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탄핵 청문회'…이종호·김용현 등 핵심증인 불출석
채해병 수사외압, 임성근 로비 의혹 규명 주력
핵심 증인 빠진데다 국힘 방해로 형해화 우려
민주당 "아무리 피해도 진실의 시간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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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해병 순직 1주기인 19일 오전 10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 관련 청문회'를 연다. 19일과 26일 두 차례 예정된 '윤석열 탄핵 청문회'의 시작이다. 이번 청문회는 국회동의청원에 올라온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청문회 하루 전인 18일 낮 12시 기준 국민동의청원 서명 인원은 142만여 명에 달한다.
첫날 청문회는 사실상 '채해병 특검법 2차 입법 청문회' 성격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국민동의청원에서도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행사'가 윤석열 탄핵 사유 첫 번째로 언급됐다. 이에 따라 법사위는 첫날 청문회에서 아래와 같이 증인과 참고인 26명을 불렀다.
증인 △신원식 국방부 장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강의구 대통령실 부속실장 △김형래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실 행정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 △박경훈 국방부 조사본부장 대행 △노규호 전 경북경찰청 수사부장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전 국가안보실장) △임상규 경북경찰청 수사심의위원장 △박상현 해병대 1사단 7여단장 △최주원 경찰청 미래치안정책국장(전 경북경찰청장) △박종현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 △정종범 전 해병대 부사령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임기훈 국방대학교 총장(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이윤세 해병대 공보정훈실장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이상 22명)
참고인 △김정민 변호사(박정훈 대령 변호인) △김규현 변호사(박정훈 대령 변호인, 공익신고자) △김경호 변호사(이용민 해병대 1사단 포병여단 포7대대장 변호인) △구용회 CBS 논설위원(이상 4명)
증인 및 참고인 명단을 고려했을 때, 청문회는 ① 윤석열 대통령의 수사외압 의혹 ②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종호 전 블랙펄 인베스트 대표→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로 이어지는 구명로비 의혹 ③ 경찰의 임 전 사단장 불송치 결정 관련 짜맞추기 수사 의혹 등 채해병 순직사건과 관련해 크게 3갈래의 의혹을 규명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핵심 증인들이 불출석하거나 증인 출석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라 원활한 청문회가 진행될 지 우려된다. 대통령의 수사외압 정황이 갈수록 뚜렷해짐에도 용산 대통령실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불출석이 예상된다. 증언을 피하는 것은 청문회 자체를 형해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상 정당한 이유 없는 불출석이나, 출석요구서에 대한 고의 회피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법사위 관계자에 따르면 신원식 국방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전 국가안보실장),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김형래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실 행정관, 이윤세 해병대 공보정훈실장,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 6명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수사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 강의구 대통령실 부속실장, 박종현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등 3명은 증인출석 요구서를 고의로 수령하지 않은 것으로 법사위는 파악하고 있다.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 사건 공범으로, 최근 공익신고자 김규현 변호사의 통화 녹취가 공개돼 이른바 브이아이피(VIP) 불리는 김건희 씨에게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통화 녹취에서 "(임 전 사단장에게) 절대 사표내지 마라"고 했다며 "내가 VIP한테 (사단장 문제를) 얘기하겠다"고 했다. 그는 녹취가 공개되자 VIP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라고 변명했다가, 최근 VIP가 김건희 씨라고 말을 바꿨다. 김 변호사는 전날 <JTBC>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를 우리가 결혼시켜줬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대통령 부부와 유착도 의심된다. 또 그는 대통령 및 대통령 처가와 특수관계 의혹을 받는 삼부토건의 주가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으로 폭등하기 이전부터 '삼부토건'을 언급해 김건희 씨와 대통령실과의 연관성을 강하게 의심받고 있다.☞관련 기사
