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장모 위조' 처음 꺼낸 장제원…이젠 "가짜뉴스"라고?
5년 전 "잔고 증명 위조, 윤석열 도덕성 문제" 추궁
이젠 '윤핵관'…"장모 사건에 윤 개입 정황 못 찾아"
야권 "장제원이 쏘아 올렸던 공…구속에 일등 공신"
"고작 징역 1년은 솜방망이 처벌, 검찰이 봐주기"
정의당,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국정조사 첫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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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대통령의 장모가 법정 구속된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해 이른바 주류 언론들이 침묵하거나 축소 보도에 급급한 가운데 야권은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며 여론에 직접 호소하고 있다.
야권은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 표명과 사과를 촉구하는 한편, 장모 최은순 씨가 사기죄에 비해 형량이 낮은 사문서 위조죄 등으로 고작 징역 1년형을 받은 것은 정치검찰의 봐주기 기소 때문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하고 나섰다. 특히 최 씨의 잔고 증명서 위조 사실이 처음 수면 위로 떠오른 계기가 '윤핵관 중의 윤핵관'으로 꼽히는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의 5년 전 문제 제기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24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천문학적인 348억여 원을 통장에 있는 것처럼 위조해 막대한 이익을 취했는데도 고작 징역 1년이다. 참으로 이상한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사문서를 위조해 실제 행위를 했는데도 사문서 행사죄, 즉 사기죄에 대해서는 법망을 빠져나갔다"고 강한 의구심을 표시했다. 이어 "칼로 사람을 찔렀는데 칼만 문제 삼고 있는 셈"이라며 "뺨을 때렸는데 왜 손바닥만 문제 삼느냐"고 비유했다.
정 의원은 "돈을 빌리면서 위조된 거액의 잔고 증명서를 이용했다면 이 자체가 사기죄 아닌가? 사문서 위조는 5년 이하의 징역인데 반해 사기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라며 "편취 금액에 따라 특경법을 적용하면 무기징역도 가능하다. 징역 1년은 누가 봐도 봐준 흔적이 역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선 후보 때 최은순 장모의 법정구속 판결이 나왔다면 대선 결과는 어땠을까 궁금증이 크다"며 "윤 대통령은 '내 가족이라도 죄를 지었다면 엄벌에 처해야 한다' 이 흔한 말조차 왜 못 하느냐? 책임 있게 입장을 내고 대국민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장제원 국회 과방위원장이 조건부 위원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동훈, 원희룡 장관이 직을 걸어 세간의 이목을 받는 게 부러웠는지 모르겠다"며 "하지만 제 생각에는 최은순 씨의 통장 잔고 위조를 처음 제기했었던 본인의 과거를 덮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장제원 의원이 지난 2018년 10월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장에서 "장모 최모씨 사건, 300억 잔고 증명 위조, 30억 당좌수표 부도 사건. 윤석열 지검장의 장모가 부동산을 차명으로 구입하는 과정에서 신안저축은행 직원과 공모해 300억 잔고 증명서를 위조했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국감장에 나와있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도덕성 문제를 추궁했던 사실을 상기시킨 것이다.
당시 장 의원은 "이제는 장모의 문제가 아니다. 피해자 아홉 분이 30억을 피해 봤다고 얘기를 하고 있고 사건의 은폐 배후에 윤석열 지검장이 있다고 온 데를 돌아다니면서 이 피해자들이 말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본인 문제"라고 몰아붙였고, 이에 윤 지검장은 "그게 어떻게 제 도덕성의 문제인가. 제가 관련돼 있다는 증거가 있느냐"며 "아무리 국감장이지만 좀 너무하시는 것 아닌가"라고 흥분한 바 있다.
고 최고위원은 관련 사진이 담긴 패널까지 들어 보인 뒤 "많이들 기억하실 텐데 2018년 국감장에서 장제원 당시 법사위원이 흔들었던 통장잔고 서류"라며 "결국 장제원 위원장이 쏘아 올렸던 그 공이 대통령 장모를 구속시키는 부메랑이 돼서 돌아왔다. 본인의 시작이 오늘의 이 사건 확인까지 나온 이 상황에 대해서 어떤 심정인지 참 궁금하다"고 말했다.
