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총선민심' 모르쇠…MBC에 또 법정제재

'김건희 씨 주가조작' 보도에 최고수위 징계 내려

'표적심의' '과잉제재'에 각계 '방심위 해체' 주장도

조선·동아 등 보수언론조차 "(선)방심위 불공정"

시사인 '법정제재 역대급'…한겨레 '짜고치는심의'

MBC에 제재 집중…MBC 장악위한 사전 작업?

2024-04-29     김성재 에디터

역대 최악의 정권 편향적 방송심의로 비난을 받아온 류희림 방송심의위원회 산하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이번 총선의 ‘정권심판’ 민심에 아랑곳없이 또다시 정권비판 보도에 최고 수위 법정제재를 가했다.

제22대 총선 선방심위는 29일 김건희 씨 주가조작·명품백 수수 의혹 등을 보도한 MBC ‘스트레이트’(2월25일 방송)에 대해 최고수위 법정제재인 ‘관계자 징계’ 결정을 내렸다. 선방심위 결정은 가장 수위가 낮은 ‘문제없음’부터 행정지도 단계인 ‘의견제시’ ‘권고’, 그리고 법정제재인 ‘주의’ ‘경고’ ‘정정·중지’ ‘관계자 징계’ ‘과징금’ 등이 포함된다. 법정제재 결과는 방송사 방통위의 재허가·재승인 심사에서 감점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날 열린 선방심위에서 국힘당 추천·TV조선 추천 등 여권 추천 심의위원들은 명품백 수수를 폭로한 최재영 목사를 비판하면서 김건희 씨 입장을 옹호하거나 MBC 방송이 대통령 가족 흠집내기 의도이며 주가조작 사건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한국미디어정책학회 추천 위원은 “정부 관련 주제를 다뤘다고 한쪽 편들기라는 것은 무리”라며 ‘의결보류’ 의견을 냈고, 민주당 추천 위원은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지난 2월25일에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243회 "세계가 주목한 '디올 스캔들' - 사라진 퍼스트레이디"의 한 장면. MBC 유튜브 갈무리. 

방심위 산하의 선방심위는 예비후보자 등록개시 전일부터 선거운동 기간과 선거가 끝난 뒤 30일 동안에도 운영된다. 22대 총선 선방심위는 그동안 윤석열·김건희 부부 관련 방송보도, 특히 MBC 보도에 대해 집중적으로 심의하고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해왔다. 선방심위는 선거와 관련 없는 정부 비판적 보도(최은순씨 가석방, YTN 민영화, 이태원참사 특별법, 고발사주, 의대증원, 박정훈 대령 공판 관련 보도 등), 날씨보도의 ‘파란색 숫자1’ 화면, 예능오락 프로인 ‘복면가왕’의 숫자 ‘9’를 문제 삼기도 하고, 검찰이 법정에 제출한 의견서를 보도한 것에도 제재를 가했다.

언론계·언론학계와 시민단체들은 이번 선방심위의 심의에 대해 ‘표적심의’ ‘월권심의’ ‘정치심의’ ‘개그심의’ 그리고 ‘과잉 제재’라고 비판하며 방심위와 선방위 개혁 또는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조선일보·동아일보·한국일보 등 보수적 언론조차 사설을 통해 방심위(선방심위)의 심의가 정당하지 않다고 비판하고 나설 정도다.

조선일보는 지난 3월4일 “1자 썼다고 여사 뺐다고 방송제재, 문 정권처럼 할 건가” 제목의 사설에서 “권력이 정부 기관을 동원해 언론을 통제하려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4월27일자 “김 여사 23억 방송 줄줄이 중징계...이게 온당한가” 제목의 사설에서 “(수사중인) 경우 근거 의혹 제기는 허용하거나 수사와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의결을 보류하는 것이 관례”라며 선방심위를 비판했다. 한국일보도 4월25일 사설 “공정성 잣대로 정권비판 방송 징계한 방심위 공정한가”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시사주간지인 ‘시사인’이 선방위가 출범한 2008년부터 올해까지 다룬 심의·제재 안건을 전수 조사해 보도한 4월26일자 ‘단독’ 기사에 따르면, 이번 22대 총선에서 선방위가 내린 법정제재(지상파·종편·보도전문채널 대상) 건수는 모두 26건이었다. 이전 가장 많은 법정제재 건수 17건(2012년 18대 대선)보다 9건이나 많을 뿐 아니라, 2012년의 ‘주의 9건’ ‘경고 8건’에서 이번 총선에서는 최고수위인 ‘관계자 징계’만 13건으로 수위도 크게 높아졌다. 2012년 대선, 2016년 총선을 제외한 9번의 선거에서는 ‘주의’ ‘경고’만 1~3건 정도였다. 

 

시사주간지 '시사인'이 4월26일 단독보도한 "역대 선방위 안건 전수 분석, 이번 선방위가 ‘역대급’"기사 화면 갈무리. 

이번 총선에서 이처럼 ‘역대급’ 건수와 수위로 제재 폭주를 하게 된 데에는 방심위와 선방심위의 인적 구성이 ‘친여’ 혹은 ‘극우’ 인사로 채워진 결과다. 심의의 발단이 되는 ‘심의 민원’ 과정에서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청부 민원’과 친윤·극우 단체들의 집중적인 민원 제기도 크게 작용했다. 한겨레가 4월19일 ‘단독보도’한 기사를 보면, 이번 총선에서 선방위에 접수된 정당·단체 민원 181건 모두가 국힘당과 보수 언론단체(공언련)가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심위, 선방심위가 여당-보수단체와 사실상 짜고 이런 ‘역대급 표적심의, 과잉제재’를 해온 것이다.

방심위와 선방심위가 그동안 주로 MBC 보도에 대해 집중적으로 제재를 가해온 것도 윤석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심의 결과인 법정제재를 빌미로 올해 8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임기가 끝난 뒤 MBC를 장악하기 위해 몸풀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MBC는 올해 방심위와 선방심위로부터 20건의 법정제재를 받았으며, 최고 수위인 ‘관계자 징계’와 ‘과징금 부과’도 각각 8건, 1건이다. 그러나 MBC는 방심위와 선방심위의 법정제재에 불복해 행정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왔다. 지금까지 제기한 7건의 집행정지 신청이 모두 받아들여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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