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의 보수 선언으로서 이전부터 보수성을 지적받던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보수당의 자리를 갖게 되었다. 이에 따라 한국 정치 지형은 극우 집단과 보수 집단으로 모양을 갖추게 되었다. 소위 극우 집단은 현재 한국 내 극단적 파시즘 또는 극우 가치를 주장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었고, 보수 집단은 이재명 대표의 대통령 당선과 별개로 민주당을 중심으로 새로운 보수로서 한국의 건강한 보수를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진보 집단의 경우, 민주당 내에 우선 활동하고 있거나 작은 단위로 활동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건강한 진보 정당이 세력을 키우고, 이 정당을 지지할 좀 더 큰 단위의 진보 집단의 구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민주당은 그간 한국 내에서 그나마 진보에 근접하는 가치를 주장해 왔고, 이번 내란 사태 종결의 핵심 역할을 했으므로, 거대 정당으로 당분간은 존재해도 큰 문제는 없을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모든 국회의원부터, 시의원, 구의원이 건강한 보수로서 활동할 수 있는가, 활동하고 있는가는 별개이다.
게다가 역사 속에서 언제나 일당화 한 정치 집단은 결국 부패하였다. 문재인 정권의 인사 실패가 여러 진영에서 지적되었듯이, 만약 민주당 독주 형태로 장기간 정치 지형이 유지된다면, 차기 민주당 대선 당선자가 누구이든지 비슷한 인사 실패를 겪을 수 있고, 민주당 자체도 각종 구설수에 다시 오르내리면서 건강한 정당과 정부로서 활동하지 못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더욱 제법 덩치가 크면서도 탄탄한 진보 정당과 지지 집단의 형성이 요구된다.
민주당이 진보 진영적 성격으로 대중에게 인지되던 때, 건강한 보수가 없었고, 아무리 민주당이 견제로서 역할을 다하더라도 건강하지 못했던 보수 여당은 스스로 붕괴해갔다. 이러한 여당에 기반을 하던 정부는 여당과 함께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다 탄핵이라는 제도적 장치에 의해 붕괴해버렸다. 이제 새롭게 등장한 보수로서의 민주당이 같은 길을 갈 리는 없겠지만, 앞서 말한 예와 민주당에서 갈라져 나와 내란 세력과 손 잡는 특정 인물들 같은 인물이 또 없을 거라고는 보장할 수 없다.
한편 진보 정당의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정치 지형의 형성으로 빈 자리가 되어버린 진보 자리를 차지하고, 현재 변화하는 진보 가치를 정치화할 필요성이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지적되고 있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여성운동이 남성혐오로 변질되고 많은 비판을 받으면서, 여성 운동을 양성 평등 운동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리고 노동 현장의 경우, 계속해서 지적되는 귀족 노조 프레임을 타파하고, 아예 비정규직이 보편화한 노동 현실 속에서 더이상 단순하게 정규직 전환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다른 방향을 모색해야 할 상황이다. 또한 교육분야에서 시급해진 문제로서, 학교 내 파시즘 가치의 확산이라는 위험 상황 속에서 교사들의 정치권과 수업권에 어떤 힘을 실어줄 수 있는가도 당장의 문제로 떠올랐다. 한편 문화와 사회 분야에서 중국인 혐오를 필두로 각종 혐오 가치의 확산이 sns나 유튜브 같은 매체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상황, 동시에 아노미적 가치를 지지하는 청소년과 청년들의 대두 문제도 시급히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위의 문제들은 정교한 이론 체계와 학술적 토론의 결과로 여과된 것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인식 상황을 기초로 하였다. 진보가 그간 점점 그 자리를 잃어 갔던 이유 중 하나가 지나친 이념 투쟁적 상황인식이다. 모든 것을 이념의 문제로 치환하고, 현실을 이론화하는 단계에 집착하고, 추상성에 집중하다 정작 현실에서 동떨어지고 대중과의 접점을 상실해 갔다. 때문에 대중들은 그것들이 주는 어려움에 수용의 어려움과 부담을 느끼고, 이게 당장의 현실에 적합하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에, 지지를 하지 않게 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형성될 진보 정당과 지지 집단은 현실에 좀 더 적합하고 가까운 유연한 모습을 가져야 한다. 우리들만 옳아 같은 태도를 대중들이 느끼는 순간 끝인 시대가 되었다. 진보 가치와 이데올로기가 무의미하다가 아니라, 이것을 현실에 천천히 푸는 작업을 얼마나 잘하는가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동조과잉하는 진보는 이제는 설 자리가 없다. 왜 진보가치를 지지하고 지향하는가는 결국 궁극적으로 그 가치가 실현되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롭기를 바라기 때문이 아닌가. 만약 민주당이 정권을 창출한다면, 진보는 이제 민주당으로부터 독립을 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흩어져 있는 진보 집단들을 모아서 연합의 형태로 우선 활동하는 게 어떨까 싶다.
작성일:2025-05-16 18:05:51 183.96.12.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