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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은 힘들다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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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길
등록일
2023-05-24 22:05:56
조회수
951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이 만드는
'부끄러움 없는 사회'.

고대의 성현들부터
현대의 철학자들까지
내내 꿈꿔왔던 그 세상이
드디어 도래했다.
이상 국가의 실현인가?

세상 모든 사람이
각자 생각대로 말하고 행동해도
이치에 어긋남이 없고
서로간의 다툼도 없으며
온누리에 사랑이 넘치는
우주평화의 시대가 온것인가?
천국이, 극락이 현실이 되다니.
그것도 내가 사는 이시대에.
내 이웃이 공자이고 부처이며 예수란것 아니냐.
오, 찬양하고 경배하라, 서로에게.
이 얼마나 위대한 인류인가~

어제도 오늘도
이제는 현실이 되버린 이상세계에 산다.
듣고 보고 느껴지니 꿈이 아닌건 확실하고.

도시에 밤이 들면
사방천지에 널린 교회 십자가 불빛처럼
많고도 많은 미디어에서
대통령과 영부인이 총리가 장관이 감사원장이 여당대표가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이 도지사와 시장이 정부와 정당 대변인이 여야 국회의원이 방송사 앵커가 패널이 유튜버가 기자가 목사가 스님이 교수가 골고루 알차게도 깊은 열정과 성의를 다해 저마다 목청껏 짖어 댄다.

분이 느껴지는 문체와 어투는 살의가 충만하니 거의 세상 종말이 다가 온 느낌이다. 서로들 나의 죄를 사하고자 십자가에 대신 걸릴 예수 찾기에 광분하는 것처럼 보인다. 천명의 예수를 찾아 매달고 나면 그 다음은 내차례가 될지도 모르는데.

내참, 머리가 실수 했는데 팔다리를 자르라는 몽매한 지도자는 뭔가? 주인 내장에 암이 창궐했는데 남의 배를 가를려는 마름들도 득실하다.  앞잡이와 방관자가 판치는 세상, 어이 없어 억울한 침묵이 주저 앉은 사이 허언과 망언과 폭언이 빈데 없이 세상을 꽉 채웠다. 사람꼴에서 나온 말인데 당췌 알아 먹을 수가 없다. 뭐가 뭔데 뭐가 아닐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때 그때 다르고 장소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단다. 무릇 대화란 서로 오고 가는 것이 정상인데 가서 오지 않으니 답이 없다.
바야흐로 무지의 시대다. 거지가 동냥을 해도 잔치집이냐 상갓집이냐에 따라 깡통을 치는 가락이 다르다. 시도 때도 모르고 어지럽게 두들기니 산넘어 돼지와 바다 건너 원숭이도 우습게 보고 만만히 느껴 덩달아 짖는다.
꽤액, 왈왈.

처음엔 이게 진짠가 싶었는데 진짜다.
가벼움이 없다. 진지하고 또 진지하다.
인정하기로 했다.
가히 산을 밀어 바다를 메우고
돌도 녹일만한 신념이다.
바라는 것이 뭔지 모르겠다. 
약육강식의 원시시대를 지향하는것 같은데 말은 자유로운 정의사회구현이라고 한다. 자유가 훼손되고 정의가 깨졌으니,
엄정한 법치로
이제까지의 인류가 종교와 철학과 도덕으로도 이루지 못한 일을 저희가 해내겠단다. 급기야 말 못하는 마소와 개돼지까지 교화시킬 기세다. 아멘.

기세가 사납고 드세니 손을 보거나 다독여 진정시킬 여지가 매우 적다. 그들과 우리의 공존을 위한 선의로 조심스럽게 교정해 보려 하나 손이 닿지 않는 낡고도 허술한 제도의 틈에서 마음껏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 거린다. 이러다 숙주인 우리가 먼저 죽겠고 다음은 니들 차례다. 아냐?

누구나 주권자인 민주사회이니 다양한 자기 주장은 고정값이다. 피하거나 생략할 수 없는. 그런데 이들은 그들의 생각을 큰소리로 반복할뿐 다수의 대중에게 논리와 끈기로 이해시킬 생각은 없어 보인다. 대신 상대의 주장에 소음과 어지러움을 더하는 야비한 버릇이 있다. 잘지은 밥에 흙과 재와 천남성과 투구꽃을 섞어 거름도 못되게 만드는 것이 재주라면 재주다.

인고의 세월은 얼마나 더 이어질 것인가.
과연 기다림의 끝은 올것인가.
참고 견디는 것만이 해결책인가.
바른 사고와 최소한의 욕심으로 살되
가진 것의 나머지를 인류애로 채워
홍익인간의 완성을 기대했던 많은 이들에게 저들은 재앙이다.
절망끝에 희망을 본다고 했는데 그게 아니고, 급기야 폭망이 기다린다면 우리에게 버틸 여지는 충분한가.
이렇게 견디고 기다리면 되는 것인가.
자기가 속한 사회의 안정에 기대
살아 가면서도 그 사회에 대한 일말의 의무나 책임도 다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 근간을 좀먹는 기생충같은 놈들의 한톨 양심을 믿어야 하나? 이런 확, 바람과 파도의 침식, 화산 폭발과 지진에 기대는 것이 더 빠를려나?

역사의 우연한 기적을 바라지 말자.
방치와 외면과 무관심으로
해결 가능한 일은 없으니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생각있는 사람들의 연대와 끈기 있는 노력이겠네.
산을 걷어낼 양이면 한삽을 반복해 뜨고, 바다를 메우려면 한개의 돌이라도
연이어 던져 넣어야 한다.
민들레 홀씨는 작고 버섯의 포자는 더 작지만 계절이라는 때와 바람이라는 기회에 기대
산을 넘고 강을 건넌다.
목표를 가지고 움직여야만 한다.
기적은 없다.

각자 가진 신념의 질량과
그만큼의 용기로
어깨 걸고 함께 가는 타인과 함께
스스로의 길을 걷자.

무엇이 세상을 움직이는가,
생각에 이어 행동하는 바로 우리다.
언제? 지금 바로.

- 현재 내가 의지하는 세가지. 겸공, 촛불행진, 민들레-
작성일:2023-05-24 22:05:56 182.219.23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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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j 2023-06-15 22:37:10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다른 면의 부끄러움이 없는 사회, 정확히 말하면 염치없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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