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걱정 가시나 했더니 곧바로 김장 물가 걱정
폭염 영향에 8월 야채류 생산자물가 폭등
시금치 124% 올라…소비자물가에 영향
실제 재래시장에선 배추 한 포기 "2만원"
공산품 하락에 전체 생산자물가는 0.1%↓
폭염와 호우과 교차했던 지난달 농림수산품의 생산자물가가 크게 올랐다. 공산품값 하락에 힘입어 전체 지수는 약보합 수준에 머물렀지만, 특히 야채류의 가격이 폭등 수준으로 치솟아 벌써부터 김장 물가를 우려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최근 재래시장 등에서는 배추 한 포기 값이 2만 원을 훌쩍 넘는 경우도 있어 물가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8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9.41(2020년 수준 100)로 전월(119.56)보다 0.1% 하락한 약보합세를 보였다. 최근 생산자물가지수는 4월 119.16, 5월 119.25, 6월 119.23, 7월 119.56 등으로 반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다만, 계절성을 고려한 전년 동월 대비로는 지난해 7월(-0.3%) 이후 13개월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문제는 품목별 등락률의 편차가 크다는 점이다. 농산물, 축산물 등은 큰 폭으로 오른 반면 공산품은 국제유가 등 원자재값 하락의 영향으로 내렸다.
품목별 전월 대비 등락률은 농산물(7.0%), 축산물(4.2%) 등을 포함해 농림수산물이 5.3% 높아졌다.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도 주택용 도시가스(7.3%) 등이 올라 1.2% 상승했다. 반면에 공산품은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 덕분에 석탄 및 석유제품(-4.0%), 1차 금속제품(-1.5%) 등을 중심으로 0.8% 낮아졌다. 서비스업은 금융 및 보험서비스(-1.3%)와 운송서비스(0.4%)의 등락이 엇갈리면서 전월 수준을 유지했다.
세부 품목 중에서는 배추(73.0%), 시금치(124.4%) 등 채소와 쇠고기(11.1%) 등 축산이 크게 올랐다. 경유(-7.4%), 나프타(-4.2%), 중후판(-7.5%), 동1차정련품(-6.0%) 등은 내렸다.
특히 배추 등 대표적인 김장 채소의 가격 폭등이 우려를 낳고 있다. 생산자물가가 통상 1~3개월 뒤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김장 물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재래시장 등에서 배추의 포기 당 가격이 2만 원이 넘는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물가 당국이 조사하는 평균 가격과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23일 재래시장과 대형 마트, 하나로마트 등 각 유통사에서 조사한 배추 가격은 한 포기에 평균 9321원 수준이었다. 실제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와는 2배 이상 격차가 난다.
대형 마트 등에서 실시한 할인 행사 등의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김장 채소값의 폭등 추세는 분명해 보인다. 이는 이달 중순까지 계속된 폭염과 일부 생산지역에서는 폭우 피해까지 입은 탓에 물량이 부족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배춧값이 당분간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자 다음 달 2일까지 정부 할인 지원을 지속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김장철 배추 공급에 문제가 없도록 김장에 쓰는 가을배추에 대한 생육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고랭지에서 재배되는 여름 배추와 달리 가을배추는 전국에서 나온다. 이달 하순부터 해발 600m 이하 지역에서 출하가 시작되고 다음 달 상순에는 출하 지역이 늘어 배추 공급이 늘고 품질도 개선될 것으로 농식품부는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 수입품까지 포함해 가격 변동을 측정한 국내 공급물가지수는 전달보다 0.5% 하락했다. 원재료는 0.3%, 중간재는 0.8% 각각 내렸지만, 최종재는 0.1% 상승했다. 국내 출하에 수출품까지 더한 8월 총산출물가지수도 0.7% 낮아졌다. 농림수산품이 5.1% 올랐지만, 공산품이 1.5%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