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들 이름 하나하나 부른 49재…윤석열은 끝내 안 왔다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제서 79명 이름 일일이 호명
"정부 측 비상식적 발언이 유족들 가슴에 칼을 꽂아"
세월호 유가족도 연대…"똑같은 망언 배설에 분노"
윤석열-김건희 부부,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하며 농담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이 가장 안전한 곳에서 환생하길 빌며 오늘만큼은 최대한 경건하게 가장 소중한 마음을 담아 두 손을 모아봅니다. 시민 여러분, 우리가 사랑했던 이들을 대신하여 말씀드립니다. 우리를 잊지 말아 주세요."(고 이지한 씨 아버지 이종철 씨, 유가족협의회 대표)
10‧29 이태원 참사 49재 시민추모제가 16일 오후 6시부터 참사 현장 인근인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앞 도로에서 열렸다. 추모제에서는 희생자 158명 중 유가족 동의를 얻은 79명의 이름(1명은 성만 공개)을 생전 사진이 담긴 영상을 배경으로 한 명 한 명 부르며, 그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강민지님 기억하겠습니다. 김단이님 기억하겠습니다. 김도은님 기억하겠습니다. 김동규님 기억하겠습니다. 김미정님 기억하겠습니다. 김보미님 기억하겠습니다. 김산하님 기억하겠습니다. 김세리님 기억하겠습니다. 김수진님 기억하겠습니다. 김연희님 기억하겠습니다. 김용건님 기억하겠습니다. 김원준님 기억하겠습니다. 김유나님 기억하겠습니다. 김의현님 기억하겠습니다. 김인홍님 기억하겠습니다. 김주한님 기억하겠습니다. 김지현님 기억하겠습니다.
김지현님 기억하겠습니다. 김현수님 기억하겠습니다. 노류영님 기억하겠습니다. 문효균님 기억하겠습니다. 박가영님 기억하겠습니다. 박소영님 기억하겠습니다. 박시연님 기억하겠습니다. 박지애님 기억하겠습니다. 박지혜님 기억하겠습니다. 박초희님 기억하겠습니다. 박현도님 기억하겠습니다. 박현진님 기억하겠습니다. 서예솔님 기억하겠습니다. 서형주님 기억하겠습니다. 송영주님 기억하겠습니다. 송은지님 기억하겠습니다. 송채림님 기억하겠습니다. 신애진님 기억하겠습니다. 신한철님 기억하겠습니다. 안다혜님 기억하겠습니다.
안지호님 기억하겠습니다. 양희준님 기억하겠습니다. 오근영님 기억하겠습니다. 오지민님 기억하겠습니다. 오지연님 기억하겠습니다. 유연주님 기억하겠습니다. 유채화님 기억하겠습니다. 윤성근님 기억하겠습니다. 이경훈님 기억하겠습니다. 이남훈님 기억하겠습니다. 이동민님 기억하겠습니다. 이민아님 기억하겠습니다. 이상은님 기억하겠습니다. 이수연님 기억하겠습니다. 이승연님 기억하겠습니다. 이승헌님 기억하겠습니다. 이은재님 기억하겠습니다. 이주영님 기억하겠습니다. 이지한님 기억하겠습니다. 이지현님 기억하겠습니다.
이한솔님 기억하겠습니다. 이해린님 기억하겠습니다. 이현서님 기억하겠습니다. 임종원님 기억하겠습니다. 장한나님 기억하겠습니다. 정아량님 기억하겠습니다. 정주희님 기억하겠습니다. 조경철님 기억하겠습니다. 조명화님 기억하겠습니다. 조예진님 기억하겠습니다. 조한나님 기억하겠습니다. 진세은님 기억하겠습니다. 최○○님 기억하겠습니다. 최다빈님 기억하겠습니다. 최민석님 기억하겠습니다. 최보람님 기억하겠습니다. 최보성님 기억하겠습니다. 최유진님 기억하겠습니다. 최정민님 기억하겠습니다. 최혜리님 기억하겠습니다. 추인영님 기억하겠습니다. 스티븐 블레시(Steven Blesi)님 기억하겠습니다."
