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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님의 ‘내란을 끝내는 현명한 방법’ 관찰기를 읽고 생각 더하기 -다시 국민투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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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걸
등록일
2024-12-23 14:43:20
조회수
334
‘역시 유시민 작가님이다’ 싶은 글을 읽었다. 내란 사건 앞뒤로 소용돌이치고 있는 정세와, 그 정세 탓에 온종일 사지를 비비틀며 번민하고 있는 나에게 유작가님의 글은 복잡하게 얽혀 풀지 못하는 실타래에서 잠깐 손을 떼고 차분히 앉아 얽힌 모양새를 들여다보게 하는 여유를 주었다. 유작가님은 현 상황을 ‘혁명적 정세’라고 했다. 그 ‘혁명적 정세’는 윤석열의 직무 정지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윤석열이 국가의 모든 권력기관에 미리 알박아 놓은 내란 동조자들이 저희들의 이권과 권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총단결하여 저항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확한 분석이면서 국민 대부분이 수긍하고 있는 명쾌한 진단이다. 검찰이 가장 그렇고, 경찰, 법원 등등 모든 권력기관이 그렇고, 그 가운데 가장 사악하며 많은 책임 지분이 언론에 있다는 것도 정확하다. 그러면서 유작가님은 다른 마땅한 대안이 없다며. 전장의 가장 근거리에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효능감과 정의로움을 보여주는 민주당의 결정을 신뢰하고 따르겠다는 의미로 글을 마친다. 유작가님이나 나나 민주당원이 아니지만, 나 또한 일상에 매몰되어 있는 한사람의 소시민이지만 전적으로 공감하고 따르려 한다. 그러나....

한가지 유작가님이 말하지 않은 아쉬운 지점이 있다. 지금의 민주당은 신뢰할 만한 정당이다. 총선 전까지만 해도 수박이 반이었던 정당이 총선을 거치면서 기민하고 단합된 정의로운 정당으로 거듭났다. 전세계에서 유료 당원이 가장 많다는 거대 민주당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바뀔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두 가지다. 한가지는 당내 민주주의를 처음으로 (아직 부족하지만) 실현한 것이 그 하나요, 다른 하나는 하필 그 엄청나게 힘든 혁명과도 같은 개혁을 주도한 이가 이재명이었기 때문이다. 천우신조와도 같다. 생각해 보자. 1년 전의 민주당이었어도 그날 밤 순식간에 담장을 넘어 계엄령 해제라는 위기모면의 성과를 만들 수 있었을까?

이재명 대표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본인의 차기 당선은 차치하고 앞으로 닥칠 무수한 고비와 위기들을 과거 민주당으로 헤쳐나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지난 총선을 기회로 모험을 감행한 것이다. 당 내외부에서 무수한 비판과 총공격이 펼쳐질 것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내 민주주의의 토대’만이 어떠한 위기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이재명은 분명 알고 있었다. 물론 당시에 오늘날 같은 계엄령을 예견하지는 못했을 수 있겠지만, 계엄 아니라 전쟁도 불사할 인간들이 집권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하기에 이재명은 정치적 생명을 걸고 총선을 기점으로 당내 민주주의 구축에 나섰던 것이다. 이재명에게 민주주의는 전략이기도 하지만 전술이기도 했다. 흡사 그가 주창하는 기본소득처럼.

그런데 지금 이 시국에 나는 민주당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싶다. 당신들은 윤석열을 ‘내란의 수괴’라 부르고 있으며, 국무총리와 내각과 검찰과 법원과 군대와 레거시 언론의 우두머리급 다수를 ‘내란 동조자’라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왜 당신들은 이 내란을 종결하고 정상적인 민주국가로 만드는 일을 그들 손에 맡기지 못해 안달인가? 왜 1급 부역자 한덕수에게 가련한 희망을 걸고 있는가? 한덕수로 안되면 다음은 누구 그다음은 또 누구에게 날짜 게산에 허덕이며 안타까운 추파를 던져야 하는가 말이다. “누군들 그러고 싶어 그러겠어? 기왕에 만들어져 있는 법이 권한대행의 순서를 그렇게 지정해 놓았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그렇게 하는 것이지”라고 하겠는가? 그말인 즉슨, 정국 정상화를 위해서 더 큰 도둑놈을 잡기 위해서 좀도둑과 손이라도 잡아야 한다는 것인데, 도덕적인 정당성은 사치라고 쳐도, 덜 나쁜 좀도둑이 정말 우리 편이 되어 줄 수 있을까? 그 덜 나쁜 좀도둑이 더 나쁜 도둑과 한참 열심히 도독질을 할 때 서로의 약점을 무수히 공유했을 터인데, 그 덜 나쁜 도둑놈 입장에서 더 나쁜 도독놈의 족쇄를 부셔 다시 원상태로 만드는 것과, 더나쁜 도둑놈의 형집행을 도와 자신이 지은 죄과를 정상참작 받는 것 중 왜 후자를 선택할 것이라고 희망하는가 말이다. 또한 그 희미한 확률에 기대는 것이 합리적인지를 떠나서, 그렇게 된다 한들 그 수많은 부역자들의 죄는 모두 사면할 것인가? 곳곳에 스며 있는 알박이들을 걷어내는 게 왠지 호락호락한 일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12.4 계엄 해제와 12.14 탄핵소추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국회의원 204명이 목숨을 걸고 이룩한 성과임에 분명하다. 처음으로 국회의원 집단에게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결정적인 원인이 된 것은 계엄군으로 차출되어 시민들을 진압하고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추상같은 군령 앞에서 고민하게 된, 나이는 어리지만 사고는 성숙한 젊은 군인들의 존재였다. 그들은 그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짧은 순간에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모두들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게 맞는 행동인가? 내가 이래도 되나? 어머니 또래의 시민에게 폭력을 쓰라고?’ 장갑자 앞을 맨몸으로 막아서고, 국회 담장을 애워싸고, 총부리를 가슴으로 막아선 민주 시민들과 함께, 태업을 한 젊은 군인들이 아니었으면 오늘 민주공화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은 사라졌을 것이다. 윤석열 친위쿠데타가 실패한 첫째 요인은 바로 민주화된 시민에 대한 인식 부족이었다.

