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또 검찰 출석…'대북송금' 말이 안 되는 이유
다섯 번째 소환조사…"정치검찰 악용해 공작"
"윤석열 국정 전면 쇄신하고 내각 총사퇴해야"
변호사비→스마트팜비→방북비 대납으로 둔갑해
"검찰이 김성태 회유해 사건 조작" 조목조목 지적
민주 "쪼개기 후원? 국힘 조수진·김성원 수사해야"
의원 전원 명의로 윤 정부 국정 전환 결의문 발표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오전 수원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앞서 이 대표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한 번,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으로 두 번,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한 번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이번이 다섯 번째다. 지난 8월 17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된 뒤로는 23일 만이다. 현직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이 같은 검찰의 줄소환은 헌정사에 전무한 일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18분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검 후문 앞에 도착해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1분간 짧게 인사했다. 이후 다시 차량에 탑승해 검찰청사 앞으로 이동한 이 대표는 10일째 단식에 다소 초췌한 얼굴로 포토라인에 섰다.
평소보다 느릿하지만 차분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연 이 대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국민이 곧 국가"라며 "국민 주권을 부정하는 세력이야말로 반국가 세력이다. '내가 국가다', 이런 생각이야말로 전체주의"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주의, 민생 파괴, 평화 파괴 행위에 대해서, 그리고 국민 주권을 부정하는 국정 행위에 대해서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국정 방향을 전면 전환하고 내각 총사퇴로 국정을 쇄신해야 한다"고 윤석열 정권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 대표는 "화무십일홍이라 했다. 권력이 강하고 영원할 것 같지만 그것도 역시 잠시일 뿐"이라며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권은 반드시 심판받았다는 것이 역사이고 그리고 진리다. 정치검찰을 악용해서 조작과 공작을 하더라도 잠시 숨기고 왜곡할 수는 있겠지만 진실을 영원히 가둘 수는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취재진 질문에는 아무 답변을 하지 않고 검찰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150여쪽 분량의 질문지를 토대로 이 대표 혐의를 추궁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앞선 검찰 조사에서처럼 이날도 준비해온 8쪽 분량의 서면 진술서로 답변을 갈음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주장하는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은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2019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요청으로 경기도가 냈어야 할 북한 스마트팜 조성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를 비롯해 당시 북측이 요구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북한에 보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가 쌍방울의 대납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이 대표를 제3자뇌물 혐의로 입건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사전에 공개한 '쌍방울 대북송금 대납 사건 검찰 진술서'를 통해 검찰이 노골적인 조작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변호사비 대납에서 출발한 검찰 수사가 스마트팜비 대납으로, 다시 방북비 대납으로 바뀌는 중"이라며 "쌍방울의 주가 부양과 대북사업을 위한 불법 대북 송금이 이재명을 위한 대북 송금 대납으로 둔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조폭 출신으로 도박장, 불법 사채, 주가 조작으로 돈을 벌고 쌍방울 그룹을 인수한 김성태는 북한과 접촉해 광물 채굴권 등 200조 원대 대북사업 합의서(비공개 조건)를 받았고, 이를 이용해 수천억대 주가 폭등 이익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800만(?) 달러를 밀반출해 대북사업 합의서 작성 등 주가 상승에 도움을 준 북한에 주었다고 한다"면서 "그런데 검찰은 수사 및 기소권을 악용해 김성태를 회유, 협박하여 800만 달러 중 500만 달러는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비 대납이고, 300만 달러는 이재명 지사의 방북비 대납이라고 조작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1. 500만 달러는 쌍방울의 대북사업 이행보증금이다. 쌍방울의 내부 문서에도 대북사업 이행보증금으로 명시되어 있고, 쌍방울 최고재무관리자(CFO) 장OO, 부회장 방OO의 동일한 법정 증언이 있었다. 남경필 전 도지사 때부터 해 온 스마트팜 대북 지원 사업은 기자재를 가져가 유리온실을 지어주는 사업일 뿐, 법령과 유엔 제재 때문에 현금 지원은 불가능하다. 경기도는 스마트팜비를 대납했다는 2019년 4월 이후인 2020년 2월 스마트팜 자재에 대한 UN 제재 면제를 신청하여 2020년 8월 승인받았고 2019년 8억, 2020년 5억, 2021년 5억의 스마트팜 지원 예산을 계속 편성해 스마트팜 지원을 추진하고자 했다. 경기도는 스마트팜과 관련해 북측에 현금을 주는 어떤 결정도, 약속도 하지 않았고 따라서 현금 지급 의무가 없으니 애시당초 '대납'이란 있을 수 없다.