고 이지한 씨 아버지 이종철 씨의 말처럼 "이태원에서 희생된 우리 아들딸들의 영혼이 이승에서 머무는 마지막 하루"인 이날, 유가족과 시민들이 희생자 이름을 일일이 호명한 것은 온전한 추모와 애도를 함과 동시에 끝까지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의지다.
추모제에서는 그동안 희생자의 이름조차 공개하지 못하게 했던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과 함께 49일 동안 아무런 결론이 없는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등에 대한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추모에 앞서 진행된 종교 의식에서 성공회 장기용 신부(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장)는 "살아남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가족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는 일"이라며 "그러나 참사 발생 후 49일 동안 온전한 추모도, 온전한 위로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영정이나 위패는 고사하고 이름 석 자조차 없는, 국화꽃 앞에서 묵념하는 슬픈 코미디가 가슴을 더 무너뜨렸다"며 "뿐만 아니라 시체팔이라는 둥 악마의 소리가 버젓이 정치인들의 입에서 나오고, 마약 조사라는 기괴한 일도 있었다. 이것은 부관참시다"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무엇이 정치적이고, 무엇이 정치적이지 않은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행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사과와 철저한 진상 조사,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것이 왜 정치적으로 매도당할 일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분노를 표시했다.
고 김용건 씨의 어머니는 대통령과 정부 고위관계자 등을 향해 "당신들은 당신들의 자식에게도 사과를 그렇게 가르치셨나. 진짜 사과가 무엇인지 몰라서 나오지도 않고 모른 체하고 있냐"면서 "선거 때는 그렇게나 머리를 연신 숙여대며 인사하더니 지금은 그렇게도 아이들을 두 번 죽이는 막말을 서슴지 않으며 하늘이 무섭지도 않냐"고 외쳤다.
또 "당신들의 아이들이나 손주들이 그곳에 있었더라도, 도와달라는 6시 34분 최초 신고를 그렇게 묵살하며 목숨의 무게를 저울질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연출했겠느냐"면서 "병원 몇 군데를 거쳐왔는데도 사망진단서 한 장 받지 못하고 시체검안서를 돈으로 사게 하며 아이 사망을 실감케 하는 이런 블랙코미디가 또 어디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이 어머니는 울먹이며 "장례식을 치르자마자 빨리 장례비를 신청하라며 전화해서 독촉하더니 우리 아이들 영정사진 들어간 합동분양소는 한 달을 훌쩍 넘기고 이제서야 차려지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자행되는 이 상황에 할 말을 잃고 참담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고 김인홍 씨(오스트리아 국적)의 어머니는 "나의 아들은 대학 졸업하고 한국어를 더욱 잘해서 자신 있게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엄마의 권유에 어학당에 보냈다. 이 엄마의 잘못인가"라며 "이태원을 친구들이랑 간 게 아들 잘못인가 묻고 싶다. 내 아들이 길가에서 죽은 것이 억울하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 내 아들이 어떻게 일산 동국대병원까지 갔는지, 친구들하고 이태원 해밀턴 호텔 뒤쪽으로 갔는데 어디서 죽었는지 모른다. 정부에서 밝힌 '22시 15분에 압사 추정' 밖에 모른다"며 "전 세계에 계신 유가족 여러분이 나와달라.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우리 아이들을 대하는지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어머니는 유가족에 대한 연대도 호소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왜 가족들 사이에 의사 소통을 막는가. 숨기는 것도 모자라 막기까지 하나. 우리가 겪는 고통에 정말로 공감할 수 있는 유가족을 연결해달라는 것이 무리인가"라며 "우리는 서로 대화하고 위로할 수 있도록 의사 소통을 주선할 것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김인홍 씨의 누나도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사과는 없고 심지어 모든 것을 숨기고 거짓말을 하며 그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비겁하다"면서 외국인 유족들을 향해 "억울하고 원통하고 비참하지만 전 세계에 알려서 대한민국에서 또다시 이렇게 우리 아이들이 억울하게 가는 일이 없도록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보탰다.
