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또 노동계 갈라치기…'쇠구슬' 사건 침소봉대도
"민노총 철도·지하철 노조, 높은 소득과 더 나은 여건"
"약자 챙기겠다"…'노동시장 이중구조' 연이틀 언급
파업 쟁점들과 아무 관련 없는 '노-노' 분열 심리전
남녀 대립 조장 '젠더 갈라치기' 등 자주 쓰는 수법
진위 확인 안 된 단발성 '쇠구슬' 사건 적극 부각도
'노조 폭력성' 본질적 문제처럼 기정사실화‧일반화
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사상 초유의 업무개시명령 발동과 공권력 투입 시사에 더해 '노동계 갈라치기'까지 하고 나섰다. 내부 분열을 노리는 전형적인 심리전 방식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전 후보자 시절부터 '노(勞)-노(勞)' 갈라치기 발언을 일삼았고, 노동계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남녀 대립을 조장하는 '젠더 갈라치기' 등 이 수법을 즐겨 사용해왔다.
윤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화물연대 외에 지하철과 철도 부문의 연대 파업 예고에 대해서도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연대 파업을 예고한 민노총 산하 철도·지하철 노조들은 산업현장의 진정한 약자들, 절대다수의 임금 근로자들에 비하면 더 높은 소득과 더 나은 근로 여건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노총의 파업은 정당성이 없으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면서 "정부는 조직화 되지 못한 산업현장의 진정한 약자들을 더욱 잘 챙길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 '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동 개혁에 더욱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이틀 연속 언급한 것이다. 그는 전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노사 법치주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타파하고 근로조건의 형평성을 맞추는 것이 노동 문제를 대하는 우리 정부의 일관된 기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경제를 볼모로 한 노조의 불법과 폭력은 우리 경제를 망가뜨리고 경제 회복을 바라는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결국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이들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시달리는 저임금 노동자인 만큼 형평성 있는 노동 조건 형성에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노동자를 강자와 약자, 기득권과 비기득권의 이분법으로 나눠 보는 시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문제는 화물연대가 최저임금 및 안전을 위한 요구 조건으로 내건 안전운임제와 아무런 맥락이 닿지 않고 서울교통공사 및 철도노조 파업의 쟁점과도 관련이 없다. 민주노총을 귀족노조로 몰아 노동계를 갈라치려는 상투적인 수법일 뿐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보도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도 화물노조 등 파업 사태와 관련해 "한국의 강성 노조는 정말 심각한 문제"라며 "지금 우리 정부는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워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미 취임 전 대선 후보자 시절부터 "우리나라 강성노조가 대변하는 노동자는 전체 임금 근로자의 4%" "민주당 정권의 전위대로서 여론 조작, 불법 시위, 선동 등 모든 것을 다 하고 있다. 그러면 나머지 96%의 노동자들은 누가 돌보느냐" "중소기업, 어려운 소상공인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누가 돌보느냐" "강성노조가 대변하는 노동자는 대한민국에서 월급 제일 많이 받고 근로조건이 제일 좋은 사람들" 등의 노골적인 갈라치기 발언들을 기회 있을 때마다 쏟아낸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또 화물연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차량에 '쇠구슬'이 날아왔다는 주장을 유독 부각시켜 '용납할 수 없는 범죄"라고 강조하며 '법치주의 확립'의 근거로 내세웠다.
윤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 발언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를 볼모로 삼는 것은 어떠한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며 "특히 다른 운송 차량의 진·출입을 막고 운송 거부에 동참하지 않는 동료에게 쇠구슬을 쏴서 공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이며,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법행위 책임은 끝까지 엄정하게 물을 것"이라고 했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지난 26일 부산신항 인근 도로에서 쇠구슬로 추정되는 물체가 날라와 비조합원 차량의 유리를 깼다며 화물연대 관련 지부와 농성장, 차량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인 바 있다. 경찰은 1㎝ 크기의 쇠구슬, 운행일지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피의사실을 공개하진 않았다.
아직 진위가 밝혀진 것도 아니고 피의자와 혐의가 특정된 것도 아닌데 단발적인 사안을 수구보수언론이 집중 공격하고 대통령까지 나서 띄우고 있는 것이다. 비본질적인 지엽적 추측을 최대한 부풀려 '노조의 폭력성'을 본질적 문제처럼 기정사실화하고 일반화하는 전형적인 침소봉대 수법으로 분석된다.
윤석열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시멘트 운송 분야와 관련해 경찰은 경호 오토바이, 순찰차를 동원해 비조합원 화물차의 앞뒤에 배치하고 운행을 호위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