대통령을 24시간 밀착 수행하는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도 수사외압 사건 초기부터 주요 로비 라인으로 의심을 받아왔다. 육군 3성 장군 출신인 김 처장은 윤 대통령 충암고 1년 선배로 군 내부에서 공공연하게 '국방부 장관 위에 상관'이라는 의미의 '국방 상관'이라 불리며 군 인사에도 영향을 행사한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전직 경호처 간부 송모 씨가 6월 말 공익신고자 김규현 변호사와의 통화에서 '전직 경호처 사람 등을 만나보니 임 전 사단장 구명의 배후가 김용현 경호처장이라고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김 처장은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채 해병 순직 사건 수사결과 발표 연기 직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통화했던 대통령실 전화번호 02-800-7070이 대통령 경호처로 확인되면서 수사외압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방부의 채 해병 사건 기록 탈취와 수사외압이 있었던 지난해 7월 31일~8월 9일까지 통화내역에서 김 처장은 이종섭 장관과 7차례 임기훈 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과 4차례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 처장이 직권을 넘어서는 모종의 역할을 한 것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증인출석 요구서를 수령하지 않은 강의구 대통령실 부속실장은 윤 대통령과 20년 인연으로, '대통령의 문고리'로 불리는 핵심 참모다. 그는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비서관으로 특수활동비 전달 등에 관여하며 '윤석열 집사' 역할을 해왔다. 강 부속실장은 윤 대통령이 '격노'한 지난해 7월 31일에만 총 6차례 임기훈 국방비서관과 통화했다. 대통령의 일정과 비서 업무 등을 수행하는 부속실 성격을 고려했을 때,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조태용 국정원장은 당시 국가안보실장으로 사건 기록 탈취 당시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등과 통화 기록이 확인됐다. 불출석하는 김형래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실 행정관은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다리 역할을 하며 수사외압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신원식 현 국방부 장관은 국민의힘 의원이던 지난해 8월 2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8월 11일 전에는 장관님의 판단이나 엄정한 수사에 혹시라도 여당 간사가 전화를 하는 것이 아는척 하는 것이 될까 (전화를) 안했다"고 주장했지만, 수사외압이 있었던 7월 31일~8월 9일 열흘 간 13차레 통화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용의선상에 올라있다. 신 장관이 수사외압에 개입했는지 여부도 검증이 필요하다.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보고를 받고 결재했던 사건의 '키맨'이며, 이윤세 해병대 공보정훈실장도 박 전 단장의 최초 보고를 목격한 인물이다.
이 외에도 박종현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은 수사외압이 있었던 지난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전화를 걸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지만, 증인출석 요구서를 수령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불출석이 예상되는 인물 외에도 추가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달 채 해병 특검법 관련 입법 청문회에 출석했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전날인 17일 정청래 법사위원장에게 "호통과 모욕 발언은 하지 말아달라"며 "출석 여부를 고심 중"이라는 입장을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밝혔다.
국회 안팎에선 수사외압과 구명 로비를 밝힐 핵심 증인 다수의 불출석이 예상되면서 증인들을 강제 구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증언감정법 제6조는 "국정감사나 국정조사를 위한 위원회는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 의결로 해당 증인에 대하여 지정한 장소까지 동행할 것을 명령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법 조문상 '국정감사나 국정조사를 위한 위원회'라고 규정하고 있어 청문회에도 동행명령권이 있는지에 대해선 해석이 엇갈린다. 이에 정청래 법사위원장과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청문회에서도 동행명령장 발부가 가능하도록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청문회에 핵심 증인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임 전 사단장이 증인으로 나오는 만큼 추가 검증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달 채해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에서 이종호 전 대표와의 관계를 부인했지만, 이 전 대표가 임 전 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의혹과 함께 임 전 사단장 4성 장군 만들기 등을 언급한 만큼 재검증이 필요하다. 아울러 최주원 전 경북청장, 임상규 경북청 수사심의위원장, 노규호 전 경북청 수사부장 등이 출석하는 만큼 임성근 불송치 결정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이 밖에 증인들의 모순된 과거 발언, 청문회 이후 새롭게 드러난 통화기록상 증거들, 공인신고자의 녹취 내용 등도 청문회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번 청문회를 위헌·위법이라고 주장하는 만큼 청문회 시작부터 회의 진행을 방해할 것으로 보인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여당의 회의 진행 방해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도 관심이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청문회를 하루 앞둔 이날 서면브리핑을 내고 "아무리 피해도 '진실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다"며 "더 이상 국민우롱을 눈뜨고 지켜볼 수 없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제대로 특검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검을 통해 순직 해병대원의 한을 풀고, 국정농단을 낱낱이 밝히겠다"며 "몇 번을 말해도 알아듣질 모르시니, 알아들으실 때까지 말하겠다.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