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생산·소비·투자 모두 감소…"일시적"이라는 정부
전월 대비 전산업생산 -0.7%, 소매판매 -3.2%
설비투자는 –8.9% 11년 4개월래 최대 폭 감소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로 자동차 판매 크게 줄어
하반기 첫 달 어두운 출발에 민망해진 '상저하고'
정부는 여전히 중국 경제 부진·기상악화 등 '네탓'
지난달 산업활동의 3대 영역인 생산, 소비, 투자가 모두 감소했다. 산업활동의 전 영역이 일제히 줄어든 것은 지난 1월 이후 6개월 만이다.
7월이 하반기의 첫 달인 점을 감안하면 상반기의 경기 부진이 하반기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동안 정부가 줄기차게 내세웠던 '상저하고'는 이미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여전히 7월 실적이 부진한 것은 중국 경제부진 등 대외 여건과 기상악화,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로 인한 판매 위축 등 일시적인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여기에 덧붙여 기조적인 경기회복 흐름은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러한 경기 상황에 대한 정부의 진단과 전망 모두 너무 안이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각 지표의 세부 항목 가운데 증가하거나 개선된 것을 거의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증가한 항목은 재고뿐이라는 자조섞인 탄식마저 나온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7월 생산을 나타내는 전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09.8(2020년=100)로 전월보다 0.7% 감소했다.
산업생산은 지난 4월(-1.3%) 감소 이후 5월(0.7%)과 6월(0.0%) 증가 또는 보합을 보였으나 석 달 만에 감소세를 나타냈다. 공공행정 분야가 6.5% 감소한 게 크게 영향을 주었다. 공공행정이 크게 감소한 것은 지난 5~6월 상반기 경기 부양을 위해 조기 집행을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제조업(-2.0%)을 포함한 광공업 생산도 2.0% 줄었다.
제조업 생산은 의복·모피(28.5%), 전기장비(2.8%), 의약품(3.0%) 등에서 늘었으나 전자부품(-11.2%), 기계장비(-7.1%), 반도체(-2.3%) 등에서 감소했다.
제조업 재고는 1.6% 증가했다. 제조업 출하가 전월보다 7.8% 줄었기 때문이다. 제조업 재고는 통신·방송장비, 석유정제 등에서 줄었으나, 반도체와 자동차 재고가 늘어났다. 재고율은 123.9%로 11.6%p 상승했다.
반도체 생산은 지난 2월(-15.5%) 이후 5개월 만에 2.3% 감소했다. 반도체 출하가 31.2% 줄면서 전월 감소했던 재고도 다시 4.0% 증가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제조업 재고는 재고 수준 자체보다 재고율이 많이 상승했다"며 "기대했던 것만큼 중국 경제가 살아나지 않아 출하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월별 변동성이 큰 공공행정을 제외하면 산업생산은 보합 수준으로, 회복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며 "반도체 수출도 물량 중심으로는 반등 조짐"이라고 진단했다.
소비와 투자 지표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도체 감산에 따른 단기적인 투자조정, 건설경기의 불확실성, 가계부채 부담 등이 소비·투자를 위축시킨 데다, 지난 6월 '차량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로 자동차 판매가 크게 줄어든 것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소매판매액지수는 3.2% 감소했다. 2020년 7월(-4.6%) 이후 3년 만에 최대 폭이다. 승용차 등 내구재가 5.1%, 의복 등 준내구재가 3.6%,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가 2.1% 각각 줄었다. 특히 승용차 판매가 12.3% 급감했다. 예년에 비해 비 오는 날이 많아 외부 활동이 어려웠던 점도 소매판매 위축에 영향을 줬다.
차량 판매 감소는 투자 지표에도 영향을 미쳤다.
설비투자는 8.9% 줄어 2012년 3월(-12.6%) 이후 11년 4개월 만에 최대폭 감소했다. 법인의 자동차 구매 실적은 설비투자로 잡히는데, 자동차 등 운송장비 투자가 22.4% 줄었다. 기계류 투자는 3.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승용차 판매 감소가 소매 판매와 설비투자 감소에 공통으로 작용했다.
건설기성은 0.8% 증가했다. 집중호우로 토목 공사는 3.5% 감소했지만 건축공사가 2.0% 늘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6으로 0.5p 내려 2개월째 하락했다.
김보경 심의관은 "수치상으로는 경기를 종합해서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하락해 경기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전반적으로 일시적인 요인이 많이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7월 산업활동 지표에 일시적 요인들이 크게 반영됐지만 기조적인 경기회복세는 유지되고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3으로 전월보다 0.4p 올라 3개월 연속 상승했다.
기재부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를 비롯해 재고순환지표, 경제심리지수 등 대부분의 선행지표가 개선되는 흐름"이라며 "중국 부동산 사태 등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내외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하반기 성장 모멘텀을 보강하기 위한 정책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