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오염수 백화사전] ➈기사의 변신은 무죄?…OO일보

예전엔…"공포의 진원지인 후쿠시마에서 생산된 식품들"

요즘엔…"야권이 과학적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공포 조장"

2023-07-23     이승호 에디터

 

후쿠시마 핵 오염수에는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는 온갖 핵물질이 포함돼 있다. 어떤 물질은 생물학적 유전자 손상까지 가져온다. 백가지 화를 불러올 백화(百禍) 물질이 아닐 수 없다. 오염수 문제에 관한 한 ‘모르는 게 약’일 수 없다. 오염수와 관련된 정보와 지식을 하나하나 짚어본다. 알아야 대처할 힘이 나온다. [편집자주]

 

‘면죄부의 여신 - 너의 죄를 사하노라’ (조아진 작)

이 신문은 요즘 후쿠시마 핵 오염수 투기에 대해 “안전하고 또 안전하다”는 기사를 열심히 내보내고 있다. 스트레이트 기사로, 해설 기사로, 기자 칼럼으로, 사설로, 외부 ‘전문가’의 기고로 열과 성을 다해 오염수의 안전성을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신문이 예전에는 전혀 다른 목소리를 냈다. 심지어 어떤 기사는 요즘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바다 투기를 반대하는 환경단체의 주장과 어떻게 다른지 알아챌 수 없을 정도다. 이 신문의 옛날 관련 기사들을 무작위로 검색해봤다.

“삼중수소(Tritium)는 후쿠시마 제1원전서 나온 방사성 물질로 기형이나 암을 유발하는 방사능 물질이다. 자연계에서도 나오는 방사능 물질이라 다른 방사성 물질과 비교해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있으나 원전 오염수에서 나온 고농도 삼중수소의 경우에는 발암이나 기형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물질로 분류된다.” (2019.9.17)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방사능 유출이 운영사가 이를 막지 못하는 비상사태라고 일본 원자력당국 관계자가 5일 밝혔다. 일본 원자력관제청(NRA) 특별전담반 긴조 신지(金城慎司) 반장이 이날 ‘방사능에 오염된 지하수가 지하장벽을 뚫고 지표면으로 올라오고 있다’며 ‘방사능 유출 법정 기준치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쿄전력이 세운 대책은 미봉책’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도쿄전력의 위기 의식이 낮아 현재 진행되는 재앙을 도쿄전력에만 맡길 수 없다’며 ‘바로 지금이 비상’이라고 경고했다. 누출된 방사능 오염수의 위험도는 즉시 밝혀지지 않았다.” (2013.8.6)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오염 방지 대책이 총체적 파산 상태에 빠졌다. 지하는 물론 지상 저장탱크에서도 고농도 오염수가 해양에 유출된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더군다나 일본 정부가 검토 중인 대책이 ‘현실적으로 모든 오염수 처리가 불가능한 만큼 저농도 오염수는 그냥 바다로 방류한다’는 것이어서 오히려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 (2013.8.24)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일본산 먹을거리에 대한 공포가 국내산 수산물의 소비까지 위축시키고 있는 요즘, 공포의 진원지인 후쿠시마에서 생산된 식품들은 정작 소리 소문 없이 수입되고 있다.” (2013.8.31)

 

OO일보 사이트

다시 최근의 기사를 몇 개 살펴보자. 역시 이 신문의 사이트에서 무작위로 검색했다. ‘극적인 변화’가 눈에 띈다.

“국내 원자력 전문가들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바다로 방류될 오염수가 국민과 환경에 미칠 방사선 영향은 무시해도 될 만한 수준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정책 분야 전문가들은 오히려 오염수 방류 상황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면서 양산되는 괴담 탓에 국내 수산업이 악영향을 받는 것을 놓고 ‘탈원전 시즌 2’가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2023.7.18)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한동안 태평양으로 유출됐던 방사성 물질은 현재 저장 탱크 보관량과 비교해 핵종(核種)별로 적게는 600배, 많게는 3만 배 정도 된다. 그렇지만 한국 바닷물과 수산물에 특이 영향은 없었다.” (2023.7.19)

“야권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과학적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공포를 조장하자 과학계가 ‘도를 넘었다’며 본격적인 반박에 나섰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20일 여당 의원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방류 이후 100년을 살아도 영향받을 일은 전혀 없다’고 했다.” (2023.6.21)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은 20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응의 결론은 정해져 있다’며 ‘과학과 미신의 대결이다. 과학 혁명 이후 이성이 감성을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2023.7.20)

 

OO일보 사이트

이 신문은 조선일보다. 놀라운 변신이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어떤 영화의 제목이라도 끌고 와야 할 판이다. 중세의 무지함으로 천동설을 주장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코페르니쿠스가 기자들 앞에 재림해 지동설이 맞느니라, 강의라도 했단 말인가. 하지만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투기 문제에 관한 한 코페르니쿠스가 재림했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광고도 있지만 ‘기사의 변신은 무죄’가 될 수 없다. 무죄가 되려면 코페르니쿠스의 손자라도 모시고 와야 한다. 기사는 광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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