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계부채 대책이 기막혀! '전세대출 DSR 적용'

재정 제 역할 손놓고 있다 약자한테 책임 전가

주택 보유자 이자에 우선 적용한다지만 파급 불보듯

금융위원장 "급격한 도입 않고 충격 적은 곳부터 적용"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강화…공·경매로 사업장 매입

2024-01-17     유상규 에디터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금융 부문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1.17. 연합뉴스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명목으로 전세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재정이 제 역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가계부채 급증의 책임을 국민 개인에 돌리는 셈이다. 그것도 상대적으로 경제적 약자인 전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대출받는 데 제약을 강화하는 내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17일 '2024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가계부채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DSR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예외 대상인 전세대출을 적용 범위에 포함시키기로 하고, 만기연장이나 자행대환 등 예외사유도 종료하기로 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1년을 기준으로 대출의 원리금(원금과 이자를 합친 금액)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소득에 비해 대출을 과도하게 받아 대출 원리금 상환을 제대로 못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해 왔다. DSR 40%라고 하면 연간 소득 1억 원인 경우 대출 원리금이 4000만 원을 넘을 수 없다는 뜻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전세대출이 가계부채 증가에 주요 요인이 됐다는 지적들이 있다"며 "전세대출에도 점차 DSR을 적용하는 게 원칙적으로 맞다"고 설명했다. 정책 실패를 국민들에게 전가하는 전형적인 논리다.

 

전세사기ㆍ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 힘 당사 앞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면담 요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11. 연합뉴스

전세대출을 DSR 적용 대상에 포함할 경우 전세 보증금이 부족해 금융기관 대출을 받아야 하는 서민들에게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DSR를 낮추기 위해서는 연간 소득을 올리거나 대출금액을 줄여야 한다. 전세금이 부족해 대출을 받아야 할 처지에서 소득을 높이는 것은 대부분 가능하지 않을 터다. 대출 원리금을 줄이는 것도 만만치 않다. 필요한 대출금을 줄이거나 기존 대출금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출 금리를 낮추는 방법도 있지만, 신용등급이 높지 않은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과 같고 더욱이 최근 시중 금리는 상승 추세다.

금융위는 이런 비판을 의식했는지, 실수요자와 취약 차주의 주거 안정성을 고려해 우선 주택을 한 채 보유한 사람이 추가로 전세대출을 받는 경우 이자 상환분만 DSR에 포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택 보유자가 다른 주택에 전세 보증금을 내기 위한 대출에 제약이 생기면 기존 주택 전세 보증금을 올릴 게 분명하다. 따라서 주택 보유자의 전세금을 DSR에 포함하면 그 부담이 결국 무주택 전세입자에게도 파급될 가능성이 높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이날 민생토론회 사후 브리핑에서 "DSR 관련 구멍이 많은데 더 급하고, 충격이 적은 곳부터 해나갈 것"이라며 "서민들의 주거를 위태롭게까지 하면서 급격하게 도입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고, 전반적 추이를 보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구체적인 시행 시기에 대해서는 주택시장 상황 등을 검토해 연내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시행 국면에서 전세대출 이용자들에게 엄청난 비판이 쏟아질 것으로 보이니 일단 4월 총선까지 상황을 보겠다는 취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금융위는 이외에도 대출상품에 대해 미래의 금리변동 위험을 반영하는 '스트레스 DSR'도 연내 도입한다. 다음 달 26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시작으로 6월 은행권 신용대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연내 전 금융권 모든 대출에 적용된다.

차주의 금리변동 리스크 경감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된다. 주택금융공사가 수행하던 가계부채 질적 개선 역할(적격대출)을 민간 금융회사 스스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차주의 금리변동 리스크 경감에 대한 체계적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금융위 상생금융 정책 주요 내용

금융위는 부동산 PF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상 사업장에 대한 지원 강화와 부실 사업장 재구조화를 통해 질서 있는 정상화를 꾀하기로 했다. PF 대주단 협약을 통한 금융지원 시 PF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평가를 강화해 정상 사업장 중심으로 지원을 집중한다. 기존에는 PF 정상화펀드가 대주단과 가격협의를 통한 매입만 가능했지만, 공·경매를 통한 직접 취득을 허용한다.

금융기관의 부동산 PF 익스포저 관리와 손실 흡수 능력도 강화한다. 저축은행과 여전사에 대해서는 토지담보대출 충당금을 부동산 PF 대출 수준으로 증액하도록 유도하고, 상호금융권에 대해서는 부동산·건설업 대출 충당금 적립 기준을 상향한다. 특히 증권사와 부동산신탁사의 부동산 투자 시 사업장별 단계 및 담보인정비율(LTV)에 따라 순자본비율(NCR) 위험 값을 차등 적용하고, 부동산신탁사에는 자기자본 대비 토지신탁 한도를 도입해 안정적으로 부동산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85조원+α 규모로 운영하는 시장안정 조치를 즉시, 대폭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잠재 리스크에 대비해 금융 시스템의 선제적 위기대응체계도 정비한다. 이를 위해 금융안정계정의 법제화 및 지원대상·방식 등 세부 시행방안을 마련하고, 금융회사 부실 시 신속 대응을 위한 특별정리제도 도입을 검토한다.

산업별 건전성·유동성 관리도 강화한다.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개인사업자 부실채권의 제3자 매각을 허용하고, 여전사에 대해서는 렌탈 자산의 유동화를 허용해 중저신용 캐피탈사의 자금조달수단을 확대한다. 상호금융에는 스트레스테스트를 의무화하고, 부동산·건설업 공동대출 관련 취약조합 관리를 강화하게 한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