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왜곡의 힘'…"청년 투표참여 중요"→노인 폄하!
민주당 혁신위원장 발언 거두절미 인용
"노인 투표권 부정…패륜당 되기로 결심”
김은경 위원장 “마음 상한 분들 있으면 유감”
혁신위 “1인 1표 민주주의 원칙 부정한 적 없어”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발언에 대한 ‘노인 폄하’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발언 전문을 살펴보면 과거 중학생 아들의 질문 내용을 소개하면서 청년층 투표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을 뿐 노인의 ‘1인 1표’를 부정하는 등 노인을 폄하하는 내용은 전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상대방을 공격하기로 마음먹고 발언의 특정 부분만 떼어내 그 진의를 왜곡해 공격하는 한국 정치의 고질병이 또다시 도졌다는 평가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에서 열린 청년 좌담회에 참석해 “자기(아들)가 생각할 때는 자기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엄마 나이로부터 여명까지로 해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일대일로 표결해야 하냐는 것”이냐는 아들의 말을 두고 “합리적이고 맞는 말”이라고 답했다고 발언했다는 것이 ‘노인 폄하’ 발언의 진원지였다. 상당수 언론이 국민의힘이나 보수층 인사의 발언을 인용해 ‘1인 1표’가 아니라 젊은 사람일수록 표를 더 많이 부여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김 혁신위원장의 발언을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2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패륜당이 되기로 결심했는지 노인 비하 막말 퍼레이드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면서 “집단 이성이 붕괴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의 노인 비하 발언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렇게 후안무치한 적은 없었다. 과거에는 사과라도 했지만, 지금은 사과도 없다”면서 “적반하장인 걸 보면 실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언론에서 비판하자 일단 더불어민주당에서 관련 발언에 대한 유감 표명과 사과가 나왔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1일 오후 민주당 인천시당 사무실에서 열린 ‘인천시민과의 대화’에서 “제가 곧 60세다. 저도 노인 반열에 들어가는데 무슨 노인을 폄하하겠느냐”고 밝혔다. 이어 “오해의 여지가 있었을 것 같은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노여움을 풀었으면 좋겠다”면서 “혹시 마음 상한 분들이 있다고 하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구성원은 세대 갈등을 조장하거나 특정 세대에 상처를 주는 언행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은경 위원장이 노인 관련 발언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면서 “민주당은 모든 국민의 말씀을 겸허하게 경청하고 배려하는 자세로 모든 언행에 신중하고 유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발언 전문을 살펴보면 위와 같은 보도 내용에는 일부 내용만 발췌해 발언을 곡해, 왜곡하려는 시도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당시 김 위원장 발언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둘째 아이가 22살 된 지 얼마 안 된 아이인데, 중학교 1학년인지, 2학년 때 저에게 이런 질문을 했어요. 왜 나이 드신 분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해? 그러는 거예요. 자기가 생각할 때는 평균 여명을 얼마라고 보았을 때 자기 나이부터 평균 여명까지 비례적으로 투표하게 해야 한다는 거죠.
(중학생이 보기엔) 그 말은 되게 합리적이죠. 근데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기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문제를 제기한) 그게 참 맞는 말이에요. 아들은 우리 미래가 훨씬 긴데 왜 미래가 짧은 분들과 똑같이 표결을 하느냐는 거죠. (그래서 아들에게) 되게 합리적이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 선거권이 있으니까 그럴 수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래서 투표장에 젊은 분들이 나와야 의사가 표시된다고 결론을 내린 기억이 나요.”
발언 내용을 살펴보면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 선거권이 있으니까 그럴 수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어요”라는 부분이 분명히 나온다. 김 위원장이 노인의 선거권을 차별하자고 한 적도 없고 노인 폄하를 의도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도 없다.
이 때문에 윤형중 혁신위 대변인은 1일 “위원장이 아이디어에 대해 ‘민주주의 국가에서 수용될 수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은 바 있다”면서 “그래서 거기에 대해서는 사과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안 자체는 세대 간 갈라치기로 소비할 사안이 아니다”면서 “정치가 어떻게 청년들의 의사를 반영시키게 할 것인가 하는 절실한 문제를 다루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또 “중요한 문제를 늘 이런 식으로 다루는 것이 국민이 정치를 혐오하게 되는 원인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남희 혁신위 대변인도 “청년간담회에서 청년세대의 정치 참여를 촉구하는 발언이었다”면서 “국민의힘에 세대 간 갈라치기를 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