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 돌연 사의…채 상병 수사 외압 '꼬리 자르기'

탄핵소추 발의 무력화, 윤석열 책임론 차단 꼼수

민주 "해병대 채 상병 수사 외압 덮으려는 수작"

진상 규명 위한 특검 법안 국회 통과는 계속 추진

이종섭 후임에 국힘 신원식 내정…극우‧보수 성향

문체부 유인촌, 여가부 김행 등 금명간 개각 발표

2023-09-12     김호경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 2023.9.12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야권에 의해 탄핵이 추진되던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수사 외압의 실체를 덮으려는 '꼬리 자르기'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2일 "이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들었다"면서 "최근 정치권서 탄핵 얘기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안보 공백 사태를 우려해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간 여권 내에서도 '자진 사퇴론'이 거론돼 왔는데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문제까지 겹쳐 여러모로 압박을 느낀 이 장관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결심한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으리라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이 장관의 전격적인 사퇴는 야권의 탄핵소추안 발의 계획을 무력화하는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 책임론'이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대통령실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장관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채 상병 사건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가서 다시 수 개월간 장기화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장관 자리를 공석으로 만들어버리는 꼼수를 쓴 것이다. 국회법상 일단 탄핵 소추가 되면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해임할 수 없고 후임 장관 임명 또한 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해 선수를 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고(故) 채수근 상병의 순직 사건 관련 진상 규명을 위한 태스크포스의 임호선, 박주민 의원, 지상록 경남도당 청년위원장이 이종섭 국방부 장관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으로 고발하기 위해 5일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민원실로 들어서며 발언하고 있다. 2023.9.5. 연합뉴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이 장관 탄핵소추안 문제를 논의했다. 민주당의 현 정부 장관에 대한 탄핵 추진은 지난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였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국방부 장관 탄핵은 국민의 명령"이라며 "이 장관을 탄핵하겠다. 민주당은 탄핵을 시작으로, 특검을 통해 이번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겠다"고 공식화한 바 있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채 상병 수사 외압의 진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윤석열 정부가 개각으로 진실을 감추려고 한다"며 "대통령실의 관여 여부로 의혹이 번지기 전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교체해 수사 외압 논란을 덮으려는 수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수사 외압의 진실 규명을 위한 특검법에 동의하고 이종섭 장관을 신속히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미 발의한 특검 법안은 예정대로 국회 통과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해병대원 사망사고 TF' 주도로 발의한 특검법은 대통령실과 국방부, 해병대 등의 수사 외압 의혹을 밝히는 게 핵심이다. TF 단장인 박주민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와 국방부의 수사 외압, 은폐 의혹이 전혀 해명되지 못한 만큼 특검의 필요성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면서 "진실을 밝히고 사법 조치가 이뤄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이 6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9.6. 연합뉴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후임으로는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내정된 상태다. 육사 37기인 신 의원은 육군 수도방위사령관과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합동참모차장을 거쳐 현재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다. 채 상병 사건과 홍 장군 흉상 이전 문제 등을 놓고 극우‧보수적 발언을 일삼아온 인물로 윤석열 정부 입장을 앞장서 대변해왔다.

인도네시아·인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 대통령은 금명간 국방부 장관을 포함한 부분 개각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문체부 장관에는 이미 이명박 정부 시절 문체부 장관을 지낸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보, 여가부 장관에는 중앙일보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청와대 대변인으로 일했던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렇게 되면 윤석열 정부의 수구 성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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