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뜨거운 7월, 기후변화 티핑포인트 앞당기나
WMO총장 “기후행동은 사치가 아니라 당위”
UN총장 “온난화시대 가고 끓는 시대 왔다”
네이처 대서양 심층해류(AMOC) 교란 임박 경고
아마존, 아시아몬순 쇠퇴, 유럽 추운 건조지대로
세계기상기구(WMO)와 유럽 기상정보기관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동서비스’(C3S. 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가 27일 올해 7월의 평균기온이 관측사상 가장 높은 달이 될 것이 확실하다고 발표했다.
온난화 시대 가고 끓는 시대가 왔다
두 기구의 과학자들은 지난 3주간이 관측기록을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기온이었으며, 아직 끝나지 않은 7월도 역사상 가장 뜨거운 달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과학자들의 이런 발표 직후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 모든 것이 예측 및 거듭돼 온 경고와 완전히 합치한다”면서 말했다. “기후변화는 지금 여기에 있고, 무섭다. 그리고 이제 시작일 뿐이다. 지구 온난화(era of global warming)는 끝났다. 이제 지구가 끓어오르는 시대(era of global boiling)가 왔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그러나 “아직도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5도 이하로 온도 상승을 억제해서 최악의 기후변화를 피해 갈 여지가 있다”면서 “하지만 그것은 극적이고 즉각적인 기후행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가디언> 7월 27일)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WMO와 C3S는 태양 에너지를 가두는 (인간의) 오염활동과 지구 전역에서 벌어지는 온실가스 활동으로 지구 평균기온이 계속 올라가고 있으며, 그것이 날씨를 극단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인류가 곤경에 처해 있다”면서 “북아메리카와 아시아, 아프리카, 그리고 유럽의 광대한 지역이 잔인한 여름을 맞고 있다. 지구 전체가 재난에 처해 있다. 과학자들은 이것을 명백히 인간들 탓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들에게 서둘러 대처하라고 촉구했다. “공기는 숨쉴 수 없고, 열기는 견딜 수 없으며, 화석연료 수익과 나태한 기후행동은 받아들일 수 없을 지경이 됐다. 지도자들이 앞장서야 한다. 더 이상 머뭇거리거나 변명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먼저 나서기를 기다릴 수 없다. 그럴 시간이 없다.”
“기후행동은 사치가 아니라 당위”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온난화 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며 “기후행동은 사치가 아니라 당위(not a luxury but a must)”라고 말했다.
라이프치히 대학의 기후학자 카르스텐 하우스타인은 올해 7월의 세계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의 7월 평균기온보다 섭씨 1.5도 더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이번 7월의 온도가 “너무 난폭해서” 과학자들은 이번 달이 미처 지나가기도 전에 사상 최고로 더운 달이 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우스타인은 미국해양대기청의 지구 기온 관측자료를 토대로 올해 7월이 이전의 가장 더웠던 2019년 기록을 0.2도 더 넘어섰다는 것을 발견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버클리 어스’의 기후학자 제케 하우스파더는 일본과 유럽 기구학자들이 사용한 도구들을 활용해 그 초과온도 기록이 0.3도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 초과폭의 크기에 놀랐다면서 “역사적으로 7월 기온이 이렇게 높았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WWA, 최근 열파는 인간의 온난화활동 탓
온난화 가스는 이번 달에 북미 서부, 중국, 남부 유럽에 치명적인 열파를 몰고 왔다고 다국적 기후학자들이 참여하는 기후연구분석단체 ‘월드 웨더 어트리뷰션’(WWA)이 지난 25일 발표했다. WWA는 올해 열파에 휩싸인 남부 유럽과 북미 서부, 그리고 중국이 인간이 만든 온난화 효과 때문에 각각 섭씨 2.5도, 2도, 1도씩 기온이 더 올라갔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북미 서부와 남부 유럽의 기록적인 온도 상승은 기후변동을 야기한 인간의 활동이 없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네이처, 대서양 심층해류 교란 가능성 경고
25일 과학잡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는 지구 온난화로 대서양 북쪽의 빙하들이 녹으면서 대서양의 심층해류 체제를 교란시켜 지구 전체에 기후 대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대서양 자오선역전순환(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 AMOC) 관련 소식을 실었다.
AMOC 교란은 대서양 북쪽 북극권 그린란드 등에 오랜 세월 눈이 쌓여 생긴 거대한 얼음덩이(빙상)들이 온난화로 녹게 되면, 순수한 물인 해빙수가 대서양 북쪽 바다 표층수로 흘러들어가 아래에 있는 차갑고 무거운 염수(소금물)를 밀어내고 내려갈 수 없게 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 현상이 이르면 몇 년 내에 늦어도 수십년 뒤에는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서양에는 해저를 남북으로 흘러가는 심층해류가 있다. 대서양 북쪽 바다의 염분 농도가 짙은 해수가 낮은 기온으로 차가워지면서 더욱 무거워져 해저로 내려가 적도 쪽으로 천천히 흘러가다가 적도 부근에서 데워져 상승하면서 표층수가 돼 다시 북극 쪽으로 흘러간다. 순환기간이 수천년에 이르는 이 느리고 장대한 해류 순환 덕에 멕시코만류 등 따뜻한 바닷물이 북미와 유럽을 감싸 유럽의 겨울날씨가 같은 위도상의 다른 지역보다 따뜻해진다. 그런데 이 순환체계가 온난화 때문에 약해지면서 결국 멈춰버릴 수 있다는 설들이 제기됐고 유엔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의 2001년 보고서도 이것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온난화로 북극쪽의 빙상들이 녹으면 표층수의 염도가 낮아져, 차갑고 염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더 무거워진 아래쪽의 바닷물을 누르면서 내려갈 수 없게 돼 대순환이 약해지거나 멈추게 된다. 1950년대 이후 이미 이 순환이 15% 정도 약해졌다는 얘기도 있다.
IPCC “21세기에”, 코펜하겐대 “이르면 2025년에도”
IPCC 보고서는 이런 극적인 변화, 즉 ‘티핑 포인트’가 21세기에 찾아 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의 팀은 IPCC의 이런 예측조차 AMOC의 안정성을 과대평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 팀은 1870~2020년의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 데이터 등을 토대로 AMOC가 멈추는 시기를 시뮬레이션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지금과 같은 기후변화가 계속되면 AMOC가 이르면 2025년, 늦어도 2095년에는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아사히신문> 2022년 4월 16일)
아시아 몬순이 없어지면
대서양 심층해류가 갑자기 멈출 경우 경우 유럽이 건조해지면서 겨울에 몹시 추워질 뿐만 아니라 열대우림지대가 더 남쪽으로 내려가고 아마존 삼림이 파괴되며,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몬순이 약화될 수도 있다. 아시아 몬순이 없어지면 4계절이 없어지고 아시아 농업도 무너질 수 있다. 온난화는 남극 쪽 빙하들도 녹일 것이다.
온난화를 멈추지 못하면 시베리아나 캐나다 툰드라의 영구 동토지대에 갇혀 있는 메탄이 땅이 녹으면서 일거에 방출될 수도 있다.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더 온난화 효과가 큰 메탄이 분출될 경우 지구 온난화는 가속되면서 폭발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