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국장 49재도 안 돼 김건희 명품백 무혐의 결론

예상했던 결론…양심도, 동정심도 기대 못할 정권

청탁 당사자가 청탁이라는 데 감사 표시라는 궤변

5시간짜리 황제 출장 수사…애초부터 짜맞춘 결론

검찰 인사 말 잘 듣는 기획통으로 채우면서 '방탄'

명품가방 이어 주가조작 수사도 무마하려 할 듯

결국엔 특검이지만…윤석열 거부권 행사 불보듯

국민 눈높이 운운하던 한동훈은 "검찰, 팩트"

2024-08-21     김성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2022년 9월 13일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지하에 위치한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최재영 목사를 만나 크리스찬 디올 명품백을 받을 당시 모습이 담긴 동영상. 서울의 소리 유튜브 화면 갈무리

모두가 예상한 결론이지만, 인간으로서 일말의 양심도 동정심도 기대하기 어려운 정권이다. 검찰이 명품가방을 수수한 김건희 씨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을 내렸다. 김건희 명품가방 등과 관련해 양심에 반한 업무를 반복 처리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민권익위원회 고위 공무원의 비통한 죽음이 있은 지 불과 보름도 되지 않아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최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김 씨의 청탁금지법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수사 결과를 보고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조만간 수사 결과를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보고한 뒤 김 씨에 대한 최종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약 4개월만에 속전속결로 내린 결론이다.

수사팀은 명품가방 수수 과정에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 의원의 국립묘지 안장 등 청탁이 확인됐음에도, 김 씨가 2022년 9월 최재영 목사로부터 받은 디올 백이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가성이 있다기보다는 개인적인 사이에서 감사를 표시하며 주고받은 선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가방을 건넨 당사자가 청탁이라고 주장했음에도 검찰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선물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이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림에 따라 윤 대통령도 청탁금지법상 신고 의무가 없다는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이 영상으로 수백만 원의 명품을 주고받는 장면을 봤음에도 대놓고 무혐의로 결론을 내린 것은 검찰의 '5시간짜리 황제 출장 수사'에서 예견된 일이었다. 김 씨는 무장 병력이 있는 경호처 부속시설로 수사팀을 불러 검사들의 휴대전화를 제출받고 비공개로 수사를 받았다. 수사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심대하게 훼손하는 문제였지만 김 씨에게는 예외였다.

 

지난 2021년 12월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상가에서 한 시민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허위이력 의혹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문제는 명품가방과 명품 화장품, 고급 양주 등 수백만 원 상당의 물품을 김 씨에게 건넨 최 목사와 비교하면 더욱 명확하게 확인된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검찰에서 김 씨에 대해 무혐의로 결정을 내리는 동안, 최 목사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스토킹 혐의, 건조물 침입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과 영등포경찰서에서 수차례 소환 조사 받았다. 여기에 더해 최 목사는 지난 총선을 앞두고 여주·양평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최재관 후보를 위해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는 혐의와 함께 '김건희 씨가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 공천에 도움을 줬다'고 발언해 이 의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까지 받고 검찰에 송치됐다. 김 씨는 특혜수사로 무혐의로 풀어주면서, 최 목사만 집단 린치에 가까운 수사를 하고 있는 상황을 정상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러한 불공정 수사가 아무런 견제 없이 벌어지고 있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이러한 비정상적인 수사 행태는 오래전부터 상당히 치밀한 계획을 세워 실행된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 김 씨는 주가조작에 더해 명품가방 수수 문제까지 터지면서 지난해 12월부터 4월 총선까지 잠적했다. 김 씨가 대중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법무부가 이 총장을 '패싱'하고 느닷없이 검찰 고위직 인사를 단행했던 5월 중순이었다. 이때부터 김건희 수사로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은 이 총장을 패싱하고 친윤, 김건희 방탄 체제를 공고히 하며 김 씨에게 길을 열어줬다. 정권은 한동훈·이원석·송경호 등 '길들이기'에 상대적으로 피로감이 있는 특수통을 모두 갈아치우고, 민정수석실(김주현 수석)과 서울중앙지검(이창수 지검장)을 다루기 수월한 기획통 인사들로만 채웠다. 그 이후 줄곧 수사는 대통령실 바람대로 무혐의로 향했다.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가 12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8.12. 연합뉴스

이번 인사에도 검찰총장 후보자에 기획통인 심우정을 내정함으로써 계획한 그림의 상당 부분을 완성한 것으로 보인다. 심 후보자가 김건희 특혜 조사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일을 진행한 것"이라고 한 것은, 앞으로 김 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어떤 방향성을 가질지 보여주는 부분이다. 심 후보자의 발언은 그 자체로 명품가방 무혐의 이후 이어질 주가조작 등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까지 염두에 둔 인사라는 것을 방증한다. 내달 12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범들의 2심 선고가 예정돼 있지만, 검찰은 이번 명품가방 수사처럼 김 씨의 출구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김 씨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폭발할 지경에 이르고 있지만, 검찰 내부의 자성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결국 이러한 비정상적이고 불합리한 상황에서 재차 소환되는 것이 '특검'이다. 그러나 임기 절반도 채우지 않고 무려 21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이 자신의 부인 특검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는 지난 1월에도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되자마자 단 하루 만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자신의 배우자 비리를 막기 위해 단 한 치의 고민도 없었다. 하지만 이를 균형 잡을 여당의 현재 모습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대통령실 여의도 출장소격이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김건희 특혜 수사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며 당당했던 한동훈 대표는 이날 검찰이 무혐의 결론을 내린데 대해 "사법적 판단은 어차피 팩트와 법리에 관한 것"이라며 "거기에 맞는 판단을 검찰이 내렸을 것"이라고 꼬리를 내렸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