발끈한 장 의원은 이를 '가짜뉴스'로 규정하면서 "정확한 팩트를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저는 2018년 10월 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장모 사건을 가장 먼저 공개적으로 거론한 적이 있다. 그리고 2019년 7월 윤석열 검찰총장 청문회를 준비하면서도 장모 사건에 검사 윤석열의 개입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탐문했다"며 "그러나 어떤 정황이나 근거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그래서 검찰총장 청문회 당시 첫 발언으로 '후보자님, 불행하게도 제가 장모님 사건에 후보자께서 배후에 있다는 그 고리를 못 풀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장모님 얘기 안 하려고 합니다"라고 하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장 의원이 스스로 '장모 사건을 가장 먼저 공개적으로 거론'한 일을 꺼낸 건 의외인데, 윤 대통령의 심기를 의식해 해명 또는 면피성 차원에서 본인 입장을 굳이 밝힌 것으로 보인다. 장 의원이 '검사 윤석열'의 개입 정황을 실제 못 찾았을 수는 있지만 어쨌든 장모의 잔고 증명 위조 범죄를 처음으로 공론화한 것은 사실이다.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도 최고위원회의 발언에서 "저희 주민들이 "일등 공신이 장제원이었네요. 윤석열 대통령, 장제원 미워서 어떻게 해요?"라고 얘기하시더라"고 비꼬았다.
강선우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판결에 대통령실이 "김건희 여사의 무고함을 밝혀주는 자료"라며 언론 공지문까지 돌렸던 사례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 면직과 관련한 법원 판결에도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언급했던 사례 등을 제시했다. 이어 "그런데도 '초유의 대통령 장모 법정구속'을 사법부 판결이라 언급할 대상이 아니라니, 언제부터 그렇게 사법부를 존중했느냐"며 "유리할 때는 나팔수를 자처하고, 불리할 때는 침묵하는 태도가 참 이중적이다. 파렴치하고 뻔뻔하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강 대변인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양평 공흥지구 특혜, 서울-양평 고속도로 '김건희 라인' 변경 특혜까지 김건희 여사와 일가를 둘러싼 특권 카르텔의 악취가 진동한다. 종합 범죄세트 수준"이라며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특권 카르텔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윤석열 대통령의 '처가 특권 카르텔'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건희 씨 관련 비판에 소극적인 정의당도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정미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자신의 장모가 남에게 10원 한 장 피해준 적 없다고 확언했지만 결국 '처가 리스크'의 뿌리와 실체가 드러난 것"이라며 "대통령은 자신이 한 거짓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도대체 대통령 집안 사람들은 무슨 돈을 얼마나 벌어야 하기에 주식과 토지 보유에 혈안이 되어 범죄 행위도 서슴치 않는단 말이냐"면서 "정의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처가 리스크'에 대한 명확한 사죄와 해명을 당장 요구한다. 또한 이해 충돌 방지 원칙에 따른 자산 처분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감찰관 임명도 즉각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진교 원내대표도 "대통령 장모의 법정 구속도 사상 초유의 일이지만, 장모 죄질의 파렴치함은 역대급"이라며 "땅 매입 과정에서의 수백억 잔고증명서 위조만도 중범죄인데 이를 법원에 제출해 사법부를 상대로 사기를 쳤다. 검사 사위 하나 믿고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 전체를 우롱한 것"이라고 개탄했다. 또 "검찰총장 시절 대검을 동원해 '(장모) 변호문건'을 작성하고, 지금껏 '대통령 후보'와 '대통령'의 입으로 국민을 향해 뻔뻔한 거짓말을 늘어놓은 장본인이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면책특권만 아니면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수사 대상"이라고 했다.
아울러 "특히 5년 전 잔고증명서 위조 의혹을 제기한 장제원 의원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의혹의 진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윤핵관이라는 정치적 지위와 정치인으로서의 양심 가운데 무엇을 택할지 국민은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고 압박했다. 배 원내대표는 "정의당은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 만일 국토위 차원의 진상 규명이 부족하다면 국정조사를 포함한 국회 차원의 대응에 나설 것임을 밝힌다"고 말해 고속도로 게이트에 대한 국정조사 가능성을 처음으로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