이번 사태로 증빙된 것처럼, 우리가 진정 의지해야할 것은 윤석열의 쫄따구이자 공범인 한덕수가 아니고, 한덕수의 쫄따구이자 공범인 무슨무슨 장관도 아니고, 그 다음 누구누구 장관도 아니며, 지금껏 윤석열 검사독재에 기생하여 국민을 적대해온 경찰도 검찰도 아니며 하물며 평생 불합리하고 한계투성이었던 법률과 제도에 편승해 저희들 기득권 확보에 온 평생의 정념을 다 해온 기득권 헌재 판사들도 아니라는 것이 자명한데, 어째서 우리는 쫄따구 부역자 및 그룹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버리지 않는 것인가? 잠깐 멈춰서서 생각해 봐야 한다. 박근혜 탄핵 시점의 경험이 혹시 독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재명 대표는 늘 입버릇처럼 말 해왔다. 국민의 집단지성을 믿는다고. 나도 그러했지만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204명의 국회의원들도 사실 20 30 청년들이 저렇게 벌떼처럼 모여들어 국회를 포위하고, 응원봉으로 빛의 축제를 만들어 게엄을 부수고 탄핵 소추를 성취해 낼 줄을 정말 짐작도 못했을 것이다. 늘 입으로는 국민을 믿는다고 했지만 정말 필요할 때 그들 민주시민 덕분에 B1 벙커 지하에 거꾸로 메달려 고춧물을 들이키지 않아도 되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혁명적 시기에 우리가 다시 확인한 대로, 우리가 믿어야 할 것은 민주시민들이다. 국민 80%가 탄핵에 찬성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국민 투표로 이를 해결하려 생각을 하지 않고 부역자 넝마 정권과 기득권의 옹호자인 헌법재판소에 우리의 운명을 저당잡히고 있는가? 우리가 현재의 탄핵 절차와 함께 동시에 추진해야하는 것은 국민투표다. 그 성패의 결과를 의심하지 말라. 지난 총선에 이재명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고 당내 민주주의 구축을 전술로 활용했던 것처럼, 우리는 이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전술로도 활용해야 한다.

이미 204명의 국회의원이 탄핵에 동참했다. 그들 중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에 찬성표를 던질 때 탄핵으로 인해 촉박하게 진행될 대선과 그 대선의 유불리를 몰랐을 턱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녀사냥과 같은 당내 색출이 잇따르게 될 것이라는 뻔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어려운 결정을 했다. 따라서 그들을 정치적으로 포용하여 2/3 찬성으로 국민투표를 성사시키는 것이 부역자 그룹에게 온정을 기대하는 것(혹시 현재 민주당이 한덕수를 비롯한 부역자 그룹을 강제하는 중이라고 변명하지 않기를) 보다 낮은 확률일까? 국민투표를 진행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손실이, 민생과 경제가 하루하루 침몰하고 있는 이 상황이 강제하는 손실보다 크다고 생각하는가?

본래 국민투표, 즉 임기단축 및 중임제 개헌은 지금은 감방에 계신 조국대표로부터 제안된 바 있고 민주당 내에서는 김용민 의원 등이 줄기차게 주장해 왔었다. 그러나 급작스럽게 터진 계엄 상황과 이를 긴급히 해제해야만 했던 상황, 그리고 잠시라도 외환을 일으키려했던 내란 수괴를 그 자리에 둘 수 없어 수괴의 직무를 정지시켜야 했던 긴급한 상황 때문에 올바른 문제제기이자 전술이었던 ‘국민투표’라는, 가장 원칙에 충실하고 합리적이며 효과적인 방법이 잠시 뒤로 물러섰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시 국민투표를 생각해야 한다. 탄핵 절차는 절차대로 거치되, 국민들을 향해 저 부역자들의 손아귀에 있는 탄핵절차에만 의지할 수 없음을 경고하고, 국민투표 만이 모든 상황을 직접민주주의로 정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며, 간단한 방법이며, 예후가 좋은 방법임을 모든 역량을 모아 홍보해야 한다.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마침 스픽스에서 모 교수가 나와 같은 생각을 정리해 주셨다. 그 방송을 보고 나는 내 의견이 바로 그렇다고 무릎을 쳤고 다른 많은 민주 시민들이 벌떼같은 소란으로 국민투표에 대한 이야기를 화두로 올리기를 기대한다.
작성일:2024-12-23 14:43:20 117.16.90.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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