2. 300만 달러 방북비 대납 주장도 허황되다. 김성태가 북에 주었다는 300만 달러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주었는지 계속 바뀌어 실제 지급했는지도 의문이다. 김성태는 추가 주가 상승 등 더 큰 이익을 위해 평양을 방문해 공개 합의서를 체결하려고 시도했다는데, 실제 돈을 주었다면 김성태 자신의 방북과 공개 합의 대가일 것이다. 북측이 돈을 요구할 상대는 북측 때문에 수천억 원을 번 김성태이지, 이재명일 수 없다. 김성태는 돈벌이에 도움을 주는 북측에 불법으로라도 돈을 줄 이유가 있지만, 일면식도 없는 이재명을 위해 돈을 줄 이유가 없다. 이전 도지사가 해오던 사업이고, 다른 도지사들도 다녀온 북한이다. 이미 하던 인도적 대북 지원 사업과 한차례 방북 이벤트를 위해, 못 믿을 부패 사업가를 통해 800만 달러를 불법 밀반출해 북에 대신 주는, 인생을 건 중범죄를 저지를 만큼 이재명이 바보는 아니다. 검찰 주장대로면, 김성태는 북측 도움으로 수천억을 벌고도 북에 한 푼도 안 줬고, 북측은 아무 관련도 없는 이재명에게 요구해 800만 달러를 받았다는 이상한 말이 된다.
3. 검찰의 증거라고는 그 흔한 통화 기록 같은 물증은 단 하나도 없고, 오직 이화영의 진술과 이화영에게 전해 들었다는 김성태의 진술뿐이다. 김성태는 주가 조작 수사가 남아있고, 무기징역까지 선고 가능한 재산해외이동죄, 국보법 위반 등으로 언제든지 추가 기소될 수 있어 검찰에 옴짝달싹 못 할 처지다. 김성태의 허위진술은 검찰의 봐주기 기소와 추가 수사 등 회유, 압박 때문으로 의심된다. 이화영은 김성태에 대납을 부탁하고 이를 이재명에 보고했다고 검찰에 허위진술 했는데, 2023년 9월 7일 법원에 검찰이 별건으로 추가 기소하겠다는 등의 회유·협박 때문에 허위진술 했다고 밝혔다. 진실은 숨겨지지 않는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검찰이 이 대표의 출석 일자를 두고 비열한 언론플레이를 벌였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든 비회기를 건너뛰고 추석 밥상에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이슈를 올리겠다는 정치 검찰의 추악한 술책"이라며 "이 대표와 민주당에 정치적 타격을 입히려는 잔꾀가 정치검찰 특유의 간교함이든, 당·정·검의 합작품이든 분명 역사의 심판대에 오를 것"이라고 분노를 표시했다.
그러면서 "무분별한 압수수색, 주변에 대한 강압 수사와 별건 수사 등으로 이 대표와 민주당을 겁박하는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이야말로 소환 대상"이라며 "오늘 소환 조사에서도 변변한 물증 하나 제시하지 못하고, 오히려 검찰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증명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치검찰의 악행을 역사에 남기고, 국민과 함께 반드시 그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검찰은 전날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이 대표에게 거액을 '쪼개기 후원'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압수수색했다.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경기 과천시 중앙선관위에 검사, 수사관 등을 보내 2021년 대통령선거 민주당 경선 후보였던 이 대표에 대한 후원자 명부, 계좌 내역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김성태 전 회장이 피의자로 적시됐으며, 적용 혐의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김성태의 일방적 주장으로만 검찰은 속전속결식으로 압수수색에 나섰다"면서 "하지만 김성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많은 정치인에게 후원을 했고, 오히려 국민의힘 출신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김성태의 후원이 정황상 쪼개기 후원의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들의 경우 후원자의 이름·소속까지 언론에 의해 밝혀져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성태 전 회장과 주변 인물들로부터 거액을 후원받은 정황이 분명한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위원, 김성원 의원, 박형준 부산시장 등에 대한 신속한 검찰 수사를 요구했다.
한편 민주당은 소속 국회의원 전원 명의로 '윤석열 정부 국정 기조 전환과 내각 전면 쇄신 촉구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윤석열 정부 1년 5개월, 대한민국은 총체적 위기에 빠져있다"면서 "경제와 민생은 파탄지경이고, 한반도의 평화는 위협받고 있으며, 민주주의는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윤석열 정부는 총체적 국정 난맥으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경제침체의 덫, 안보 불안의 늪, 검찰 권위주의의 장으로 회귀시키며 역주행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다음 사항을 촉구했다.
1. 윤석열 대통령은 퇴행적 국정 운영을 중단하고 국정 기조를 전면 전환하라!
2. 윤석열 대통령은 총제적 무능과 무책임 내각을 전면 쇄신하라!
3. 윤석열 대통령은 해병대원 순직 사건의 진실을 은폐한 국방부 장관을 즉각 해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