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중증 장애인 '도주 우려' 된다며 구속영장 청구
지하철 탑승시위로 연행한 장애인 활동가
보안관 발길질 당했는데, 손 깨물었다며
[기사 보강 : 오후 4시 17분]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해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하다 연행된 장애인 활동가 1명에게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휠체어 타는 중증 장애인에게 '도주 우려'를 이유로 구속 시도를 한 것이다.
24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혜화경찰서는 전날(23일) 철도안전법 위반, 상해폭행,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전장연 활동가 유진우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경찰의 신청을 받아들여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지난 22일 전장연은 2001년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장애인 부부가 올라탄 리프트의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추락한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 참사' 23주기를 맞아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유 씨와 함께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서울 장차연) 이형숙 대표가 경찰에 연행됐다가, 이 대표만 전날 석방됐다.
경찰은 유 씨가 지난 22일 오전 8시쯤 서울 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에서 탑승 시위를 벌이던 중 철도 보안관 등의 손과 다리를 깨물고, 이후 혜화역에서 하차를 거부하며 열차 운행을 방해했다며 여러 혐의(철도안전법 위반, 상해폭행, 업무방해)를 씌웠다.
전장연 측은 이에 대해 "동대문역사에서 혜화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지하철에 타던 도중에 보안관에게 밀려 휠체어에서 떨어졌고, 기어서 지하철 탑승 하려 했으나 보안관의 발길질로 입술이 터졌다"며 "그 과정에서 저항한 것을 경찰은 폭력으로 연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 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날 오후 3시쯤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있고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지만, 전장연에 따르면 유 씨는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중증 장애인이다. 시외 고속버스도 타기 어려운 중증 장애인에 대해 도주를 이유로 구속 시도를 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전장연 관계자는 "구치소에 장애인 편의시설도 없어 불편을 겪고 있다"며 구속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경찰의 과도한 구속 시도뿐만 아니라 현장 대응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전장연은 지난해 11월20일부터 서울 지하철 역사에서 장애인 이동권 예산 보장 및 권리 중심 공공일자리 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침묵시위, 선전전 등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2개월 동안 총 18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 중에는 지하철을 탑승하지 않은 인원도 다수 포함돼 있다.
서울 장차연 개의 대의원인 이수미 씨는 법원 앞 기자회견에서 "장애인들이 말할 수 없는 사회, 정당한 권리를 침해당하는 사회는, 우리가 아니라 정부, 이 사회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며 "장애인들이 설 수 없는 환경 속에서 기본적 권리를 말하고 행동하는 것들이 어떻게 잘못이 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 씨는 "비장애인, 장애인 활동가들은 지하철 승강장에서 매일 불법퇴거, 강제퇴거, 폭력적인 진압을 당하고 있다. 특히 비장애인 활동가들은 매일 불법적으로 끌려나가고 있고, 장애인 활동가들도 전동 휠체어를 5~6명이 끌고나가는 상황"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폭력적으로 행동할 수 있느냐"고 했다.
그는 "유진우 활동가는 아무 잘못이 없다. 정당한 권리를 말하고 활동을 한 것이고, 오히려 서울교통공사가 무리한 진압, 과격한 행동을 하고 있다. 우리는 매일 폭력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권리를 외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계속 짓밟아도 계속 활동하고 연대하고 투쟁하겠다"고 했다.
전장연은 성명을 내고 "매일 아침 '장애인권리보장'을 위해 지하철 승강장에서 외치는 전장연 활동가를 '법대로 하라'고 비아냥대며 불법적인 강제퇴거와 연행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전장연의 정당한 장애인 권리 외침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하수인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에 의해 비아냥과 불법강제 퇴거에 묻혀버린다"고 했다.
전장연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경찰은 이제 권력의 칼질을 그만하시라"며 "아무리 짓밟아도 정당한 권리를 외치는 전장연의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