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가 몰고 온 고용 한파…“취업 문 더 좁아진다”

“내년 취업자 수 올해의 3분의 2 수준”

고금리·고물가로 서비스업 일자리 급감

단기 일자리와 고령층 취업자만 늘어

고용통계 착시에 정부는 “양호한 상황”

2023-12-18     장박원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내년 고용시장에 더 매서운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수요와 가격이 회복되며 수출은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나겠으나 고금리와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며 내수 경기 침체가 가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취업자 수가 쪼그라들고 실업률도 높아질 것이라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구직자가 일자리 정보 게시판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18일 개최한 ‘일자리정책 포럼’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 한국노동연구원은 이구동성으로 내년 고용 여건이 올해보다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는 반도체 위주의 수출 회복세가 예상되나 제조업의 온기가 고용 회복으로 이어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고금리와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며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서비스업이 위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비스업 생산(불변지수)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8% 늘면서 증가 폭이 0%대에 머물렀다. 지난 2021년 2월 –0.8%를 기록한 이후 32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높은 금리로 이자 부담이 커진 데다 외식과 농산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소비가 급속히 위축된 결과다. 대표적인 내수 산업인 숙박과 음식점업 생산은 올해 2분기 7분기 만에 마이너스(-2.7%)로 전환했고 3분기(-4.7%)에는 감소 폭이 더 커졌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KDI는 “수출 회복세에 힘입어 내년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으로 상승하겠으나 고용과 더 밀접한 내수 회복은 더뎌 고용 여건은 올해에 비해 악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올해 30만 명대 초중반보다 줄어든 21만 명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취업자 증가율이 올해의 3분의 2에 그칠 것으로 본 것이다.

노동연구원과 한국은행 전망도 대동소이하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2%대를 회복해도 수출이 견인하는 것이라 고용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의미다. 노동연구원은 “반도체 수출 등 제조업 부문은 경기와 고용 간 상관관계가 약하고 시차가 존재하는 반면 민간 소비와 서비스업은 상관관계가 높고 동행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내년 국내외 경기 회복 등으로 제조업 고용 부진이 다소 완화할 것으로 보이나 서비스업 고용 증가는 올해 대비 축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은행은 내년 취업자 수 증가 폭을 24만 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KDI와 노동연구원, 한국은행은 내년 고용시장이 올해보다 악화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고용률은 62.9%, 실업률은 2%대 후반에서 3%대 초반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KDI는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20만 명대의 취업자 수 증가는 비교적 양호한 고용 상황을 의미하며 실업률도 예년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이런 상반된 해석이 나온 이유는 고용 통계의 착시 탓이 크다. 초단기간만 일해도 취업자로 분류해 실업률 통계에서 빠지고 실제로는 실업자인데도 구직 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을 제외하다 보니 이런 착시가 생긴 것이다. 특히 공식 통계상 청년실업률은 5%대지만 현실에서는 청년 4명 중 1명이 원하는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취업자 증가 추이 (2023년 11월 고용동향)

정부가 고령층을 위해 만드는 초단기 일자리도 고용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원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고용동향만 보더라도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 수가 전체 취업자 증가보다 더 많았다. 전체 증가는 27만 7000명이었고 60세 이상은 29만 1000명이었다. 60세 이상이 늘어난 규모를 제외하면 나머지 연령대에서는 1만 3000명이 줄어든 것이다.

15~29세 청년층은 지난해 11월 이후 13개월째 연속 감소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제조업 취업자 수도 전년 동월 대비 11개월째 줄고 있다. 그런데도 통계청은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연간 단위로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며 심각한 고용시장의 현실을 가리고 있다.

고령층 일자리만 늘어나며 올해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40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60세 이상 취업자는 월평균 624만 7000명으로 40대의 626만 2000명보다 1만 5000명 적었다. 그러나 연령별 취업자 수가 11월과 같다면 올해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626만 6000명으로 40대의 626만 1000명보다 5000명 많아진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지난 5월 641만 4000명으로 40대보다 10만 명 많았고 그 이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11월에는 60세 이상이 22만 6000명 더 많았다.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40대 취업자 수를 추월하는 것은 196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2021년 30대 취업자 수보다 많아졌고 올해 40대마저 넘어서면 노동시장에서 60대가 50대 다음으로 많은 인력을 공급하게 된다. 현재 60세 이상 취업자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0%에 달한다. 지난해 20%를 넘어선 이후 계속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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