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핵오염수' 격돌예고…아세안은 누구 손 들까
정상회의 개막…기시다, '과학적 선전전' 천명
리창, 일본의 투기 즉각 중단 촉구할 듯
윤석열, 기시다 위해 발 벗고 나설지 주목
일, 7월 대중 수산물 수출 23.2%↓ 207억엔 추가
제43차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가 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막됐다.
사흘간 진행될 정상회의는 '아세안도 중요하다: 성장의 중심'(Asean Matter: Epicentrum of Growth)이란 주제에서 보듯이 아세안의 협력과 평화, 경제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 폭력 사태와 중국과 일부 아세안 국가의 남중국해 분쟁, 그리고 아세안을 상대로 한 미국과 중국의 '포섭 경쟁' 등으로 인해 의도완 다른 쪽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핵 오염수 해양 투기도 가장 중요한 초점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이번 정상회의와 개별 양자 정상회담을 통해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데 '주모자'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누구보다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교도통신은 5일 기시다 총리가 핵 오염수(일본 정부 주장은 '처리수') 해양 방류에 대한 각국의 이해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기시다, 아세안서 '선전전' 천명…윤석열 지원사격?
중국이 기시다의 선전전을 보고만 있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중국은 8월 24일 일본의 오염수 해양 투기 개시 직후 일본산 수산물의 전면 금수 조치를 단행한 데 이어, 연일 외교부 대변인과 관영 매체들을 통해 일본의 '반인류적‧반환경적 행태'를 성토하고 있어서다.
이번 회의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을 대신해 리창 총리가 참석했다. 당연히 리 총리도 기시다의 선전전에 맞서 모든 정상이 참가하는 전체회의는 물론 개별 회담을 통해서도 중국의 오염수 투기 반대 입장을 설명하고 일본의 투기 중단을 위한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에는 22개국의 정상급 인사들과 9개 국제기구가 참석했다.
수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중국이 특히 따져 묻는 것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해양 투기 외의 다른 안을 검토하지 않고, 해양생태계와 인간 건강에 대한 환경영향 평가도 하지 않고 서둘러"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결론 내린 부분이다.
또한 ALPS(액체처리시스템. 일본 주장은 '다핵종제거설비')에 대한 성능 검증이 없었고 국제사회의 모니터링을 거부한 채 도쿄전력 등 일본 측이 핵 오염수 데이터를 일방적으로 제공해 신뢰할 수 없다는 점도 꾸준히 거론해왔다.
중국-일본, 자카르타 아세안 정상회의서 격돌 예고
이에 교도 통신은 이번 회의에서 리 총리가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를 비판한다면 기시다 총리가 "과학적 근거에 기초해 논의하자"고 요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물러서지 않고 중국과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기시다-리창 직접 회동은 없을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도 이날 정례 회견에서 "국제회의 기회를 이용해 ALPS 처리수의 해양 방류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설명하는 동시에 IAEA와 함께 실시하는 투명성 있는 대처 등을 다시 한번 설명하고 이해와 지지를 구할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에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대응을 요구해 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초미의 관심사는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투기에 대한 아세안의 시각이다. 아세안이 정상 차원에서 이에 대한 공동 입장을 정리할지, 정리한다면 어떤 내용이 담길지다.
아세안 회원국은 현재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10개국이다. 지리와 역사, 정치 체제, 경제, 종교, 문화, 인종 등에서 '10국 10색'이라 할 만큼 너무 달라 공동 입장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아세안은 누구 손 들까
아세안 회원국 전체의 입장이 중요하지만, 일본 오염수 투기의 영향권에 있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등 개별 회원국의 스탠스도 중요하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일본의 오염수 투기 이후 일본산 고위험군 식품에 4단계 검사를 실시 중이다.
기시다와 일본 정부가 '반인류적‧반환경적 범죄'가 될 큰 일을 벌이고도 이렇듯 '기세등등'한데는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미국과 한국이 그 '뒷배'임은 물론이다. 이날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의 '오염수 행보'를 특히 주시하는 것도 그래서다.
윤 대통령이 갈수록 거세지는 국내 반발 여론을 고려해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기시다에 '무언의 지지'를 보낼지, 기시다를 위해 적극적으로 발 벗고 나설지 두고 볼 일이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일본의 7월 대중 수산물 수출액은 작년보다 23.2% 줄어든 77억 엔(약 695억 원)으로 집계됐다. 대중 수산물 수출액이 감소한 것은 2021년 1월 이후 2년 6개월 만이며 중국의 방사성 검사 강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소문(풍평) 피해 대응과 어민 지원을 위해 적립한 800억 엔 규모의 기금에 추가로 예비비 207억 엔을 더해 1007억 엔(약 907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추가 자금은 신규 수출처 개척과 중국으로 많이 수출됐던 가리비 매입·보관 사업 등에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