사에는 90여 명의 검사가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의 주가조작 및 허위이력 의혹 등 이른바 '본부장 비리'를 둘러싼 허다한 의혹과 여권 인사들 관련 수사엔 아예 손을 놓거나 면죄부만 남발하는 데서 조금도 변화가 없다.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완전히 저버린 편파 수사가 극한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촛불행동은 이날 논평을 내고 "검찰은 대장동으로 안 되니까 이미 오래전 무혐의 처리된 '성남 FC'건을 다시 들고나왔다. 그러더니 더욱 가관으로 2025년 미래에 돈을 받을 예정이었다고 한다"면서 "'미래 뇌물 수수죄 혐의'라는 새로운 법 조항을 만들 작정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이 지어낸 이른바 '사법 리스크'는 가당치도 않은 말"이라며 "애초에 있지도 않은 혐의에 대한 책임이 이재명 대표에게 있다는 논리다. 사법 리스크가 아니라 정적 제거 공작 수사"라고 규정했다.
촛불행동은 "이번 공작정치 본질은 '정치검찰 장기집권'에 있다. 정적 제거, 야당 분열, 정치혐오, 중대선거구제 등은 준 내각제를 통한 장기집권 구상에 따른 조처"라면서 "따라서 이 문제는 이재명 대표 한 사람의 정치적 운명뿐만이 아니라 반윤석열 세력 모두에게 매우 중대한 정치적 사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