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파탄’ 부른 여가부장관의 비전문·무개념·몰염치

1년 전 국회에서 수차례 “준비 부족” 지적 받아

김현숙 장관 그때마다 “폭염 등 대책 다 세웠다”

8일 브리핑에선 “잼버리 만족감 높다” 엉뚱한 소리

“여가부 폐지해야” “세월호 조사 예산 낭비” 막말도

국힘은 또 여가부 폐지론…“부처가 아니라 장관 문제”

2023-08-08     민병선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8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잼버리 참가자들의 퇴영 계획을 밝혔다. 2023.8.8. 연합뉴스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결국 파행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잼버리의 사태로 국제대회 유치 역량 등에서 정권의 총체적 문제점이 드러났다. 특히 잼버리의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의 김현숙 장관은 책임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번 잼버리 대회의 공동조직위원장은 총 5명으로, 이 가운데 3명은 김현숙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특히 여가부는 2020년 7월 잼버리 조직위가 출범했을 때부터 정부 부처 자격으로 조직위원장을 수행해온 만큼 책임이 가장 크다.

1년 전부터 준비 소홀 지적받아

영국 언론 가디언이 ‘난장판’(shambles)이라고 표현한 잼버리 대회는 막을 수 있었던 재앙이었다는 점에서 더 문제다. 김 장관은 대회 준비 과정에서 여러 차례 지적을 받고도 이를 무시하거나 간과해 사태를 막을 기회를 실기했다.

대회가 열리기 1년 전인 지난해 8월 18일 국회에서 잼버리의 준비 부족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잼버리가 열리는 전북 부안군이 지역구인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장관에게 “빨리 현장에 가보라. 배수시설, 상하수도, 대집회장, 샤워장, 화장실 등의 시설이 늦어지고 있다”며 “잘못하면 준비상태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25일에도 이 의원이 “잼버리가 제대로 될까요”라며 의문을 제기하자 김 장관은 “물론입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이 의원이 “이 책임은 장관님께 나중에 역사가 물을 겁니다. 폭염이나 폭우 대책, 해충 방역과 감염 대책 등을 점검하셔야 한다. 이 대회가 정말 어려운 역경에 처할 수 있다는 걸 장관님이 인지해야 한다”고 거듭 우려를 표했다. 그러자 김 장관은 “말씀하신 것들을 포함해 태풍, 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 놓았다”고 답했다.

대회를 1년 앞두고 열리는 ‘프레 잼버리’(지난해 8월 2~7일 예정)가 취소된 이유로 배수 문제가 지적됐다. 이 의원이 대회 취소의 그 이유를 묻자 김 장관은 “코로나가 심각해서”라고 엉뚱한 답을 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잼버리 예정 부지에 장마가 왔지만 배수가 안 됐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정말 중요한 대회인데 열 달 앞두고 지금 주관 부처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운명이 풍전등화”라는 말까지 했다.

대회가 엉망인데도 김 장관은 책임을 다른 곳에 떠넘기고 잘못을 시인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 빈축을 샀다.

7일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한 독일 기자가 “준비가 상당히 부족하고 혼잡해 보인다. 상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참가한 각국 대원들에게 할 말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 장관은 “상황이 많이 개선돼 대원들이 즐겁게 지내고 있어서 세계연맹이 조사한 것에 따르면 ‘아주 만족하지 못하다’라는 퍼센트가 지금 4%정도”라고 답했다. 김 장관은 “지금 잘 운영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다른 기자가 “4%라고 했는데 (조사) 인원이 몇 명이냐”고 물었고, 김 장관은 “제가 아직 디테일한 것을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안전 대책이 확정된 것이 있느냐” 등의 질문을 김 장관이 이를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자, 한 기자가 “‘세계연맹이 할 말이다’ ‘전라북도가 할 말이다’ ‘지금 검토 중이다’라고 말하지 말고 오후에는 완벽하게 준비해서 오시라”라고 일침을 가했다.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잼버리 야영장을 떠난 독일 스카우트 대원들이 8일 오후 경기 용인시 명지대 기숙사에 도착했다. 2023.8.8. 연합뉴스

장관으로서 전문성과 자질 부족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김 장관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을 거쳐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낸 경제통이다. 김 장관은 19대에서 비례로 국회의원을 지내며 여성가족위원회 간사를 지냈는데, 이게 여가부 관련 경력의 전부다.

그는 장관으로서 부처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18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회의에서 “여가부 폐지를 위해 장관이 됐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국회의원 시절에도 여가부 폐지를 언급했다. 2013년 3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윤선 당시 여가부 장관에게 “남성연대 분들이 여가부를 폐지해 달라는 그런 얘기를 굉장히 많이 해서 이 부분이 큰 여론은 아니지만, 여가부의 존재나 아이덴티티(정체성)에 대해 문제를 삼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제가 발견해서 이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청소년 정책의 수장인데도 청소년이 다수 희생된 세월호 관련 막말을 한 적도 있다. 2015년 새누리당 원내대변인 재직 당시 발표한 논평에서 “세월호특별조사위가 수백억 원의 국민 세금을 낭비할 작정인 듯하다”며 “활동기간이 1년 6개월에 불과한 진상조사위의 규모가 너무 방대하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6월 22일 발표한 ‘2022년 청소년 매체 이용 유해환경 실태조사’에서 통계 조작 의혹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여가부는 ‘청소년 10명 중 1명이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 사용한 적 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여가부 발표 4일 뒤인 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출입 기자들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 지난해 펜타닐 패치 처방을 받은 20세 미만(청소년) 환자는 482명뿐이라며 여가부 자료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여가부가 정권의 ‘마약 코드’에 맞추기 위해 무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김 장관은 잼버리 야영장에서 벌어진 성범죄 의혹과 관련해 ‘경미한 사안’이라고 말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젠더 문제를 다루는 그의 의식 수준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왔다.

잼버리 야영장의 철수 사태를 다룬 미국 뉴욕타임스 기사. 한 학부모는 인터뷰에서 “(잼버리 사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전 세계에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갈무리

여가부 폐지가 아니라 여가부 장관 교체해야

잼버리 실패를 둘러싸고 여가부 책임론이 불거지자 이에 편승한 국민의힘은 부처 폐지론을 들고나왔다. 하지만 김 장관의 능력 부족과 무책임을 비판해야지,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청소년을 위해 만들어진 부처의 기능을 무력화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8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여가부가 없어졌으면 대회도 훨씬 잘 됐을 것”며 “여가부는 구조적으로 잘하기 힘든 조직이다. 알바 조직이고 누더기 갈등만 조장하는 조직”이라고 막말을 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여가부는 갈등 유발 부처, 무능 부처, 고유 업무가 없는 부처로 폐지 공약까지 나온 부처였다. 주무 부처로 준비한 이번 잼버리 행사를 통해 (폐지의) 당위성이 고스란히 드러났을 뿐”이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여가부 폐지와 잼버리 대회 준비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우리 당은 여가부 폐지가 아니라 준비 부족을 경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여가부 폐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정치적인 주장이다. 국민의힘에서 준비를 잘 못한 것을 성찰하고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대책이 나와야지 여가부 폐지는 프레임 전환용“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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