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 한 장' 피해 안줬다더니…대법, 최은순 실형 확정

사필귀정이지만 겨우 1년 '솜방망이' 처벌

대법원 1·2심 판결 확정…"원심 오해 없어"

2023-11-16     김성진 기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가운데)가 21일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통장 잔고증명 위조 등 혐의 관련 항소심 재판을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3.7.21. 연합뉴스

"10원 한 장 피해준 적 없다"던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77) 씨의 징역형이 16일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이날 오전 349억 원가량의 통장 잔고증명서를 위조하고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최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최 씨의 상고를 기각하며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위조사문서행사죄의 성립, 부동산실명법 위반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최씨는 지난 2013년 4~10월 경기 성남시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4차례에 걸쳐 총 349억 원가량이 저축은행에 예치된 것처럼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동업자 안아무개 씨와 공모해 2013년 8월 도촌동 땅 관련 계약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약 100억 원의 위조된 잔고증명서를 법원에 제출한 혐의도 받았다.

대법원이 이날 유죄를 인정하고 형을 확정함으로써 최 씨는 지난 7월 2심 재판에서 법정 구속된 이후 이어온 수감생활을 계속하게 됐다. 지난 9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며 신청했던 보석도 형 확정으로 기각됐다. 하지만 검찰의 형량 '마사지'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애초 최 씨의 사문서 위조 사건은 두 갈래였다. 하나는 2014년 사채업자 안모 씨에게 위조 잔고 증명서를 제시해 16억 5000만 원을 빌린 뒤 상환하지 않은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도촌동 땅 매입 과정에서 잔금 일자를 늦추는데 위조 잔고 증명서를 사용하고, 잔금 지급이 늦어져 계약금이 몰취되자 반환 소송을 제기하며 증거 서류로 위조 잔고 증명서를 제출한 건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씨가 15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출국하기 전 공군 1호기에서 출국 인사를 하고 있다. 2023.11.15. 연합뉴스

그러나 검찰은 최 씨에 대해 2014년 사채업자에게 허위로 잔고 증명을 제시해 금원을 대여받은 사건 등은 기소하지 않고, 도촌동 땅 사건도 계약 체결 과정에서 잔고 증명을 제시한 것은 공소 사실에서 배제했다. 소송 증거 서류로 잔고 증명서를 제출한 건도 '소송 사기'로 기소하지 않고 단순한 '행사' 혐의로만 기소했다. 이로 인해 검찰이 대통령 장모를 보호하기 위해 '축소 기소'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만약 이들 사건이 사기 및 소송사기 혐의로 기소됐다면,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라 최 씨의 적정 형량은 5~8년으로 늘어나고, 소송 사기 등 가중 인자까지 고려해 6~9년까지 늘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등으로만 기소되면서 징역 1년형에 그치게 됐다. 사문서 위조 등은 양형 기준이 6개월~2년이고 가중의 경우에도 1~3년에 불과하다.

사문서 위조 등으로 1심과 2심 법원에 이어 대법원에서까지 징역 1년형을 확정 받았지만, 2심 재판부가 "범행규모와 횟수, 수법 등에서 죄질이 무겁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점 등을 고려하면 최 씨의 형량이 적정한지에도 의문이 든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표창장 위조 등의 혐의로 받은 형량과 비교하면 1년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최 씨는 지난 7월 2심 재판부로부터 "피고인은 (위조)관여를 부정하기 어려움에도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범행을 부인했다"고 지적받았음에도, 법정 구속이 확정되자 "하나님 앞에서 약을 먹고 이 자리에서 죽겠다" 등의 발언을 하며 극구 부인하다가 여성 청원경찰에 의해 끌려 나가는 촌극을 빚었다.

이 밖에 최씨는 2013년 10월 도촌동 땅을 매수하면서 공범이자 동업자인 안씨의 사위 명의를 빌려 계약하고 등기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전매 차익을 노리고 안씨와 공모 아래 부동산 취득에 관여하고 취득 자금을 조달하며 명의신탁자를 물색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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