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하, 종부세 또 후퇴…새해 예산안 타협의 그늘

정부안 639조원 중 감액 4.6조, 증액 3.5~4조…총규모 역대 최대

종부세 사실상 폐지…총선 의식 집값 오른 지역구 의원들 압박

법인세 과표구간별 일괄 인하도 금액으로는 초대기업 위한 감세

2022-12-23     유상규 에디터

여야 합의를 거쳐 확정되는 새해 예산안의 세부 내용을 놓고 비판과 우려의 소리가 적지 않다.

국회는 23일 본회의를 열어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인 2023년도 예산안을 처리한다. 여야 협상을 거쳐 정부가 제출한 639조 원에서 4조6000억 원 감액되고 3조5000억∼4조 원 가량이 증액돼 총규모는 정부안과 비슷하거나 조금 줄어든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정부 수립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여야는 종합부동산세 등 예산 부수 법안들도 예산안과 함께 처리한다. 이 가운데 종부세는 사실상 없어지는 수준의 정부안이 거의 그대로 여야 합의를 거쳐 통과된다. 종부세 후퇴는 초부자 감세의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법인세도 ‘과표구간별 일괄 인하’라는 ‘눈속임’을 담아 최고세율을 1%포인트 인하했다. 내년 도입하기로 예정됐던 금융투자소득세는 2년간 시행이 유예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새해 예산안 합의가 지역화폐와 공공임대주택 등 민생예산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예산안 편성 단계부터 논란이 돼 온 초부자 감세와 행정안전부 경찰국 예산 등 시행령을 통한 편법 정부조직개편 등에 대한 제어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 일정을 감안하면 민생예산은 내년 상반기 중 추경 편성을 놓고 여야 합의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 종부세 개정은 여·야·정 한통속 합의

종합부동산세 개정은 사실상 세목 자체가 무력화될 수도 있는 정부안이 그대로 수용됐다고 볼 수 있다. 여야가 국회 선진화법이 시행된 2014년 이후 가장 늦은 합의를 한 이번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가장 ‘무리없이’ ‘우선’ 합의된 것도 종부세이다.

개편안은 종부세 대상을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공시가격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하고, 기본공제 금액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올렸다. 중과세율(1.2~6.0%)을 적용하는 다주택자의 범위를 조정대상 지역 여부와 상관없이 3주택 이상 보유자로 축소했다. 어느 지역이든 시가 16억~17억원 주택이면 두 채를 가지고 있어도 일반세율(0.5~2.7%)을 적용받게 된다.

3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도 큰 폭 완화된다. 공시가격 기준 12억원 이하까지는 일반세율이 적용되고, 종부세 최고세율도 6%에서 5%로 1%포인트 내렸다. 이같은 다주택자 종부세 부담을 낮춘 배경에 지난해부터 집값이 크게 오른 서울 강북지역 국회의원들의 요구가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종부세 개정은 3주택 이상의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를 낮춰서라도 존치시킨 것 말고는 정부안 그대로 합의됐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 특히 주택에 대한 세금을 놓고는 여야나 정부가 한통속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vs 과표구간별 일괄 인하

정부가 제출한 법인세율 개정안은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에 덧붙여 과표구간을 단순화하고자 했다. 현행 과표구간과 세율은 △2억원 이하(10%)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20%) △200억원 초과~3000억원 이하(22%) △3000억원 초과(25%)로 나뉘어 있다.

정부는 이를 200억원 이하는 20%, 200억원 초과는 22%의 두 단계로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안은 과표가 3000억원 넘는 대기업의 세금을 3%포인트 깎아주자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2억원 이하의 영세기업은 오히려 법인세가 10%에서 20%로 2배나 오르는 셈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최고세율을 25%에서 24%로 1%포인트 내리자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이를 수용했고, 여당은 거부했다. 최종적으로 여야가 합의한 안은 과표구간별 모두 1%포인트 인하하는 내용이다.

언뜻 보면 절충안보다 진전돼 보이고, 형평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과표구간별 일괄 조정을 1%라는 비율이 아닌 액수로 보면 의미가 크게 다를 수 있다. 금액으로 보면 △2억원 이하 최고 200만원 △200억원 이하 최고 2억원 △3000억원 이하 최고 30억원 등 큰 차이가 난다. 과표가 1조원이 넘는 초대기업이라면 100억원 이상의 세금이 줄어드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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