유가족협의회 대표인 이종철 씨는 "단 2명의 유가족으로 시작해서 미친 듯이 앞뒤 가리지 않고 드디어 희생자 101명의 연락처를 얻었고 190여 명의 유가족들을 만났다"며 "우리가 애타게 유가족을 찾아 헤맬 때도 대한민국 정부는 없었고 지금도 연락처를 주고 있지 않다"고 탄식했다.
이어 "특수부 수사는 49일이 되는데도 뭐 하나 뚜렷한 게 없는 것이 국민들의 불신만 키우고 있다. 악성 댓글보다는 정부 관계자들의 비상식적 발언이 유가족 가슴에 칼을 꽂는다"며 "명명백백한 진상 규명도 안 되는데 강력한 처벌은 당연히 이뤄질 수 없다. 맨 아래부터 맨 위까지 한 줄로 연결된 은폐 조작이 점철된 조직적 범죄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아픔을 지닌 이들의 연대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김종기 운영위원장은 "엄동설한 도로 한복판에서 49재를 해야 하는 이 상황이 무슨 경우인가. 길을 가다가 국민 158명이 억울하게 죽어야 하는 것이 도대체 무슨 경우인가"라며 "세월호 참사 때와 10.29 이태원 참사 때가 똑같다. 이게 나라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희생자 부모로서, 내 자식이 억울하게 죽은 이유를 알려달라는 유가족을 외면한 것도 모자라 참사를 축소하고 폄하하고 유가족들을 모욕하고 공격하면서 정쟁을 일삼고 권력 유지에 골몰했던 여당 유력 인사가 10·29 이태원 참사에서 똑같이 인간이길 포기하면서 망언을 배설하는 것을 보니 세월호 참사 유가족으로서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두 참사의 유가족을 갈라치기 하고 거짓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를 하지 말라"며 "잘못을 했으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국가가 해야 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을 시행하라. 유가족이 원하는 추모와 후속 조치를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또다시 자신들의 잘못을 유가족과 시민에게 떠넘기려 한다면 그에 응당한 책임을 묻고 우리는 강력하게 연대하고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추모제에서 진행된 합창단 추모 공연에 참여한 단원고 2학년 5반 고 이창현 군 어머니 최순화씨 는 "제발, 제발 더 이상 좀 죽이지 마라. 얼마나 더 죽어야 이 '죽임의 정치'를 멈추시겠나"라며 "당신들은 죽여도 우리는 그들을 살려낼 것이다. 끝나지 않는 158명의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들로 끈질긴 기억으로 우리는 그들을 살려낼 것이다. 기억은 힘이 세다"라고 강조했다.
영하 6도를 넘나드는 추운 날씨에도 이날 행사에는 친인척을 포함해 약 300명의 유가족이 참여했다. 참사 당일 처음 압사 위험성을 신고했던 오후 6시 34분에는 모든 불을 끄고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추모 중간에는 "압사당할 거 같아요" "소름 끼쳐요"라는 내용이 담긴 당시 112 신고자의 음성이 재생됐다.
희생자 사진과 이름이 담긴 추모 영상이 나오자 유가족과 시민들이 이름을 외치거나 오열하기도 했다. 유가족들이 무대에서 손수 작성한 편지를 낭독하는 시간에는 시민들이 "힘내세요"라고 연신 외치면서 마음을 다해 위로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49재 시민추모제가 열리기 직전인 이날 오후 5시 46분쯤 서울 안국역근처 송현광장에서 열린 '윈-윈터 페스티벌 개막식'에 부인 김건희 씨와 참석해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의 점등 버튼을 누르고 참석자들과 함께 박수를 쳤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그릇 업체의 '방짜유기 둥근술잔'도 샀다. 윤 대통령은 "술 좋아한다고 술잔 샀다고 그러겠다"고 웃으며 농담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