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 줄 알면서 우기는 건 뻔뻔한 것이다. 거짓말을 하면서도 태연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뻔뻔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틀린 줄 알기 때문에 우기지 못하는 건 부끄럼 때문이다.
뻔뻔함이란 부끄럼을 모르는데서 기인한다. 뻔뻔한 자들이 뻔뻔할 수 있는 이유는 거짓말이 드러나도 부끄러운 감정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즉, 거짓이나 위선 자체를 태생적으로 부끄러워하지 않는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진실과 거짓은 그들 삶의 부분에서 많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은 아니다. 필요에 따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필요란 생존을 위한 그들의 안정성 확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안정성 확보 때문이라면 이해 할 수 있겠지만 이미 확보한 생존의 안정성이 충분한 데도 불구하고 더 많은 생존의 조건들을 욕망하는 것이 문제이다.
뻔뻔함의 극치는 거짓으로 타인의 안정을 빼앗아 자신의 안정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뻔뻔함에는 이러한 속성이 있기 때문에 부끄럼에 비해 공동체에서 자신을 지키는데 유리한 기질이 돨 수 있다. 그리고 상대의 입장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이기적 삶의 원천으로 세속적 성공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때가 많다.
뻔뻔한 자들의 경쟁 전략은 주로 음모 모략 등처럼 거짓과 위선으로 점철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양심이 있기 때문에 측은지심이나 수오지심에 따라 타인을 대할 것이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그 타인이 이익 관계의 대상이 되어 더 많은 안정을 확보할 기회가 방해 받을 때 그러한 따뜻한 인간의 좋은 본성이 그들 양심의 기준 밖으로 밀려난다는 것이다.
보수형 인간은 이기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어서 진보성향의 인간에 비해 집념이 강하고 잡초처럼 쉽게 쓰러지지 않는 끈질긴 면이 있다.
진보형 인간은 물에 빠졌을 때 지푸라기 잡는 것이 논리적으로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면 쉽게 포기할 수 있지만, 보수형 인간은 본능적으로 지푸라기가 아니라 머리카락 한 올, 티끌 하나라도 붙잡기 위해 질긴 투쟁을 하는 근성이 있다. 그러다 아주 운 좋게 지푸라기에 붙어있는 동아줄을 잡아 영웅이 된다던지 성공적 신화의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역사적으로 드물지 않게 있다.
하여튼 진보성향의 인간들은 절체절명의 위험한 순간에도 습관처럼 합리적 수단을 고민한다. 그리고 그 합리적 수단이 없다면 쉽게 포기하는 데 비해 보수성향의 인간들은 목적만 있다면 수단은 합리성이 있던 없던 상관없이 얼마든지 뻔뻔하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무차별적 뻔뻔하리 만큼 집요한 근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경쟁에서 매우 긍정적 효과를 발생해 그들이 우리 사회에 주류를 이루고 있는 여러 가지 이유 중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뻔뻔함에는 화가 있지만, 부끄럼에는 분노가 숨어있다. 화는 자신만 바꿀 수 있지만 분노는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화’는 사전적으로 ‘못마땅하거나 언짢아서 생기는 노엽고 답답한 감정’이란 의미가 있고 ‘분노’는 ‘분개하여 크게 화를 냄’이라 되어있다.
일반적으로 보수성향의 사람들은 자신의 사적 불이익에 저항할 때는 뻔뻔하리 만큼 집요한 투쟁을 한다. 하지만 공적 부당함을 대하는 자세에서는 자신의 손해로 연결될 경우 미친 듯 화를 내지만 그 부당함이 자신의 손해와 전혀 상관없을 때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여 품격을 갖춘 부더러운 화를 낸다.
하지만 자신을 모험적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에 상대적으로 공포심이 적은 진보성향의 사람들은 공적 부당함에도 사적 불이익 이상의 분노가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사적 불이익에서는 타협하는 전략을 세울 수도 있지만, 공적 부당함에 대해서는 자신이 다치는 것을 감수하면서 저항하는 경우가 많은 데 이는 잘 못된 것에 눈을 감을 수 있을 만큼 뻔뻔함이 없기 때문이다.
진보성향에서도 뻔뻔함이 나타나는데 그것은 자신이 틀린 것을 인지 못하던지 혹은 확증편향 등으로 해서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오만함에 기인한다. 보수성향에서 처럼 자신의 거짓을 알면서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거짓의 뻔뻔함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잘 못을 저질렀을 때 보수형 인간의 반응은 ‘난 그런 적 없다’라는 뻔뻔한 거짓을 하던지 만약 그게 여의치 않으면 쉽게 잘못을 사과하고는 아무 고민 없이 바로 현실 적응을 쉽게 해버린다. 반면에 진보형 인간의 반응은 ‘내가 했다. 그런데 뭐가 문젠데?’ 라고 하며 논리적 투쟁을 해보자는 오만함이 있던지 그게 안 되면 부끄럼 때문에 현실적응을 쉽게 하지 못하고 여러 형태로 세상을 등지는 경우가 많다.
작성일:2023-10-14 11:15:31 58.230.175.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