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은 제3의 이동관 아닌 '개악(改惡)판'
방통위원장 청문회에서 공인 자격부터 없음 재확인
신뢰도 1위인 MBC의 편파보도 바로잡겠다고?
임명과 함께 탄핵 예상, '윤석열 탄핵시계' 재촉할 것
이진숙이 ‘제3의 이동관’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24~25일 이틀간 열리고 있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또 다른 이동관’, 그것을 넘어서서 '이동관 개악(改惡)판'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 후보자의 언행은 그가 이동관이나 김홍일을 넘어서 더욱 진화된 인물이라는 것, 이동관은 공영언론의 독립성을 무시했다면 그 후임자 김홍일은 무지했고, 이진숙은 그 자신이 30년간 몸 담았던 공영방송의 기능과 책무에 대해 '망각' 상태라는 것을 드러냈다.
언론계와 시민사회 야당의 맹렬한 반대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청문회 결과와 상관 없이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이 확실한 상황이다. ‘이진숙 방통위장’은 자신을 불러준 권력자의 주문대로 의사봉이라는 칼을 마구 휘둘러댈 것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의 임명이 방통위 운영이 아닌 친권력적인 MBC 사장 앉히기라는 목표를 위한 도구 용도라고는 하지만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는 방통위장으로서의 인식이나 역할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은 물론 공인으로서의 자격부터 갖추지 못했음을 더욱 분명히 확인시켰다.
청문회의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자료 제출 미비를 지적했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MBC에서 있었던 일은 인사에 관한 사항이라서 제출할 수 없다'는 식으로 갖가지 이유를 들어서 미제출한 건수가 224건"이라며 "도대체 뭘 검증하라는 것인지, 검증을 받기 싫으면 사인(私人)으로 살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모든 자료를 꽁꽁 숨겨놓고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내놓고 그게 검증이라고 하면 국민이 믿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자료 제출 거부가 아니라 제출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해야 맞을 듯하다. 그가 국회에 보낸 답변서를 보면 사실과 다르거나 핵심을 피해 가는 대답투성이였듯 그가 제대로 된 답변과 자료를 낼 수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윤석열 정부의 정부의 언론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언론 자유가 잘 보장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5·18 희생자들을 ‘폭도’ ‘홍어족’ 등으로 모욕하는 페이스북 글에 ‘좋아요’를 눌렀고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에 음모론을 들이댔다. 함부로 좌파 우파를 나누며, ‘광고를 안 주는 것으로 MBC를 벌 줄 수 있다’는 겁박성 발언을 했다. 이들 발언들과 행적에 대해 그로서는 답변을 거부하거나 자연인 시절의 일이었다는 이유로 피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였다.
공공기관 수장은커녕 공인 자격 의문들이 쏟아진 가운데 "법인 카드를 사적으로는 1만 원도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자택 동네 부근에서만도 400만 원 가량의 법인 카드를 사용한 내역의 제시에 대해 해명하는 것은 궁색하기만 했다. 1만 원과 400만 원 사이의 거리만큼이나 방통위장 적격성과 그와의 거리는 멀어보였다.
방송통신 현안 질문에 이동관 전 위원장과 같은 답변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낸 그는 거들어줄 의도로 여당 국민의힘의 한 의원이 "방송통신위법에 공영 방송에 대한 정의가 없어서 공영방송이 무엇인지가 불분명하다"고 하자 법적인 미비점이라고 바로 화답했다. 그러나 그같은 인식은 법률에 민주주의와 공익에 대한 정의가 있지 않듯 '공영 방송'에 대한 정의가 없는 것은 정의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는 점에 대한 이해의 결여를 여지 없이 드러낸 것이었다.
그는 앞선 두 전임자의 성공 사례를 따라, 즉 이동관과 김홍일 위원장의 임명 강행과 탄핵 표결 전 사퇴의 재연 전철을 그대로 따라갈 가능성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그런 사정 때문인 듯 그는 탄핵 절차 들어가기 전에 자신이 하달받은 임무를 서두를 것임을 분명히했다. ‘가장 시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사안’을 묻자 “공영방송의 공영성을 회복하는 것이다”며 “공영방송 임원 선임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방통위장이 되자마자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강행할 것임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이미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공모에는 MBC 구성원들을 탄압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던 인사들이 대거 지원해 있다. 이진숙이 임명되자마자 이사 선임 의결을 강행하려는 것이다. 지난 15일 공개된 32명의 방문진 이사 지원자 명단에 대해 MBC노조는 성명을 내고 “이명박·박근혜 시절, 김재철·안광한·김장겸 사장 아래 MBC를 망가뜨리는 데 앞장섰던 주역들이 대거 지원했다”며 “다시는 보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았던 인물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이름을 올렸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경영진을 교체해 이른바 '불공정한 보도 태도, 관행 고질적인 언론노조에 의해 편파 보도'를 바로 잡으려 나설 것이 예상된다. '신뢰도 1위'를 지키고 있는 방송에 대해 불공정 편파보도라며 칼을 대겠다는 것이다. 이진숙 후보자는 자신이 MBC 보도 방향성에 직접 관여할 순 없지만, MBC 경영진을 선임하는 방문진 이사를 공정한 방식으로 뽑겠다고 밝혀 이같은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90여개 언론·시민단체들이 결성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25일 “어제(24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청문회는 이진숙 씨가 왜 방송통신위원장뿐 아니라 어떠한 공직도 맡을 자격이 없는지 명백히 보여줬다”며 “이진숙 씨는 지금 당장 사퇴하고 청문회장에서 퇴장하라”고 요구했다. 공동행동은 “어제 청문회에서 이진숙 후보자는 MBC 장악에 대한 의지를, 야욕을 분명히 드러냈다. 방통위원장 임명되면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을 강행할 뜻을 분명히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진숙의 사퇴도, 대통령의 임명 철회도 결코 없을 것이다. 이진숙에 대한 탄핵과 함께 "헌법은 대통령이 주어진 직무와 권한을 위반하고, 직권을 남용하여 국가와 국민에게 심각한 피해를 준다면 탄핵으로 대통령을 단죄하게 되어 있음을 명심하라"는 언론계와 시민사회의 경고처럼 '윤석열 탄핵'의 또 하나의 시계가 더욱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